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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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교육
  • 이정일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 승인 2017.05.15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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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검증되지 않은 삶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스토아, 파스칼, 칸트, 키에르케고르, 니체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항상 자기 삶의 주인이 될 것을 요구했다. 칸트는 타인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판단의 주인이 될 것을 호소한다. 그리고 각자는 용기를 발휘해서 자신이 내린 판단에 대해 무제약적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바로 이것이 칸트가 요구한 계몽적 삶의 모습이다. 역설적이게도 오늘의 우리 시대는 자율적 주체로서 자기 판단에 대해 주인이 되는 주체가 소멸되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 점에서 계몽된 시대가 아니라 계몽되어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인간에게는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보다 잘 사는 것이 문제다. 철학은 잘 사는 삶의 가능 조건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해 왔고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대답했다. 인간은 각자 자신에게 고유한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할 때 행복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에 굴복하지 않고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충족하고자 하는 데서 인간은 항상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우리가 잘 살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우리는 우리 삶에 대해 어느 정도 복수한 것이다. 무지와 오류로 인해 낭비하고 허비한 삶에 대해 더 이상 후회하지 않으려면 삶에 대해 치열하게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릇된 것과 싸우는 것도 우리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빅데이터 시대나 알파고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판단력은 결국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교육이란 결국 자기에게 속한 궁극적인 가능성을 실현하고 완성하려는 노력을 동반한다. 교육을 통한 행복의 성취는 결국 판단력을 키움으로써 판단력 자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서 충족된다. 판단력의 개발은 각자의 몫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교육을 통해 우리는 이런 판단력을 스스로 형성할 뿐이다. 이것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누가 가르쳐 줄 수도 없다. 급조된 덕과 교육은 생명력이 없다.

의문을 갖고 도전하며, 호기심을 충족하고,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가운데 우리는 탐구 능력을 서서히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런 훈련은 평생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자기 훈련의 결과로서 우리는 각자는 스스로를 덕이 있는 자로 만들 수 있다. 덕에 대한 이론이 인간을 덕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훈련과 노력을 통해 자신에게 속한 궁극적인 가능성을 실현할 때 비로소 덕이 형성되고 견고해지는 것이다. 교육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교육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오늘날 파이데이아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단기적인 목표 성취로서의 방법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교육 과잉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빈곤한 역설의 의미다.

괴테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진정한 의미에서 소유할 수 없다고 한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급조된 지식은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고 망각된다. 하지만 원리나 근거에 대한 제대로 된 앎은 지배력과 생명력이 있다. 한국 교육은 빠른 추격자로서의 능력은 보이고 있지만 원리나 근거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유아적인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의문과 호기심과 경이감은 학문의 출발을 형성한다. 우리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위로가 사라진 시대에 릴케는 다음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누가 승리를 말한단 말인가? 인내(忍耐)가 전부인 것을!”

이정일교수님 사진.tif

이정일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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