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
상태바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
  •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9 0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지 신문에 북칼럼을 쓰기로 약속한 이후 가 장 먼저 소개할 책으로는 단연 프랑스 작가 생텍쥐 페리의「어린왕자」로 내정해 두고 있었다. 우연히 도 며칠 전 책을 주제로 하는 어떤 TV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중간에 전 세계 50개 나라 이상에서 번역 출판된 책 중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선정, 10위부터 발표했다. 10위가 스웨덴 동화「말괄량이 삐삐」, 9 위가 파울로 코엘료의「연금술사」, 5위「안데르센 동화집」, 3위「천로역정」이었다. 그럼 1위는? 굳이 적지 않아도 눈치 챘을 것이다. 「어린왕자」는 워낙 불멸의 고전이라 한 번도 읽 어보지 못한 학생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읽는 나이 에도 품질이 있다. 같은 책일지라도 초등학교 때 읽 는 것과 중고등학생 때 읽는 것, 학생과 성인 때 읽 는 것의 깨달음과 감동은 많이 다르다. 더구나 부 분 어린이용 고전은 줄거리 요약 식이므로 어렸을 때 읽은 책을 성인이 된 후에도 ‘읽었다’ 하면 그건 정말 곤란하다. 또 이런 경우 책의 구체적 내용이나 문장이 머릿속에 저장돼 있지도 않아 “「어린왕자」를 읽었다. 감동했다”고는 하나 막상 ‘어디서 어떻게 감동했 다’는 디테일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물론 그 건 누구든 망각 세포 때문에 당연한 증상이므로 기 죽을 필요 전혀 없다. 이 목에서는 마크 트웨인도 “고전이란 사람들이 칭찬은 하면서도 읽지는 않는 책”이라며 우리를 위로한다. 그러므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다시「어린왕자」 를 읽으면 된다. 다만, 문장마다 품고 있는 생택쥐페 리의 깊은 삶의 통찰을 이해하며 차근차근 읽어 나 가야 한다. 그러면 좌절했을 때 힘과 용기를 받고, 불안할 때 안정을 찾고, 슬플 때 위로를 받게 될 것 이다. 개 여기에 이르면 ‘내 당장 꼼꼼히 읽어 보 겠다’고들 말한다. 정말 그러기를 바란다. 아무리「어린왕자」의 디테일에 약할지라도 첫 부분 ‘모자’와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 구렁이’ 그림을 말하는 목은 기억할 것이다. 본질이 아닌 겉치레만으로 삶의 진리와 가치를 속단하거나 왜곡 하는 어른들의 ‘타락’을 질타하는 명장면이다.
“청년이 돼서도 어른들에게는 브리지니 골프니 정치니 넥타이니 하는 것들에 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매우 착실한 청년을 알게 된 것을 몹시 기뻐했다”던 주인공이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 에 불시착한 후에야 비로소 한눈에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를 알아보는, 외계에서 온 어린 왕자를 만난다. 죽이 딱 맞은 둘은 소혹성 B612호로부터 삶 의 본질에 육박하는, 수준 높은 사유와 통찰을 화 한다. ‘삶의 진실된 가치를 품은 샘물’이 범람한다.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에 별들이 아름다 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보이지 않는) 어 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 인단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 때문이란다. 네가 그렇게 길들인 장미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 어…’라고 속삭이는 여우의 샘물 등이다. 그 많은 샘물 중 나는 유독 ‘목마름을 잊게 해주는 알약을 파는 장사꾼’으로부터 찰나의 깨달음과 지혜로운 판단을 구할 때가 잦다. 장사꾼은 자신의 약 으로 매주 물 마시는 ‘오십삼 분’을 절약해 ‘다른 하 고 싶은 걸 하라’고 권한다. 어린 왕자는 “만일 나에 게 마음로 사용할 오십삼 분이 있다면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라며 의아해한다. 바쁘게 쫓 기는 삶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이 목에서 ‘느리게 살기’를 깨달으며 한 템포 숨을 고르게 되는 것이다. 여력이 된다면 이생진 시인의 시집「그리운 바다 성산포」, 앞에서 언급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와 산문집「흐르는 강물처럼」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삶의 진정한 가치, 순수’의 메시 지가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읽기 편안한 시, 소설, 에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