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싸움에 지쳐버린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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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싸움에 지쳐버린 대학가
  • 서상혁
  • 승인 2014.12.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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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기식 대학평가에 가려진 속사정

순위싸움에 지쳐버린 대학가

줄세우기식 대학평가에 가려진 속사정

 

‘동국대ㆍ건국대ㆍ시립대 약진’

지난 6일 중앙일보에서 보도된 ‘2014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 순위’에 대한 기사 제목이다. 대학교육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대학종합 순위평가. 하지만 대학평가가 학벌주의의 심화를 야기한다면서 평가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9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학문을 뒷전에 두고 오직 거대 언론사의 평가점수에만 목을 매는 대학들에 각성을 촉구한다”며 언론사의 대학평가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6일 중앙일보사 앞에서는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한양대학교ㆍ경희대학교ㆍ동국대학교 등 서울 소재 7개 대학 총학생회가 이 날 오전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를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에서 “대학종합평가는 대학마다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특정 기준에 따라 일렬로 세우는 평가에 불과하다”며 평가기준에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기사 제목에서부터 ‘순위’ㆍ‘서열’을 강조하며, 시각자료까지 제시해 노골적으로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며 “대학의 서울 집중화, 부의 세습화와 같은 학벌주의의 병폐를 꼬집으면서도 대학의 서열을 굳건하게 지키는 도구가 된 대학순위평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오히려 대학의 본질을 훼손시킨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본지는 각 대학교 총학생회를 인터뷰하여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가진 문제점, 개선방향과 학생들은 이런 대학평가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뿔’난 학생들

이러한 일련의 대학평가반대 성명에 대해 중앙일보사는 “지난 21년간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를 통해 국내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며 “대학생들의 이번 문제 제기도 귀담아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평가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대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NATE’에서 325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언론사의 대학평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약 79%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본질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답했다.

본지는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각 대학교 총학생회를 대상으로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거부하게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측(이하 경희대 총학)은 “학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교육문제들이 대학평가의 지표를 맞추기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평가가 발표되기 전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측(이하 동국대 총학)에서는 “최근 우리대학에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제대로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학사제도가 생겨났다”며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대학을 줄세우는 언론사와 그 줄에 앞장서기 위한 학교의 행태는 동국대 학생들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 거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대학평가가 조장하는 대학의 서열화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지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경희대 총학은 “현재 언론사 대학평가는 각 대학이 가진 특수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며 “대학이 순위를 높이기 위해 지표에만 몰두하다보니, 교육의 질을 고민하기 보다는 수치경쟁에 매몰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국대 총학은 “하나의 기준에 따라 일렬로 대학을 줄 세우는 평가방식이 문제”라며 “그러한 기준이 정량화 가능한 것에만 치중돼, 대학은 순위 향상을 위해 당장의 눈에 보이는 조치에 집중하고 결국엔 교육의 질 하락과 대학 본연의 목적까지도 잃어버리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측(이하 고려대 총학)은 “대학의 방향은 스스로가 설정하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며 “언론사의 평가는 이러한 대학을 점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나, 현재의 평가는 논문 수나 투자액 등 수치에 치중된 평가”를 하고 있어 학교보다는 학생위주의 대학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학생 차원에서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언론사의 대학 줄세우기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중인 김하경(사학과 11) 학생은 “대학의 순위를 정하는 평가가 정말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대학교에 재학중인 최현아(항공우주기계공학부 14) 학생은 “언론사에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순위를 정한다고는 하지만, 현재 평가하는 지표들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성취도 평가와 같이 학생들 위주의 지표가 필요하다”고 평가지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서열화? 정량지표?,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가진 문제점

