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소속사와 가수들의 분쟁, 열정과 돈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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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소속사와 가수들의 분쟁, 열정과 돈의 상관관계
  •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4.12.0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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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소속사와 가수들의 분쟁, 열정과 돈의 상관관계

계속되는 소속사와 가수들의 분쟁, 열정과 돈의 상관관계

  과거에 가수들이 음반을 발표하고 미친 듯이 앨범을 팔던 시절, 가수들은 음반 수익을 거의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작자들은 ‘내가 앨범을 내줘서 네가 성공한 것이며, 너는 밤무대를 비롯한 행사를 통해 충분히 돈을 버니 앨범으로 번 돈은 내 것’이라고 여겼다. 이것에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이 서태지다. 서태지는 자기의 기획사를 차렸고, 자신의 저작권을 지켰고, 자신의 음악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남에게 강탈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십여 년이 흘렀다. 과거의 비상식적인 계약 관계는 이제 상당히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소속사와 가수들의 계약 분쟁은 일어나고 있다.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 그 당연한 일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소속사와 소속 가수 간의 계약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용’에 대한 것이다. 보통 계약서는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것을 수익으로 산정하고 이를 소속사와 소속 가수들이 나눠 갖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도대체 ‘비용’을 어디까지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기획사들은 한 팀의 가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선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데뷔 전까지 이들에게 들어간 '비용‘을 모두 회수하고 나서야 소속 가수들에게 돈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들은 열심히 활동하고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얼토당토않은 수익을 분배 받게 된다. 특히 다수로 이루어진 팀의 경우에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소속 가수 입장에서는 자기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분노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돈을 들여 겨우 키워났더니 소속 가수들이 변했다고 말한다.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감사하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던 사람들이 뜨고 나니까 자기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에 들어간 자원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 연예사업은 ‘All or Nothing'이라고 볼 만큼 위험이 큰 사업이다. 뜨기 전까지, 성형수술 비용, 연습실, 숙소, 안무, 음악 구매 등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뜨지 못하면, 그렇게 많은 비용을 하나도 회수할 수 없으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제작사의 방식도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비용‘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면, 제작사의 터무니없는 비용 처리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회사 임직원의 놀고먹고 마시는 돈까지 비용으로 처리한다면 그것에 납득할 수 있는 소속 가수가 있을 리 없다. 사업적으로 장난을 쳐서 비용을 증가시키고 뒷돈을 챙기는 방식도 있다. 이런 경우 소속가수들이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연습생들은 자기의 꿈을 향해 어떻게든 나아가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네 꿈을 위해서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해라’ㆍ‘내가 너 일 시켜주고 연습시켜주고, 데뷔시켜 주면 고마운 줄 알아라’ㆍ‘떴으면 감사해라’

이건 ‘열정페이’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만약 처음부터 소속사가 정확하게 어느 것이 비용으로 처리되며, 어느 정도의 비용이 탕감된 후에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그래서 매월 그 항목을 나누고 공유한다면, ‘내가 널 키웠으니 그냥 열심히 하면 알아서 챙겨줄게’와 같은 주먹구구식의 방법으로 인한 문제는 상당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하고 나서야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도 사라질 것이다. 투자비용이 회수되는 순간까지 기획사가 더 많은 수익 분배를 가져가는 것은 납득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가수가 된 이들은 아무런 동기부여도 받지 못할 것이고, 자기의 열정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열정페이’가 일반화되는 사회에서, 나를 키워준 것이든, 혹은 나에게 투자를 한 것이든 무엇이든 내가 한 일에 대해 그래도 합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보상받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 방향이 맞는다는 것이다. 열정에 대한 페이는 현금으로, 그것도 투명한 과정을 거쳐 합당하고 납득가능한 수준의 현금으로 이뤄져야 한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ㆍ블로그 trjse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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