눈 가리고 아웅하는 블라인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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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하는 블라인드 채용
  • 윤다영
  • 승인 2017.09.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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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공공 기관들이 출신 학교나 영어 점수 같은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말 눈‘만’ 가린 ‘Blind’ 채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가 보장되는 채용방식이라는 취지는 잘못 되지 않았지만, 학점과 스펙 쌓기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온 이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 제공을 차단하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는 ‘줄 세우기’ 식 선발이다. ‘스펙 줄 세우기’ 의 연장선으로 필기시험 성적 결과대로만 인재를 뽑는 ‘필기고사 줄 세우기’로 변질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학교, 성적, 전공은 그 사람의 ‘능력’을 반영하지만, 이는 금지됐다. 스펙을 보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공공기관들로서는 필기점수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둘째, ‘능력’ 선발이 아닌 ‘운’에 의한 선발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즉, ‘추첨제’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응시자에 관한 정보가 줄어들다 보니 직무능력 평가나 심층 면접 방식을 보완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복권 추첨하듯 신규 직원을 뽑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많은 정보가 차단됐기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정보의 가중치를 통해 유능한 사람을 뽑으려 할 것이다. 유력하게 예상되는 것 은 △자기소개서 △논술 △구두 면접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는 대필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논술’과 ‘구두 면접’도 취업 학원의 필수 코스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매우 제한된 정보로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하기에 ‘취업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렇듯 취지가 좋다고 무조건 밀어 붙일 게 아니라, 제도가 정교하게 설계 됐는지 비판적인 시각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스펙 과잉과 차별 폐해는 막으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은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다. 정보 제공 을 차단해서 ‘눈을 가리는(Blind) 방 식’이 아니라 반대로 더 많은 정보의 제공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적극적으로 ‘눈에 보이게 만드는(Sighted) 방식’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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