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과 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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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과 딤섬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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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과 딤섬

점심과 딤섬
 

딤섬은 ‘홍콩 만두’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간단한 식사라는 뜻이다. 한자로 점심(點心)이라 쓰고 딤섬으로 읽는다. 그렇다면 정오에 먹는 식사인 우리 점심과도 관련이 있을까? 점심과 딤섬은 뜻도 이상하다. 점찍을 점(點), 마음 심(心)자를 쓰니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음식이나 식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 그 의미를 풀이했다. 허기지다는 느낌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마음에 점을 찍듯이 적은 음식을 먹어 배고픔을 생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점심의 의미라는 것이다. 여전히 헷갈리는데 점심(딤섬)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면 식사의 역사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게 된 것은 불과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심지어 신분에 따른 식사 횟수까지 정한 적도 있었다. 서기 79년 한나라 때의 백호관 회의에서는 전국의 유학자들이 모여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정하고 삼강오륜과 같은 사회규범을 결정했다. 여기서 황제는 하루 네 번, 제후는 세 번, 관리는 아침과 저녁 하루 두 차례 먹으라고 정했다. 점심은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황제와 제후를 제외한 사람들이 하루 두 끼만 먹었던 시절, 시장기를 달래 줄 가벼운 요깃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간식으로 먹었던 것이 바로 점심이다.

‘점심’이라는 단어는 당나라 때 처음으로 기록에 보인다. 『칠수유고』라는 문헌에 아침 식사 전 공복을 메우는 음식이 점심이라고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배가 고플 때 마음에 점을 찍는 것처럼 허기진 마음을 채우듯이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 점심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 문화권에서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한자 점심(點心)의 발음이 달라졌고 의미에도 차이가 생겼다. 우리말에서 점심은 낮에 제대로 먹는 정오의 식사라는 뜻이 됐다. 반면 ‘디엔신’이라고 읽는 중국 표준말과 보통어에서는 과자나 케이크 같은 간식. 즉, 조금 먹는다는 뜻의 ‘샤오츠(小吃)’라는 의미로 남았다. 홍콩에서 쓰는 말인 광둥어 ‘딤섬’은 주로 만두처럼 끼니와 관계없이 가볍게 먹는 식사라는 뜻이 됐고 일본에서는 ‘덴싱(てんしん)’이라고 하는데 의미가 또 달라졌다. 일본어 사전에는 차 마실 때 함께 먹는 가벼운 간식 내지는 과자라는 뜻으로 풀이돼 있으니 양갱이나 만쥬와 같은 화과자가 덴싱에 속한다.
 

점심과 딤섬의 뿌리가 꽤 복잡하지만 어쨌거나 딤섬 먹을 때 참고로 알아두면 재밌고 유용한 구분법이 있다. 딤섬 전문점의 만두를 구분하면 찐만두인 쩡쟈오(蒸餃)와 같은 교자만두, 샤오룽바오(小籠包)와 같은 포자만두, 사오마이(燒賣)라는 만두, 소 없는 찐빵 종류인 만터우(饅頭), 스프링 롤인 춘권(春捲)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작고 투명한 만두를 쟈오(餃), 껍질이 두꺼운 것은 바오(包), 만두 윗부분이 열려있는 것을 마이(賣)라고 하는데 교자만두인 쟈오와 포자만두인 바오를 정확하게 구분하면 발효시킨 밀가루로 빚으면 바오, 숙성된 생반죽으로 빚으면 교자만두인 쟈오가 된다. 딤섬 중 널리 알려진 하가우(蝦餃)는 새우를 넣어 찐 만두로 광둥 음식이다. 얇고 투명한 전분으로 만두피로 빚는데 12개 이상의 주름을 잡아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다. 속에 육즙이 가득 든 샤오룽바오는 작은 찜통에 찐 만두라는 뜻으로 상하이에서 발달해 홍콩으로 퍼졌는데 만두 속 즙을 마시는 음식의 뿌리는 11세기 송나라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니 뿌리가 꽤 깊다. 딤섬의 대표격인 샤오마이는 만두 끝을 봉하지 않고 꽃모양으로 꾸민 만두로 원나라 때 찻집에서 발달했다. 만두 끝을 열어 놓은 이유는 소가 소고기인지 양고기인지 손님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프링 롤, 춘권은 문자 그대로 봄을 돌돌 말았다는 뜻이다. 문학적 표현 같지만 사실은 입춘에 먹는 봄채소에서 발달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혹시 딤섬 먹을 때 아는 척해도 좋을 듯싶다.
 

푸드인문학 칼럼 인물 사진.jpg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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