앞선 설문조사와 인터뷰에서 많은 대학생들은 획일적인 정량지표로 결정된 대학 순위와 그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를 대학평가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 언론사에서 내세우는 정량지표는 △교수의 논문 수 △국제화 수치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등이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앞서 언급된 것과 같은 동일한 정량지표로 모든 대학의 순위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정미 연구위원(이하 이 연구위원)은 “언론사들은 대학평가로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데, 사람들은 보여지는 순위 그 자체만으로 대학을 인식하게 된다”며 “하지만 대학이라는 기관은 절대 순서를 매길 수 있는 기관이 아니며, 대학이 가지는 특성이나 목적 또는 비전이 모두 다른상황에서 단일한 지표를 가지고 언론사가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대학의 질적수준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대학의 여건이나 특성을 고려하는 정성평가를 해야 하지만, 언론사에서는 평가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정량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이하 임 연구원)은 “학교마다 규모ㆍ재정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정량지표들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두 전문가 모두 정량지표가 가지는 한계점을 꼬집었다. 한편 강원대학교 교육학과 남수경 교수(이하 남 교수)는 “초창기 대학에 대한 지표나 통계들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을 때는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대학평가가 의미 있었으나, 현재는 각종 정보공시사이트에서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금방 알 수 있다”며 “현재상황에서 국제화지수, 논문 수 등을 토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언론사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구할 수 없는 지표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무시할 수가 없다. 임 연구원은 “대학평가 결과는 한창 대입 수시모집기간에 발표하기 때문에, 대학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며 대학평가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학들은 평가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두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첫 번째 문제는 대학의 획일화. 모든 대학들이 동일 기준하에 평가를 잘 받기위해 노력하다보면 결국엔 각 대학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성들을 잃고 비슷해져 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대학마다 상황이 다른데, 지표를 표준화 시켜서 마치 모든 대학들이 그 평가지표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마냥 인식하게 해 그것을 따라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국제화 지수를 예로 들어 “요즘 많은 대학들이 국제화 지수를 높이려 원어강의를 개설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작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강의에 대한 성취도가 떨어지게 되는 폐단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대학평가가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대학들이 평가받는 지표에만 집중해, 평가를 받지 않는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교수학습 과정을 예로 들어 “최근에 중시되는 것은 대학의 교수학습 과정인데, 이 경우에는 평가하기도 곤란하고, 정량적인 지표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 평가에서는 빠져있다”며 “때문에 대학에서는 정작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교수학습 부분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교육 여건과 같은 정량지표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내내 평가, 많아도 너~무 많아!

한편,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제외하고도 대학들이 1년에 받는 평가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정지원제한대학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 △산학협력선도대학 △대학특성화사업 △교육역량 강화사업 △건축학교육인증 △공학인증평가 △BK21 등 정부기관, 대학협의체 등에서 시행하는 평가가 약 13개 가량 됐다. 이에 대해 지난달 7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학평가는 보통 입시철에 발표되는데,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좋은 학생 선발을 위한 학생평가에 주력할 시기에 언론사의 대학평가와 교육부ㆍ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실시하는 평가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학들이 교육보다는 평가에 대한 대비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에 임 연구원은 “대학들이 평가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며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학교를 이끌어 나가야 하지만, 많은 평가로 인해 평가를 잘 받는 것이 대학의 목표가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대학의 경우 1년에 약 7~8개의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대학 기획조정실 평가감사팀(팀장 전원기) 백상현 과장(이하 백 과장)은 “언론사의 대학평가의 경우 모든 대학이 참여하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는 압박감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학사운영, 교육적인 역량을 올려야 할 시기에 눈에 보이는 지표를 올리기 위해 지표에 많이 집중하게 되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평가감사팀이 없었지만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평가감사팀이 생겨나게 됐다”며 “통계자료를 관리하면서 평가지표까지 올려야 하는 것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고 평가를 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대학평가의 발전방향과 대학평가에 대해 학생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시각은?

대학평가가 정말 필요하냐는 물음에 인터뷰를 나눴던 각 대학 총학생회 측과 전문가들은 모두 대학평가의 순기능에 대해서 인정했다. 남 교수는 “순위 평가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며 “영역마다 순위를 매기게 되면 각각의 영역에 대해 대학들이 노력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대학평가는 대학으로 하여금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며 두 전문가 모두 대학평가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했다. 동국대 총학은 “평가가 없는 대학은 나태해지기 쉽고, 대학평가는 그에 대한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천편일률적이고 정량적인 지표가 아닌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학마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의 개선방향도 제시했다. 남 교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OECD에서 실시하는 AHELO평가를 예로 들었다. AHELO평가는 분석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전달능력 등을 대학 입학 시와 졸업을 앞둔 시점에 비교평가해 학생들이 대학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가늠하는 평가다. 남 교수는 “AHELO 평가와 같이 기존의 연구성과 등과 같은 정량지표로 대학을 서열화하는 것이 아닌, 대학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교육역량과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과장은 “대교협에서 실시하는 산업계 관점대학평가 같은 경우엔 대학을 평가하는 동시에 산업계 관련 인재를 배출하려면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방향을 제시해준다”며 “위와 같이 지금 이미 나와있는 수치로 매년 평가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대학에게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평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백 과장은 “우리나라는 어떤 평가든 모든 대학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서열화가 과열되게 된다”며 “언론사에서 대학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하나의 분야를 특성화 시켜서 따로따로 평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대학평가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냐는 물음에 고려대 총학은 “대학들은 대학평가에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다”며 “언론의 소비자로써 대학평가에 흔들리지 않아야 대학도 대학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언론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학평가에 대해 논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학생입장에서 대학평가를 찬성 또는 반대의 시각으로 접하기 보다는 대학평가가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일 뿐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라며 발표되는 순위가 절대적인 대학의 질적수준이라고 인식하는 것을 지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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