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과 영화관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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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과 영화관 비화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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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과 영화관 비화

영화 볼 때 왜 팝콘을 먹을까? 높은 마진을 이유로 영화관에서 주로 팝콘을 팔기 때문에, 다른 군것질거리는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등등.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어쨌거나 영화관 최고의 간식은 팝콘이다.

팝콘과 영화관의 조합, 우연일까, 장삿속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연이 있을까? 별 의미 없는 조합 같지만 영화 보면서 팝콘을 먹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다. 국제 정치와 경제적 갈등 때문이다.

팝콘은 처음부터 간식이었을 것 같지만 상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원래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음식이었고 미국인에게도 중요한 양식이었다. 이런 팝콘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것은 엉뚱하게도 1929년 시작된 미국 대공황이 계기가 됐다. 경제난으로 거리에 실업자가 넘치다 보니 주머니 사정 가벼워진 서민들이 배고픔을 면하려고 팝콘을 사먹었다. 경제대공황으로 모든 산업에 불황에 허덕였지만 팝콘 노점상만큼은 돈을 벌었다고 할 정도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기 시작한 것도 대공황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다. 팝콘과 영화는 모두 미국이 뿌리다. 1920년 무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에도 영화를 보며 간식을 먹었지만 처음부터 영화관 간식이 팝콘은 아니었다. 초기 무성영화 시대에는 팝콘 대신 사탕과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봤고 팝콘을 가져오는 사람은 아예 입장 금지였다.

팝콘이 영화관을 더럽힌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관은 당시 가정집에는 드물었던 카펫이 깔렸는데 이런 영화관에 팝콘을 가져와서 먹다가 흘리면 버터기름이 카펫에 묻어 지저분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관측에서는 문밖에 경비원을 세워놓고 팝콘을 가져오는 사람의 입장을 막았다. 영화관 품위에 맞게 팝콘 같은 싸구려 식품이 아닌 사탕이나 쿠키를 먹으라는 것이었다..

극장주가 그토록 싫어했지만 대공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너도나도 팝콘을 먹게 됐는데 1930년대에는 팝콘을 먹지 못하게 하는 영화관은 인기가 떨어졌다. 팝콘 금지가 곧 관객 감소로 이어졌으니 영화관에서 팝콘 먹는 것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영화관=팝콘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팝콘과 영화와는 아무 관계없는 세계 제2차 대전으로 인해 팝콘이 영화관을 완전 점령했다. 팝콘과는 별 관련이 없는 설탕이 계기가 됐는데 그 배후에 일본이 있었다. 2차 대전 중 태평양전쟁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듬해 상반기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했다.

그 결과 미국은 필리핀으로부터의 설탕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태평양 전쟁으로 미국의 설탕수입이 전쟁 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면서 미국은 설탕을 처음으로 전시 배급품목으로 지정했다. 설탕은 우선적으로 군용과 공업용으로 공급됐고 나머지를 민간인에게 배급했다.

설탕이 배급품으로 바뀌면서 엉뚱하게 팝콘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영화관에서 팝콘의 강력한 라이벌은 사탕과 초콜릿, 과자, 콜라, 탄산음료 등이다. 모두 설탕이 원료인 식품들이다. 팝콘 값이 아무리 싸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경쟁 식품이었는데 설탕이 배급제로 바뀌면서 군납을 제외한 모든 민수용 과자와 초콜릿, 탄산음료의 생산이 중단됐다. 만들더라도 설탕 없이 만들었으니 제 맛이 날 리가 없었다.

이때 영화관 틈새를 뚫은 것이 팝콘이었다. 영화라도 보며 전시 스트레스를 날려야겠는데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간식이 팝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극장주 입장에서는 마진도 높았다. 이때부터 영화는 팝콘을 먹으며 보는 것으로 영화관 문화가 바뀌었다. 그리고 전후 미국 영화와 미국 문화가 세계로 퍼지면서 팝콘이 영화 감상의 필수 아이콘이 됐다. 영화관 팝콘에 이렇게 엉뚱한 역사가 개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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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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