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작-브라운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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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작-브라운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 서성완(문창 10) 학우
  • 승인 2016.12.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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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작>
 

브라운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1974년 4월 18일 오전. 네브래스카 주 버윈의 도살장 직원 필립 브룩스는 도축용 캐틀건을 든 채 지친 표정으로 오늘의 첫 번째 소가 들어올 반입구를 바라보았다. 반입구를 따라 좁은 도살칸에 소가 들어오면 캐틀건을 미간에 갖다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소가 쓰러지면 도살칸의 옆문을 열어 소를 밀어낸다. 동료들은 소의 목에 칼집을 내 피를 뽑고 뒷발에 사슬을 걸어 거꾸로 매단다. 그것이 일상적인 작업 과정이다.

소가 반입구의 회전식 철문을 밀며 도살칸으로 들어오자 브룩스는 소 머리맡에 섰다. 소는 머리를 들어 브룩스의 손에 들린 케틀건을 보더니 - 브룩스의 회고에 의하면 - 뒷걸음질 치며 정확히 이렇게 외쳤다.

“워워워! 아저씨 잠깐만! 설마 그걸로 나 쏘려는 거 아니죠?”
흔히 ‘커스터 카운티 집단 환각사건’으로 알려진 ‘말하는 소 사건’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환청이 들린 거라고 생각했소. 내가 그때는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거든. 근데 뒤를 돌아보았더니 밥과 리스가 모두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거요. 나는 이 소가 진짜 말을 했거나 아니면 이 친구들도 나랑 같이 미쳤구나. 하고 생각했지.”
브룩스가 말했다. 그는 이제 59세이며 텍사스 챔버스 카운티에서 석유시추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스토웰 인근의 캠핑카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인터뷰는 스토웰의 ‘존슨즈’라는 이름의 다이너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턱수염을 기르고 기름때가 묻은 재킷을 입고 있었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으며 가끔씩 기침을 했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박피실에서 작업반장이 나와서 소리를 빽 지르더라고. 이 도축작업이 앞부분이 10분 늦어지면 퇴근이 1시간이 늦어지는 작업이라 화가 날만하지. 씩씩대면서 다가오더니 소가 말하는걸 보고는 들고 있던 칼을 떨어트리더군. 내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소. ‘이 녀석 빼돌려서 서커스에 팔아버릴까?’ 근데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바깥이 시끄러워지는 거요. 우리는 도살장 문을 열고 나갔지. 근데 와. 상상이 갑니까? 도축장 앞에 백 수십 마리의 소가 일제히 지껄이기 시작하는 거요.”
-도살장 앞에 소를 모아둔 겁니까?
“그렇지. 보통 하루에 100두에서 200두 사이를 도살하는데 그때그때 목장에서 끌고 올 수는 없잖소. 그러니까 도살장 앞에는 임시로 가둬둘 축사를 만들어 놓는 거요. 물론 임시 축사니까 말 그대로 울타리만 둘러놓은 정도지. 버윈에는 4개 칸에 200두 정도 가둬둘 수 있었을 거요.”
- 그 다음엔 어떻게 됐습니까?
“우리야 뭐. 어쩌겠소. 축사 담당하는 사람들도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그냥 축사 앞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을 뿐이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소. 처음에는 축사담당 몇 명하고 우리 4명뿐이었는데 어느새 도살장 직원들이 다 나와서 구경하고 있더라고. 나중에는 도살장 앞에 지나가는 차들까지 멈추고 구경하고. 장관이었지. 장관.”
-마리아는 언제 보셨습니까?
“이름까지 알아왔소?”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하기 싫은 듯 찬 물을 들이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손을 들어 올리고는 “이봐. 여기 맥주 한잔.” 하고 외쳤다. 웨이트리스가 퉁명스러운 태도로 테이블에 맥주를 내려놓자 단숨에 반 정도를 마시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 찾아왔을 때 물어 볼 거라고는 생각했소. 수배까지 됐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결국 일은 하나도 못하고 점심을 먹게 됐지. 나는 점심을 다 먹곤 담배를 피우면서 축사를 돌아보고 있었소. 소들이 별별 소리를 다 하더군. 엘비스와 비틀즈 중 누가 더 나은지를 두고 싸우는 놈들까지 있었다니까. 말을 걸어오는 놈들도 몇몇 있었는데 나는 그때 소하고 이야기를 한다는게 영 마뜩찮았소. 원래대로라면 나는 오늘 저 소들의 미간에 구멍을 뚫어줄 예정이었으니까.” 그는 맥주를 마저 마셨다.
