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불스와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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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스와 ‘그 사람’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4.12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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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스와 ‘그 사람’

시카고 불스와 ‘그 사람’

 

한 팀의 운명을 바꾼 남자

사람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가 아닐까? 이와 비슷하게 어떤 스포츠 팀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주 특별한 선수를 만났을 때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한 명의 선수가 팀의 운명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별 없는 만남이 없듯이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영광이 끝나고 난 후에는 이별의 아픔만이 남는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만큼, 그 선수가 특별했던 만큼, 이별의 상처는 깊고 회복은 더디게 진행된다. 손예진과 감우성이 열연했던 드라마 ‘연애시대’는 이별의 속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별이 시작됐다”

NBA의 어떤 팀도 이런 만남과 이별을 겪었다. 농구 역사상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최고로 화려했으며,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바로 그렇다.

 

시카고 불스의 아름다운 시절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을 만난 시카고 불스는 팀 내의 다른 훌륭한 선수들을 거느리고 다시는 없을 전성기를 누린다. 연전연승 매 경기 짜릿한 승리를 가져다주는 팀을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이 찬란했던 시기를 ‘불스 왕조’라고 까지 불렀다.

 

마이클 조던이 뛰는 시카고 불스는 6회의 통합우승(1991, 1992, 1993, 1996, 1997, 1998)을 차지했다. 통합 우승은 30여 개의 미국 프로농구팀 중 최고가 됐다는 의미이다. 넓고도 깊은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런 기록은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NBA 통합우승에 이르는 여정을 생각하면 그 무게감은 다르게 다가온다.

 

한 NBA팀이 통합 우승을 하려면 그야말로 대장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미국 내의 30개 팀은 15팀씩 동부 콘퍼런스(conference)와 서부 콘퍼런스로 나뉜다. 각각의 콘퍼런스는 3개의 디비전(division)으로 구성되는데, 한 디비전에는 5개의 팀이 있다. 다시 말해서 팀 5개가 모여서 디비전, 디비전 3개가 모여서 콘퍼런스, 콘퍼런스 2개가 모여서 NBA 리그가 되는 것이다.

 

각 팀은 11월부터 6개월간 정규 시즌을 가진다. 정규 시즌이 끝난 후에, 상위 8개 팀은 각자가 속한 콘퍼런스에서 1위를 가리는 플레이오프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지만, 아직NBA 파이널이라 불리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양 콘퍼런스의 1위 팀이 맞붙는 NBA 파이널에서 승리해야 그해의 최강팀으로 등극할 수 있다.

 

듣기만 해도 정말 길고 힘든 과정이다. 시카고 불스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통합 우승의 영광을 8년 동안 6번이나 맛보았다. 그 때마다 마이클 조던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할 때, 거기엔 언제나 그가 있었고 팬들은 환호성을 지를 준비를 하곤 했다.

 

이별이 남기고 간 상처

그동안의 눈부신 역사를 뒤로하고 마이클 조던은 98년의 여섯 번째 통합 우승 후에 은퇴를 선언한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수많은 역사를 썼던 팀이건만 시카고 불스는 곧바로 침체기를 겪는다. 과거의 반짝이던 순간들은 말 그대로 과거가 돼버렸다. 불스는 그의 빈자리를 채울 방법을 몰라 방황을 거듭했다. ‘연애시대’의 표현대로였다.

 

“이별이 시작됐다”

시카고 불스의 이별의 터널은 끝이 없었다. 그의 은퇴 직후인 99년도부터 04년도 시즌까지 불스의 성적은 동부 콘퍼런스에서 15-15-15-15-12-14위. 통합 우승에 이르는 여정으로 치면, 첫 문턱인 플레이오프 토너먼트에 참가할 자격조차 얻지 못한 셈이었다. ‘불스 왕조’의 믿기지 않는 굴욕이었다.

 

물론 이별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시카고 불스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하지만 유망주를 영입해오면 부상을 당하고, 나중에 뛰어난 기량을 갖추게 될 선수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등 불운과 실수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불스의 이별은 한두 번의 발버둥으로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아름다웠던 만남이 가장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 법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최근 시카고 불스는 플레이오프 토너먼트에 꾸준히 진출하는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이별의 아픔은 치유된 듯하다. 이별에 있어서 가장 상투적인 말인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스포츠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만남과 이별에 관한 다양한 말들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시카고 불스에게 마이클 조던이라는 선수는 운명적인 인연이었다.

 사진(장주성).jpg

장주성

‘98%를위한스포츠칼럼 원모어스푼’저자

dragonraja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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