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의 금수저,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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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계의 금수저, 재능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5.09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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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계의 금수저, 재능

스포츠 세계의 금수저, 재능

 

우리 사회의 금수저 논란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말을 꼽자면 단연 ‘금수저’, ‘흙수저’다.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들인데,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처음부터 크게 벌어지고 영구히 지속되는 사회의 불합리성을 꼬집고 있어 공감을 얻고 있다. 지금도 SNS에서는 흙수저로서 겪어온 좌절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총선 때에는 한 군소정당이 이를 키워드로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금수저 대 흙수저’ 논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경제적 여건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금수저는 안정적인 좋은 교육을 받아 능력을 갖추고 부모의 인맥으로 사회진출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반면 흙수저는 어려운 형편에 학교 공부도 따라가기 벅차하다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된다. 이들은 애초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기회를 박탈당한다. 기초적인 생활여건이 해결되어야 효과적인 미래를 위한 설계가 가능할진대, 이는 흙수저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다.

 

재능이란 이름의 금수저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금수저와 흙수저는 존재한다. 여기서 그 둘을 가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재능이다. 우리는 그의 자산 현황이 아니라 그 선수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과 감각에 응원을 보낸다. 더욱이 그 선수가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했다면 그 자체로 감동적인 이야기가 돼 더욱 사랑받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인생역전을 만든 선수의 재능에도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스포츠가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 위에서는 아버지가 재벌 총수여도 서민 자제와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물론 이러한 대원칙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심판이나 협회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특정선수의 판정을 유리하게 바꾸는 등의 부정행위가 그 예이다. 유리한 판정을 받은 선수의 부모는 대개 힘 좀 쓰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부정이 드러날 때 스포츠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재능이란 금수저의 위력은 여전히 엄청나다. 특히 부정 판정의 개입 여지가 적은 기록형 스포츠에서 더욱 그러한데, 케냐의 마라톤 선수인 데니스 키메토는 이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한 인물이다. 이십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육상을 시작한 그는 이전까지 직업이 농부였다. 가난한 환경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는 동안 마라토너로서의 재능은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농장 근처에서 훈련하던 마라토너 제프리 무타이의 눈에 띄는 우연으로 재능은 빛을 보기 시작한다. 데니스 키메토는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한 이후, 세계의 유명 마라톤 대회를 휩쓸어 왔다. 운동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선진국의 엘리트 선수를 저만치 따돌린 것이다. 현재 마라톤 세계 신기록도 데니스 키메토의 기록이니(2시간 2분 57초), 이 정도면 재능이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금수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여전히 소중한 땀방울

 

이렇듯 재능이 가지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면 다른 가치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재능이 중요한 스포츠에서도 개인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마라톤 역사상 전무후무한 자질을 가진 데니스 키메토도 결코 마라톤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한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절박했던 가정환경이 육상에 도움이 됐다”, “가족을 돕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달리는 원동력”이라는 답변에서도 마라톤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묻어나온다.

 

데니스 키메토보다 조금 뒤에서 달리고 있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타고난 재능의 크기는 작을 수 있으나 차이를 줄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그 차이가 줄거나 역전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으니 이 또한 의미 없는 땀방울은 아니다.

 

스포츠는 이따금씩 부정으로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곤 하지만, 재능과 노력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례를 보여주면서 우리를 열광하게 한다. 공정성의 추구라는 대원칙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는 한 스포츠는 앞으로도 사랑받을 것이다. 수많은 흙수저가 절망하는 이 땅에서 가장 필요한 것도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 공정성이 가치가 회복되어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데니스 키메토가 탄생하길 소망한다.

 

 사진(장주성).jpg

장주성

‘98%를위한스포츠칼럼 원모어스푼’저자

dragonraja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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