“그러다가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그러는 거야. ‘주님께서 당신의 죄를 용서해 주시길.’ 세상에 엘비스와 비틀즈로는 모자라서 이젠 광신자 소라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를 바라보았지. 거기엔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얀 키아니나 종 암소가 서 있었소. 보통 키아니나 종은 주둥이와 꼬리가 까맣게 마련인데 이 녀석은 그야말로 새하얀 색이었소.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지. 나한테 한 이야기냐고. 그 녀석은 죄에 짓눌려 있는 모습에 너무 안타까웠을 뿐이라고 대답하더군. 세상에. 소한테 동정 받은 꼴이었지. 근데 신기하게도 그게 별로 기분 나쁘진 않더군.
-실제로 죄책감을 느끼고 계셨습니까?
브룩스는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다가 웨이트리스에게 담배를 피워도 좋은지 물어보고는 담배를 물었다. 곧 웨이트리스가 재떨이를 가져와 테이블에 던지듯 올려놓았다.
“나는 신기한 기분을 느꼈소. 담배를 끄고 그 하얀 녀석에게 다가가서 어쩌다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원래 그들은 말을 했고 이제야 인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고 인간들도 자신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을 뿐이라고 하더라고. 나는 말도 안 된다고 했지. 그 소들은 너무 완벽한 영어로 대답을 하고 있었거든.”
-완벽한 영어라고 하면 어떤 영어였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한 말은 말을 하는 게 완벽한 영어였단 거요. 문법이라든가. 악센트는 제각각이었지. 레드넥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있나 하면 옥스퍼드 영어로 말하는 놈도 있었고.”
-알겠습니다.
“그 외에는 잡다한 이야기가 이어졌소. 털이 너무 깨끗해서 만져도 되나 싶었는데 만져보니까 무슨 여우털처럼 부드러웠지.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니까 코를 내밀고 손을 핥았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더군.”
-도축장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까?
“첫날은 딱히 어떻게 하라는 소리는 없었소. 그저 맥마흔 회장이 왔었지. 케네디 맥마흔 알고 있소? 지금은 그때보다 더 큰 부자가 됐다고 하던데.”
- 그린힐 사를 설립해서 승승장구 하고 있지요.
“그래. 그때도 어마어마한 부자였지. 커스터 카운티의 모든 농장과 목장이 그의 소유였으니까. 도축장에 온 건 아마 4시나 5시쯤이었을 거요. 슬슬 노을이 보이기 시작한 때였지. 생각보다 젊어서 놀랐소. 나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던 것 같군. 번쩍거리는 검은색 벤틀리를 타고 와선 도살장 앞에 내렸는데 척 봐도 돈 좀 깨질 것 같은 정장에 번쩍거리는 로퍼를 신고 있었소. 질척거리는데다가 소 똥오줌까지 섞여있는 도축장 축사를 딛기엔 아까울 정도였지. 근데 그는 거침없이 들어오더라고. 내가 있던 앞자리를 지나쳐서 건물에서 뛰어나오는 도살장 관리자인 캘러웨이를 향해 다가갔지. 둘은 축사를 돌기 시작했소. 나는 신경을 끄고 하얀 녀석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
-맥마흔씨는 따로 뭔가 대응을 하진 않았습니까?
“그날은 특별히 없었소. 축사를 한 바퀴 다 돌아보고 나서는 다시 정문 앞에 섰을 때 캘러웨이가 나를 불렀소. 나는 하얀 녀석을 두고 둘을 향해 뛰어갔지. 맥마흔이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소. 아직도 기억나. 그야말로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반갑네. 케네디 맥마흔이네.’ 하는데 나는 얼결에 오른손을 바지에 닦아서 악수를 했지.”
-무슨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내가 맥마흔을 상대로 무슨 말을 꺼냈겠소? 그냥 물어보는데 대답을 한 거지. 그래. 처음 질문은 내가 첫 발견자냐고 물어봤소. 아마도 그럴 거라고 대답했고. 그는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기억나는 대로 세세하게 이야기했소. 캐틀건을 어떻게 잡고 있었는지까지 말했을 거요.”
