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에 왜 솔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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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에 왜 솔 떡?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1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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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에 왜 솔 떡?

한가위 보름달에 왜 솔 떡?
 

송편은 추석 음식이다. 솔잎으로 찐 떡인 송병(松餠)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 한가위 보름달에 왜 하필 솔 떡인 송편일까?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특이하다. 중국도 음력 8월 15일은 중추절 명절로 이날 월병(月餠)을 먹는다. 우리말로 하면 달떡이다. 현대의 일본은 양력 8월 15일이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절(お盆節)이지만 옛날에는 음력으로 중추의 보름달(中秋の名月)이 명절이었다. 츠키미당코(月見團子)를 먹었다. 달 보며 먹는 떡이라는 뜻이다. 중국, 일본은 추석 음식이 달떡인 만큼 생김새도 둥근 보름달을 닮았다.
 

반면 우리는 솔 떡인 송편인 데다 달 모양도 아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송편이 반달 모양이라고 주장한다. 보름달은 꽉 찼지만 지는 달이고 반달은 앞으로 차오르는 달이기에 더욱 풍성해지라는 의미라고 말하지만 억지스럽다.
 

『삼국사기』에 거북이 등에 백제는 보름달, 신라는 반달이라고 한 것을 비유해 송편을 반달모양으로 빚었다는 것인데 정확하게는 삼국사기 권 28, 백제 본기 의자왕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문에는 백제 멸망 직전, 여러 징후가 보였다는 내용만 있을 뿐 송편은커녕 추석과 관련해서는 어떤 연결고리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한가위에 왜 둥근 달떡, 월병이 아닌 달과 전혀 관련 없는 솔 떡, 송편을 먹는 것일까?
 

송편의 역사, 추석의 유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편은 사실 특별히 추석에만 먹는 떡이 아니었다. 옛 문헌을 보면 추석을 비롯해 모든 명절에 먹는 떡이었다. 16세기 광해군 때인 허균이나 18세기 정조 때 정약용은 송편을 봄맞이 음식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정월 대보름에 송편을 먹는다는 기록(추재집)도 있고 삼월 삼짇날 음식(도곡집), 사월 초파일(택당집), 오월 단오절(약헌집), 유월 유두절(상촌집)에 송편을 빚는다는 기록도 있다. 겨울철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송편을 빚었으니 추석 명절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 명절 음식이라고 해야 어울린다.
 

다만 추석에 빚는 송편이 조금 특별하기는했다. 추석 송편은 특별히 오려 송편, 혹은 신(新)송편이라고 했는데 가장 먼저 수확하는 올벼를 빻아서 송편을 빚었기 때문이다. 다른 명절에도 모두 송편을 빚지만, 특별히 추석 송편에는 첫 추수를 기뻐하고 감사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송편이 확고하게 추석 명절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다.
 

그런데 왜 하필 솔잎으로 떡을 쪘을까? 복합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과학적인 이유다. 떡에 솔잎 향기가 배면서 맛도 좋아지는 데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예전 할머니들은 음력 8월에 송편을 찌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솔잎을 뜯어다 찐다고 했다. 정조도 홍재전서에 여름철 콩떡은 쉽게 상하니 송편으로 바꾸라고 한 것을 보면 솔잎이 떡의 보존성을 높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속적 이유도 있다. 옛날부터 우리는 소나무가 건강에 좋다고 믿었다.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신선들은 늙지 않는 약으로 솔잎과 국화를 먹었는데 이런 솔잎으로 떡을 쪘으니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지 않고 솔잎 향기 스며들어 맛도 좋은 데다 신선처럼 장수까지 꿈꿀 수 있으니 명절 음식으로는 더는 바랄 나위가 없다.

어쨌거나 우리의 추석 음식 송편은 왜 달떡이 아니라 솔 떡일까? 일단 역사적으로 송편이 가을 보름달 뜨는 추석에만 먹는 떡이 아니었으니 굳이 보름달을 닮은 달떡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또 추석의 유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중일의 추석은 의미가 다르다. 추수 무렵의 가을 보름달을 숭배한 것은 세 나라가 공통이지만 중국 중추절이 명절로 자리 잡은 것은 10세기 이후 송나라 때다. 추수 감사와 함께 가을 보름달이 뜬 것을 기념하며 명절이 됐다. 일본 중추의 보름달도 유래가 비슷하다. 보름달에 방점이 찍혀 있으니 이를 기념하는 달떡으로 명절 음식으로 삼았다.
 

반면 우리 추석은 1세기 신라의 가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달 감상보다는 대동단결의 의미가 짙다. 보름달 기념은 나중에 더해졌고 이차적이다. 그러니 떡도 굳이 달 모양일 필요가 없다.
 

우리 송편이 중국, 일본의 달떡과 달리 솔 떡인 이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송편 하나에도 꽤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푸드 in 문학.jpg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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