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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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 최슬호(영문 14) 학우
  • 승인 2016.11.3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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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시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최근 광화문에서의 평화시위가 화제다. 시민의식이 돋보였다는 언론의 찬사가 줄을 이었고, 쓰레기를 줍고 차벽의 꽃 스티커를 의경의 수고를 생각하여 자발적으로 떼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시위 후 의경들에게 수고했다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뭉클할 정도였다. 이러한 평화시위는 남녀노소가 다칠 걱정 없이 광장으로 모일 수 있게 하는 좋은 문화이며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선진적인 시민이어야 한다는 프레임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한다면 이는 시위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시위의 본질적 목적은 의사 표현이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목소리를 내는 게 목적이기에 시위는 하는 그 자체로 합목적성을 갖는다. 평화를 지키자는 생각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시위의 목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까지 가리는 수준이라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평화적일 필요 없다’는 듯 들릴 수 있지만 폭력 시위를 하자는 게 아니다. 평화시위는 당연히 지향돼야 한다. 하지만 평화시위를 지향하는 것과 저항 의사를 표현하는 건 충분히 동시에 가능한 일이다.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된다. 한 예로, 차벽에 스티커를 붙인 건 평화적인 의사표현이었다. 하지만 의경을 배려하여 자발적으로 그것을 떼는 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시위자가 대자보를 자진 철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평화는 지켜줄지 모르지만 저항의 목소리까지 떼어내는 일이다. 스티커를 떼는 고생이 걱정이면 경찰이 위헌 판결 받은 차벽을 거기에 세우지 않으면 되고, 더 근본적으로는 매주 경찰과 시민이 대치할 일 없게 박근혜가 정신 좀 차리면 된다. 제발.
 
경찰의 수고를 배려하지 않았거나 의사가 저항적이라고 해서 그 시위가 나쁘다는 건 흑백논리다. 착한 시위와 나쁜 시위는 없다. 목소리를 냈다면 시위의 목적에 합하는 것이다. 희생 없이 이뤄냈기에 명예혁명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혁명을 나쁜 시위이며 불명예라 할 수 있는가. 시위를 하는 이유는 결국 의사표현이며 이 목적이 훼손될 정도라면 필요 이상의 자기검열이 아닐까. 시위는 평화적인 시민임을 검증받는 게 주요 목적은 아니다.
 
미국의 정치인 스토클리 카마이클은 비폭력은 상대가 양심 있어야 통하는 법이라며 저항의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양심은커녕 반성도 개념도 없다. ‘이 정도만 하면 듣고 무시해줄게’라는 기준선을 제시해왔고, 우리는 어쩌면 그 선을 강화하고 지키며 선진적 시민이라는 이름표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잘 좀 정치해주세요’가 아니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려면 결국 그 선을 넘어서야 이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
 
1014? 명지발언대 사진 최슬호.png
최슬호(영문 14)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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