그는 기침 섞인 웃음을 내뱉곤 담배를 껐다.
“축사를 한 바퀴 더 돌아보며 내 이야기를 들었소. 중간에 가끔 말을 끊고는 소 몇 마리에게 이름을 붙이더군. 캘러웨이가 손짓을 하면 축사 담당자들이 그 소 근처에 가서 붙었지. 그 외에는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소. 고개도 끄덕이고 가끔 대답도 하면서.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다시 정문으로 돌아갔지. 캘러웨이에게 몇 가지를 지시하고는 차에 탔소. 그게 아직도 잊히질 기억나는군.”
-지시 내용 말입니까?
“지시 내용도 기억은 나는데 내가 기억난다는 건 차에 타는 방식이요. 차 앞에 서서는 신발을 벗고 차에 올라타더니 로퍼를 손으로 잡고 바닥에 탁탁 내리쳐 털고는 차에서 다시 신더라고. 뭐 그 날은 그렇게 끝났지.”
-지시 내용은 뭐였습니까?
“그냥 자신이 이름붙인 소 중 몇 마리를 데려오라는 것 하고, 따로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도축장을 폐쇄하라는 거였소. 아. 소에게 사료를 주라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군.”
-다음에는 어떻게 됐습니까?
“원래 캘러웨이가 퇴근하기 전에 도축장을 폐쇄하니까 따로 지시가 나올 때까지는 축사담당 외에는 출근 할 필요가 없다고 했었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출근 시간에 맞춰 도살장에 왔지. 하얀 녀석하고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었거든. 글쎄. 내 기억에는 나 말고도 많이들 나왔소. 언제 또 말하는 소를 보겠소. 다들 신기했던 거겠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뭐 처음에는 잡다한 이야기들이었소. 하얀 녀석은 원래 맥마흔 소유의 목장에서 태어난 소는 아니었던 것 같소. 그가 소유한 목장들은 목장이라기보다는 고기 공장이었거든. 하얀 녀석은 짚단이 가득 쌓인 외양간에서 태어났다고 했지. 주인이 독실한 기독교도였는지 태어나자마자 라디오에서 나오는 기도문을 들었다고 하더군. 기도문도 외우지 뭐요.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너희가 찾는 줄을 내가 아노라. 아시오?”
-마태복음 28장 5절입니다.
“어렸을 적에 성경 좀 봤나 보군.” 그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여하튼 하얀 녀석이 있던 목장에서는 하루 종일 교회 방송을 라디오로 틀어놓는 곳이었다고 했소. 얼마나 들었는지 무슨 복음서 몇 장 몇 절하면 바로바로 튀어나오더군. 이거 정말 웃기는 이야기 아니요? 정작 독실한 장로교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지금도 제대로 기억나는 구절이 몇개 없는데 말이야.”
-장로교 집안 출신이십니까?
“그래. 10살이 되던 해부터 부모님이 성경을 외우라고 하실 만큼 독실한 집안이었다지.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봤고 외우지 못하면 매를 맞았소. 기숙사제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몇 년을 그렇게 매를 맞았지만 끝내 성경을 제대로 외운 적이 없소. 정말 외우기 싫었거든.”
- 그런 이야기도 하셨습니까?
“했지. 나도 언젠가는 성경을 외울 수 있을까? 하고 묻기까지 했으니까. 대답이 걸작이라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다듬어 갈라지는 듯한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경은 억지로 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언젠가 브룩스에게도 강복하실 겁니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외우실 수 있겠지요.” 그는 웃었다.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 나 같은 놈한테 주님이 왜 강림하시겠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브룩스는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말없이 팔짱을 낀 채 연달아 3개피를 피고 손을 들어 웨이트리스에게 맥주를 주문했다. 그는 힐끔힐끔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여기는 댁이 내는 거요?”
-제가 내겠습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맥주를 들이키고는 다시 한잔을 주문했다.
