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눈깔과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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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눈깔과 우리나라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2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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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가자미라는 생선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푸드IN문학>

 

가자미 눈깔과 우리나라

한국인은 가자미라는 생선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가자미 자체는 물론 광어나 서대 등도 가자미 종류이니 우선 먹는 종류가 많다. 게다가 봄철 보양식이라는 남해안 도다리쑥국을 비롯해 강원도 가자미식해, 경상도 가자미 미역국 등등 별미도 많다.

가자미를 이렇게 많이 먹고 좋아하지만 뒷담화 할 때는 꼭 ‘가자미 눈깔’이라며 한마디 한다. 가자미 입장에서는 먹지나 말 것이지 맛있게 먹고 난 다음에 생긴 것 같고 가자미 눈깔 소리 듣는 게 억울하기 짝이 없겠지만 사실 그렇게 억울해 필요가 없다. 무식한 인간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가자미는 알고 보면 재미있는 생선이다. “내가 조선의 국모”까지는 아니어도 감히 “내가 조선의 물고기”라고 주장하는 생선이다. 가자미가 왜 조선의 대표 물고기라는 것일까? 바로 가자미 눈깔 때문이다.

우리는 옛날부터 별명이 많은 나라였다. 고대로부터 아침 해가 밝게 뜨는 곳이어서 아침 조(朝), 선명할 선(鮮) 자를 써서 조선이라고 했다. 이 별칭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고조선과 조선에서 두 번이나 국호로 삼았다. 숲속에서 닭이 울어 왕의 탄생을 알렸기에 신라는 계림(鷄林)이고, 신선이 모여 사는 동방의 나라이기에 청구(靑邱), 무궁화가 많이 피는 땅이어서 근역(槿域)이라고 했다.

접역(鰈域)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가자미 접(鰈)에 지역 역(域)이니 바로 가자미 땅이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가자미, 넙치, 광어, 도다리, 서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가자미과 생선인 접어(鰈魚)라고 했으니 우리나라를 가자미의 나라라고 부를 만했다.

그런데 예쁘고 날렵한 생선도 많고, 고급 어종도 수두룩한데 왜 하필이면 흔하고 볼품없는 가자미에 비유했을까? 그러니 접역이라는 별명에 불쾌해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조상님들은 오히려 이 별명을 자랑스러워했다.

조선 초 세조는 명과의 외교문서에 우리 땅을 접역이라고 표현했고, 정조 역시 우리 땅은 접역으로 예의를 아는 나라라고 했을 정도다. 가자미 땅이라는 별명이 뭐가 그리 자랑스러웠을까?

이유는 가자미 눈깔에 있었다. 가자미의 특징은 바로 눈에 있다. 좌광우도, 가자미와 도다리는 눈이 오른쪽, 광어와 넙치는 왼쪽에 눈이 몰려 있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보고 눈이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착각했다. 때문에 한쪽 방향밖에 볼 수 없어 혼자서는 절대 헤엄을 칠 수 없다고 여겼고 두 마리가 반드시 짝을 이뤄야 헤엄을 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자미 같은 생선을 눈이 짝을 이뤄야 한다는 뜻에서 비목어(比目魚)라고 했다.

그러기에 가자미를 따로 떨어져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연인,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운명을 함께 하는 사랑이 지극한 부부에 비유했고, 화합과 협동, 신뢰와 믿음을 상징하는 물고기로 삼았다. 옛날 조상님이 우리나라를 가자미의 땅이라며 자랑스러워했던 이유다.

참고로 옛날 전설에서 비목어인 가자미는 동방에 살았는데 남쪽과 서쪽에도 비슷한 동물이 하나씩 있었다. 남쪽에는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사는데 암수의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를 못하고 새다. 서쪽에는 비견수(比肩獸)가 있는데 한쪽 다리가 짧아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의지하지 않으면 걷지를 못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사랑이 지극해서 맛있는 풀이 있으면 반드시 짝에게 먼저 먹이고 나서야 자신이 먹고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함께했으니 비목어, 비익조와 함께 사랑의 상징으로 삼았다.

우리 땅을 접역(鰈域)이라며 자랑스럽게 여긴 이유는 바로 가자미가 비목어여서 가자미 눈깔 때문에 사랑이 넘친다고 본 것인데, 그러니 앞으로 옆 사람이 가자미눈을 하고 쳐다보면 싸우려고 하지 말고 비목어의 눈으로 보는구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분열 대신 화합, 미움 대신 사랑이 넘치지 않을까 싶다. 말 나온 김에 가자미로 사랑의 식사를 함께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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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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