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신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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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계급사회
  • 류승우 기자
  • 승인 2015.11.30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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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2015년 신계급사회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우리나라 헌법 11조 1항이다. 이 조항에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논란이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금수저ㆍ흙수저로 대변되는 ‘수저계급론’이다. 수저계급론에 따르면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금수저ㆍ은수저ㆍ동수저ㆍ흙수저로 자신이 속한 계층을 분류할 수 있다. 이는 헌법 11조 1항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금수저ㆍ흙수저 논란이 왜 생겼는지, 그러한 주장들이 가지고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또한 금수저ㆍ흙수저 논란이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해결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어봤다.

 

짙어진 박탈감, 옅어진 능력주의

흙수저ㆍ금수저 논란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되어오고 있는 부의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들 수 있다. 양극화는 사회계층 간의 불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요인이다. 양극화가 시작되면 고착화됨과 동시에 사회계층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흙수저ㆍ금수저 논란은 부의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다가 자식세대로 넘어가서 심화되고 있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만약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이런 절망감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이유로 자본주의의 근본이 되는 ‘능력주의’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능력주의’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비례해 보상을 해주는 사회시스템을 뜻한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이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지켜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공정한 경쟁’인데 청년들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보다는 불공정, 불평등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모 잘 만난 사람보다 잘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화여자대학교 권민혜 학생(행정학과 12)은 “‘수저’ 라는 표현에서 자신의 윗세대의 경제적 배경이 현재 자신의 학벌, 직업 혹은 그 이상을 것들을 결정짓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상속, 금수저들의 무임승차 방법

일각에서는 흙수저ㆍ금수저 논란에 대해 ‘개인이 노력을 하지 않고 사회 탓만 한다’며 ‘능력으로 극복하라’고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했듯이, 능력주의는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상속’이 ‘능력’을 이기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표됐다.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재산에서 상속ㆍ증여로 취득한 재산 비중이 1980년대엔 27.0%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에는 29.0%, 2000년대에는 무려 42.0%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이 쌓은 자산이 모두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1980년대에는 27만 원이 부모에게 상속받은 것이고 나머지 73만 원은 자신의 노력으로 모은 것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상속으로 쌓인 자산이 42만 원으로 늘어나고 자신의 노력으로 모은 자산은 58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율의 경우 1980년대엔 5.0%였다가 가장 높았던 2010년대에 들어서는 8%에 육박했다.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상속 비중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상속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해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전체 자산에서 상속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기준으로 독일(42.5%), 스웨덴(47.0%), 프랑스(47.0%), 영국(56.5%)이 한국보다 높았다.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대 연평균을 따졌을 때 스웨덴이 8.2%, 영국은 8.2%로 우리나라와 비슷했고 독일(10.7%), 프랑스(14.5%)는 더 높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속 자산의 기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서구 국가들을 따라잡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러한 부의 대물림이 계속된다면 계층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 차별적으로 분배되는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 부의 세습과 무형의 상속 자산이랄 수 있는 특권과 특혜의 대물림 등과 같은 비능력적 요인들이 진학과 취업, 승진, 소득, 부의 격차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부에 대한 좌절감이 소위 ‘금수저’들에 대한 분노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도 더 이상은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살면 먹고 살만해 질 수 있다는 믿음을 잃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기’는 없다

김낙년 교수는 이런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가속화된 이유로 우리나라의 저성장과 급속한 고령화를 들었다. 고도성장기에는 부모에게서 자산을 물려받지 않아도 자수성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로 투자와 저축이 감소하면서 상속, 증여가 중요한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더 이상은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민혜 학생은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되었던 시대에는 개천이 많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지금, 용이 나올 수 있는 개천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들도 계층의 고착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도입부터 논란이 많았던 ‘로스쿨 제도’가 그중 하나이다. 사립대의 경우 로스쿨의 한 학기 등록금은 무려 1900여만원 정도이다. 일반적인 가정의 학생은 부담할 수 없는 금액이다. 로스쿨 제도가 부의 대물림을 강화시킨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일반 가정의 학생이 어렵게 등록금을 받아서 로스쿨을 마친다고 해도, 졸업한 뒤 취직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배경으로 인해 차별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뉴시스가 공개한 자료에는 현직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사회 고위층’이라고 불릴만한 인사들의 자녀가 대거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에 대형 로펌에 취직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였다.

계층 고착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다른 제도로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이른바 ‘효도 장려 법안’이 있다. 효도 장려 법안이란 자녀가 부모와 5억 원 이하 주택에 10년 이상 같이 살면, 집을 물려받을 때 주택 상속세를 물리지 않도록 한 법안이다. 조건으로는 자신의 부모가 1가구 1주택이어야 하고, 상속받는 시점에서 자녀가 무주택자여야 한다. 전통적인 효 사상만으로는 현재의 노인 부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어서 나름 합리적인 법안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주소만 옮겨놓고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주소지만 부모와 같게 해놓고는 사실상 따로 거주하더라도 법적 기준으로는 동거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현행 상속세 법에 따르면 5억 원까지는 일반적으로 비과세다. 즉 5억 원 이하의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애초부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효도 공제 5억 원까지 합하면 공제 혜택은 10억 원까지 늘어난다. 쉽게 말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값이 10억 원을 넘지 않는다면 상속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집값이 5억 원 이하인 상속자들에게는 법의 개정 전이든, 후든 추가로 공제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금수저’들에게는 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 만큼 공제 혜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실제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재산을 상속받은 이(28만 2232명) 중 5억 원 이상 상속자는 3.5%(9725명)에 불과했다.

 

수저계급론을 해결할 방안은?

현재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자리 확대와 경기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낙년 교수는 수저계급론과 같은 불평등을 없애는 핵심적인 요인은 ‘성장’이라고 말한다. 우리 경제는 1980년대 연평균 8.8%, 1990년대 7.1%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당시 개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를 쌓을 수 있었고 이 기간엔 저축률도 30%대로 높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경제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정책이란 좀 더 경쟁적인 제도를 말한다. 서비스업의 경우로 예를 들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편하게 수입을 올리는 경우를 제대로 경쟁이 되게끔 해주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주장하는 세금 인상이 있다. 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후 수익률을 낮춘다면 둘 사이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잠시나마 평등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세금 때문이라고 토마 피케티는 말한다.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각국은 고소득자에 높은 세금을 물렸고, 그 결과 자본축적의 속도가 늦춰지면서 자본주의 경제의 불평등화 요인을 억누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의 불평등도 누진성을 가진 소득세, 상속증여세, 재산과세로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해결방안을 당장 찾기 어렵다면, 정책을 만들 때 지금보다 많은 청년들의 참여를 독려해서 그들로부터 직접 해결방안을 얻는 것이 좋다. 또한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려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선거를 보면 표를 얻기 위한 타깃에서 청년이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 주로 40ㆍ50대가 중심이었다.

또한 기성세대의 양보가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수저 계급론을 단순히 청년들의 불평으로 보기보다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국가’를 위한 해결 방안을 청년층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

 

 

류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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