“좋소. 내 이야기를 잠깐 하지. 성경은 더럽게 못 외웠지만 공부는 좀 했소.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 들어갔지. 네브래스카 촌놈이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고 생각해보시오. 완전히 별세계지. 특히 60년대는 히피의 시대였고 학생들은 너도나도 반문화, 사랑, 평화를 외치고 다녔거든. 몇 달 지나기 전에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됐소. 마약도 했지. 처음에는 마리화나를 하다가 그 다음엔 LSD로 넘어갔고. 그렇게 취하고 나면 밤새 난교를 벌인 다음 그대로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비-인(Be-in)했지. 나는 내 청춘이 제대로 빛나고 있다고 생각했소. 구원자를 만난 것도 그때였지.”
-구원자라면 찰스 맨슨 말씀입니까?
“예수 같은 사람이었지. 머리를 풀어헤치고 수염을 기른 채 돌아다니면서 사랑과 평화를 전파했소.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다니며 온 곳을 떠돌며 노래를 불렀지. 우리는 그를 숭배했소. 매일 LSD를 하고 밤마다 난교를 벌였지. 지금 생각하면 우리는 스스로를 아담이나 하와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군.”
그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몇 모금 빨아들인 후 기침을 하고는 맥주를 마셨다.
“어디였는지는 잘 모르겠군. 우리는 거의 늘 LSD를 하고 있었거든.
심지어 운전을 할 때도 심하게 취해있었으니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소. 아마도 캘리포니아나 아리조나 어디쯤이었을 거요. 하룻밤 묶고 갈 곳이 필요했고 노인 혼자 사는 꽤 큰 저택을 찾았지. 그가 노인에게 사랑을 설파했고.”
그는 거기까지 말하곤 기침석인 조소를 흘렸다.
“그 사랑이란 게 뭐냐면 집 주인을 우리의 난교파티에 끼워주겠다 뭐 그런 이야기요. 대부분은 좋다고 받아들였지. 우리들은 여자도 남자도 모두 젊고 매력적이었거든. 근데 이 노인은 우리에게 침을 뱉으며 성기가 매독에 썩어 들어가는 히피들과 놀아날 생각 따윈 없다며 호통을 쳤소. 그가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자 허튼소리를 계속 지껄인다면 엽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하더군. 그가 날카롭게 소리쳤소. 뭐라고 했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죽여 버리라는 이야기였겠지.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노인을 쓰러트리고 걷어찼소. 노인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
-아리조나의 유마 카운티 살인사건 말씀이시군요. 그거라면 이미 자수하시고 무혐의로 판결이······.
“그건 내가 죽인 거야.” 그는 매서운 눈으로 으르렁대듯 말했다. “그건 내가 죽인 거라고. 내가 무혐의라고? 멍청한 경찰 놈들.”
그는 한참동안 허공을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팔짱을 낀 채 허공을 노려보며 한참동안 담배를 피워대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다음 날이 돼서야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달았어. 그건 사랑 같은 것도 아니었고 반문화도, 평화도, 비-인도 아무 것도 아니었지. 우린 그저 약에 취해서 힘없는 노인네를 때려죽였을 뿐이야. 나는 사람들이 시체를 치우는 동안 정신없이 뛰어서 도망쳤어. 며칠 동안 걷고, 차를 얻어 타고, 구걸도 해 가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네브래스카였지.”
웨이트리스가 담뱃재가 가득한 재떨이를 치우고 새 재떨이를 놓고 갔다. 그는 마지막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 미지근해진 맥주를 들이켰다. 잠시 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다.
-인터뷰를 계속 해도 되겠습니까?
“그럽시다.”
-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해봐야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후였지. 옛날 친구를 찾아서 소개를 받아 버윈 도살장에 취직했소. 난 그날 담배를 피우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그 하얀 녀석에게 주절거렸던 거고. 그러자 그 하얀 녀석이 나에게 그러더군. ‘브룩스 이리와요.’ 하고. 그 녀석은 미간을 내 얼굴에 갖다 댄 뒤 마치 껴안듯 머리를 내 어께 위에 올려놓았소. 축축하고 뜨거운 콧김이 볼에 닿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지. 그 녀석은 잠시 그대로 조용히 주님께 내 죄를 사해달라고 기도를 올렸고. 기도가 끝낸 뒤 나는 그 하얀 녀석을 마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소.”
- 그리고는 바로 도망치신 겁니까?
