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문화상 시 부문 당선작
여름 산장
종이 상자 속에 울새가 담겨 있다
조심스럽게 귀를 가져다 대자 작은 숨이 울렁거리는 것이 들려온다
숲에 갔다 데려왔어
헝클어진 그의 머릿결 위로 아침은 아직 얽혀있고
부러지는 잔가지처럼, 똑 똑
울새는 부리를 들고 종이 벽을 두드리는데
나는 이 속에 있는 것이 정말 새일까 생각한다 그러나 상자를 열면 녀석이 영영 날아가 버릴 것 같다
먼지처럼 가라앉는 침묵, 그는 분명 내 앞에 서있다
상자의 어둠 속엔 울새가 들어있다
그와의 마지막 계절을 나는 산장에서 맞기로 했다
다시 데려다 놓을까?
그의 얇은 눈동자, 속에서 나는 조용히 고개 젓고
뜰 앞의 장미 덩굴은 창틀을 뒤덮고 일순
캄캄해진 산장 안에서 어둠은 우리를 느리게 통과하고
똑 똑
두드려도 벽은 대답이 없다 우리를 울렁이게 하는 게 무엇인지 종이 상자 속에 있는 것이 울새가 맞는지
상자와 산장의 어둠은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에 관해
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 15) 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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