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축하리뷰
필자의 생일은 10월 16일이다. 나는 두 달 전 인생의 24번째 생일을 맞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다. 심지어 날씨도 별로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 아침까지도 생일이라는 것을 잊고 있을 때도 종종 있었다. 생일인 것을 실감하게 하는 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핸드폰에 도착한 몇 개의 생일축하 메시지와 친구들의 페이스북 알림, 그리고 군인일 때를 제외하면 24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끓여두고 나가신 엄마의 미역국이었다.
올해 내 생일 전 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밤을 새워 술을 마신 후 집에 아침에 들어갔었다. 그땐 생일이고 뭐고 피곤해서 누워야겠다는 생각뿐 이었는데 자기 전에 목이 말랐다. 물을 마시러 주방에 들어가자 끓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김이 나고 있는 미역국이 가스레인지 위에 있었고, 식탁 위에는 생일 축하하고 사랑한다는, 항상 당신 아들을 믿는다는 엄마의 쪽지가 놓여있었다. 생일마다 으레 있었던 미역국이 그땐 왜 새롭게 느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던 중 비수같이 가슴에 꽂힌 엄마의 ‘믿는다’는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임감을 느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날 24번의 생일을 맞으며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낳아줘서 감사하고, 항상 믿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친한 친구 두 명의 생일을 한번에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술자리가 있었다. 대학 동기로 만나 지금까지 5년 동안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지만 작은 케잌이나 목도리 정도를 제외하면 선물을 따로 챙겨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왠지 선물을 준비해보고 싶었고, 나머지 친구들과 나는 미리 만나 그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인 친구에게는 시계를, 여자인 친구에게는 갖고 싶어 하던 옷과 향초를. 선물을 받은 24살의 내 친구들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고 선물을 찍어서 여기저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 자리에 모여서 이렇게 기쁜 날을 축하 할 수 있다는게 대단한 인연으로 느껴졌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생일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