“그건 아니었지. 회사에서 소들을 어떻게 할지 아직 몰랐으니까. 잘 풀린다면 소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지.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며칠 정도 있다가 캘러웨이에게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가 왔소. 아침에 출근했더니 도살장 앞에 맥마흔의 차가 서 있더군. 직원들이 도살장 안에 모이자 맥마흔이 의자 위에 올라서서 이야기를 했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놀랐을 거다. 자신들도 예상 못한 상황이다. 쉰 날 동안의 월급은 모두 지급될 거다. 오늘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소. 나는 기겁했지. 솔직히 백 몇 십 마리나 된다곤 하지만 말하는 소는 신기한 거 아니요? 전시라도 하면 돈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설마 죽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
- 그건 아니었을 겁니다.
“왜 그렇소?”
-아닙니다. 인터뷰를 계속 하지요.
“꼭 들어보고 싶군. 나는 지금도 그게 이해가 안가거든.”
그는 완고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대답을 듣지 않고는 인터뷰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사람들이 소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고기 소비는 폭락하게 될 겁니다. 말하는 동물을 먹는 건 아무래도 꺼림칙하지요.
농업도 사료용 곡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같이 무너질 겁니다. 농업과 목축업으로 재산을 모은 맥마흔 씨에게 말하는 소를 전시해서 벌 수 있는 돈은 사업이 무너지는 것으로 잃는 돈에 비하면 바다의 물 한 방울 정도밖에 안될 테고요.
브룩스는 가만히 날 바라보더니 말했다. “당신 똑똑하군.”
-인터뷰를 이어가도 될까요?
“좋소. 어디까지 했지? 아. 그래. 맥마흔이 입에 손을 모으고 소리를 쳤지. ‘작업을 시작합니다! 모두 자리에 돌아가시오!’ 하고. 옆에서는 캘러웨이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맥마흔과 바깥의 소들, 그리고 우리를 번갈아보고 있었지. 이내 조심스럽게 정말로 도살 하냐고 묻더군. 맥마흔은 뭘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 근데 사실 그 때 작업장으로 돌아간 사람은 몇 명 안됐고 대부분은 그 자리에 남아있었거든. 맥마흔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주위를 둘러보곤 의자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왔지. 내게 얼굴을 들이대고는 그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윽박지르듯 말했소. ‘자리에 돌아가서 작업을 시작하게.’ 나는 맥마흔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저었지.”
그는 주머니를 뒤지다가 담배가 떨어진 걸 깨닫곤 인상을 찌푸리며 담배를 피우는지 물었다. 끊었다고 대답하자 한숨을 내쉬며 등을 의자에 기댔다.
“맥마흔은 캘러웨이에게 소리쳤소. ‘캐틀건 담당이 또 누가 있지?’
캘러웨이가 주저하다가 로건을 가리켰소. 맥마흔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로건이 나서서 소리치더군. ‘난 안할 거요.’ 맥마흔은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이 겁쟁이 녀석들. 좋아! 내가 직접 하지!’ 하고 외쳤소. 재킷을 벗어서 캘러웨이에게 집어던지곤 직접 밖으로 나가 도살칸으로 소를 끌고 들어오더군.”
그는 말을 끊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너를 나갔다. 잠시 후 입에 담배를 문 채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혹시 동물을 잡아본 적 있소?”
-없습니다.
“생각보다 잡기가 쉽지 않지. 아무리 좁은 칸에 가둬놓고 캐틀건 같은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한 번에 죽이는 건 경험이 꽤 필요한 일이거든. 맥마흔은 당연히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소의 비명과 함께 맥마흔의 셔츠에 피가 튀었지만 소는 죽지 않았소. 맥마흔은 소의 머리에 구멍을 몇 개나 더 내고서야 겨우 그 소를 잡는데 성공했지. 그러고는 캘러웨이에게 ‘다음 소! 캘러웨이! 다음 소를 보내게!’ 하고 외쳤소. 고개를 돌린 채 그 모습을 외면하고 있던 캘러웨이가 나지막히 ‘오 신이시여······.’ 하고 중얼거렸지. 맥마흔은 낑낑대며 한 마리를 더 잡고는 나와 로건을 노려보았소.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나와 로건은 동시에 안하겠다고 외쳤지. 맥마흔은 ‘좋아! 내가 하지! 소를 더 보내!’ 하고 외쳤소. 맥마흔은 그렇게 1시간 동안 4마리의 소를 잡았소.”
-맥마흔씨가 도살한 소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건 도살도 아니오. 소를 그렇게 죽이면 고기가 질겨져서 먹지도 못하거든. 모두들 그 상황을 그저 보고만 있었기 때문에 도살칸 옆에는 죽은 소들이 그냥 널브러져 있었지. 맥마흔이 그걸 또 보고 고함을 질렀어. ‘뭐하고 있나? 작업 시작 안 할 건가?’ 그러자 다시 몇 명이 자신의 작업장으로 돌아갔소. 잠시 후 두어명이 소의 목을 찔러 피를 빼고 사슬에 거꾸로 매서 박피 작업장으로 보냈지. 그날 맥마흔이 잡은 소는 20마리도 안됐을 거요. 사실 작업장에 돌아간 사람도 얼마 없었기 때문에 그 이상 잡았어도 제대로 작업도 못했을 거고.”
-마리아는 어떻게 됐습니까?
“마리아는 당연히 무사했지. 그래도 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맥마흔이 그녀를 죽일 거라는 건 명백했소. 나는 그때 마리아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그날 밤에 도살장에 숨어들어갔소. 축사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마리아를 깨우고 도망쳐야 한다고 말했지. 축사의 열쇠는 캘러웨이가 가지고 있어서 열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마리아를 도살칸을 통해 건물 안쪽으로 꺼냈소. 마리아는 전적으로 나를 믿고 침착하게 내 지시에 따라 도살칸을 벗어났소. 그때 뒤에서 캘러웨이가 날 부르더군. 기겁을 하고 돌아보니 캘러웨이가 착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
-캘러웨이씨가 당신을 도운 겁니까?
“말하자면 그랬지. 캘러웨이는 묵묵히 나를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 두 개를 꺼내 내밀었소. 하나는 도살장 뒷문을 여는 열쇠고 하나는 트럭 열쇠였지. 뒷문 앞에 주차시켜놨으니 타고 가라더군. 솔직히 나는 화가 났소. 그는 도살장 안의 모든 열쇠를 관리하는 사람이었고 소를 죽이는 것에 대해 가책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따져 물었지. 당신은 하자면 이 도살장의 모든 소들을 풀어줄 수 있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냐고. 그는 한숨을 쉬고는 지금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이며 주님이 용서해 주시길 빌 뿐이라고 대답하더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지만 당신이라면 이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곤 열쇠를 빼앗듯 집어 들었지.”
-캘러웨이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아무 말도 안했소. 그냥 그렇게 서 있었지. 솔직히 미안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분노가 더 컸소.”
-도망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배가 고프군. 뭘 좀 시켜도 되겠소?”
-괜찮습니다.
그는 웨이트리스를 불러 주문을 했다. 웨이트리스가 가자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혹시 알고 있다면 남은 소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시겠소?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월 26일에 주정부에서 유독물질 유출에 의한 집단 환각증상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날 주 방위군이 출동해 도살장을 봉쇄했고 소들은 모두 살처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군.”
그는 물고 있던 담배를 잠시 바라보다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말을 이었다.
“사흘간 자동차를 달려 미시시피까지 도망쳤소. 소형 트럭에 소 한마리만 덜렁 싣고 달리는걸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70년대는 수배전단이 하루 만에 미국 전체로 퍼지는 시대는 아니어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지. 미시시피에 도착한 뒤 트럭을 판 돈으로 티쇼밍고 카운티에 거의 쓰러져가는 외딴 집을 가명으로 구했소. 올드햄 바깥쪽 숲 속에 있는 집이었지.”
-집을 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을 다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소. 집을 구해 들어간 그날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기도를 올렸는데, 집을 나온 뒤 처음이었지. 그건 말 그대로 구원받은 기분이었소. 그녀는 정말로 정성껏 나를 위해 기도를 올려줬고 난 이것이 종교적인 기적일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지.”
-마리아는 어떻게 데리고 계셨던 겁니까?
“처음에는 근처의 농장에 숨길 생각도 했소. 말을 하지 않으면 평범한 소와 다를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이미 소를 키우는 농장 같은 곳은 남아있지 않았지. 모두들 콤바인을 쓰고 있었으니까. 목장은 모두 육우나 젖소를 키우는데 그런 목장에 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집 안쪽을 비우고 마리아의 거주공간으로 삼기로 결정했지.”
-마리아와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그게······.”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남은 맥주를 비웠다. “며칠이 지나서 자고 일어났더니 마리아가 말을 못하고 소 울음소리를 내더군.”
그는 다시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니 괜찮았소. 나는 언젠가 마리아가 다시 말을 할 거라고, 나와 함께 기도를 올려 줄 거라고 믿었소.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다 컸었기 때문에 그녀는 하루에 사료를 한 포대씩 먹어치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 수염을 잔뜩 기르고 가짜 사회보장번호를 만들어서 채석장에 취직했소. 채석장 노동자의 수입은 적지 않았지만 그녀를 먹이자니 하루 벌어서 하루 겨우 사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 그래도 좋았소. 그녀가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해도 그녀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으면 여전히 속죄하는 기분이었소. 언젠가 그녀가 다시 말을 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텼지.”
그는 잠시 팔짱을 끼고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지. 그런 믿음은 매일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던 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었지만, 사실 이제 끝났고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지. 간신히 먹고 사는 그런 생활에서도 벗어나고 싶었고. 그저 나는 그 기도한 첫 날의 구원받는 기분을 잊지 못했을 뿐이었어.”
그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채석장에서 사고가 있었소. 채석장에서 돌 어떻게 캐는지 아시오?”
-모릅니다.
“암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폭탄을 심은 다음 터트리는거요. 커다란 돌덩이를 떼어내면 이제 그걸 적당한 크기로 뜯어내서 쓰는 거지. 그날도 폭탄을 터트렸는데 너무 일찍 터트리는 바람에 돌덩이 하나가 내 다리 에 튀어 뼈가 부러졌소. 나는 보험을 들을 수도, 회사에 뭘 요구할 수도 없었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갔소. 꿰매고, 부목을 대고, 그리고 목발만 받아 나왔는데 몇 천 달러를 청구하더군. 그나마도 동료들이 돈을 좀 모아줘서 할 수 있었던 거고.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어림도 없었지.”
-무릎은 그럼 치료가 제대로 안 된 상태인 겁니까?
“아니오.” 그가 말했다. “제대로 치료를 받았지.” 그는 손으로 무릎을 쓰다듬었다. “동료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목발을 짚은 채 집안으로 들어갔소. 그녀가 서 있더군. 나를 보더니 사료통 앞으로 가서는 음머! 하고 소 울음소리를 냈소. 그때 알아버린 거요.”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건······. 그냥 소였소.”
그는 웃었다. 자조하는 듯한 웃음이었다.
“나는 그 소를 팔았소. 나이는 좀 들었지만 잘 먹여 키웠던 덕분에 꽤 비싸게 받고 팔았지. 다리를 고치고 올드햄의 집을 처분한 뒤 그대로 걸어서 경찰서에 갔소. 소 한테 마리아라니! 세상에. 나는 그저 좀 특이하게 생긴 하얀 소를 앞에 두고 기도를 올리면서 내 죄에서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던 거요! 출애굽기의 유대인처럼 말이요.” 그는 꺽꺽대며 웃었다. “근데 우습게도 보름 정도 구속됐다가 풀려났지. 그 노인을 걷어찼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혐의가 없다니. 심지어 내게 걸린 수배는 1년 만에 풀려 있었고. 나는 내 죄에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더니 세상이 내 죄를 모조리 무시하더군.”
웨이트리스가 접시를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브라운소스를곁들인 스테이크다.
“나는 픽업트럭을 하나 사서 떠돌기 시작했소.” 그는 다이너의 창바깥을 가리켰다. 크라이슬러의 낡은 픽업트럭이 서 있었다. “어디든무슨 상관이겠소? 내 죄 조차 인정하지 않는데. 그저······. 음.”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착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소.”
그는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칼을 들어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브룩스 씨는 74년의 그 사건이정말 있었던 사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칼질을 멈추고 가만히 스테이크를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그건 아마도 진짜 있었던 일이었을 거요. 근데 나한테는 환각과 다를 게 없소.”
그는 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서성완(문창 10)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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