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것’도 결국은 ‘더 사악한 것’
상태바
‘사악한 것’도 결국은 ‘더 사악한 것’
  • 이유진
  • 승인 2014.11.2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C몽과 노홍철의 사이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리어왕」2막 4장에는 다음과 같은 풍자가 나온다. “사악한 것들도 아직 예뻐 보이는군. 더 사악한 게 있을 땐 최악이 아니란 게 칭찬을 좀 받는구나.”

최근 한 가수의 연예계 복귀 소식에 세간이 시끄럽다. 5년 전, 병역비리 혐의로 자숙을 선언한 바 있는 가수 신 모 씨가 그 주인공. 입대를 차일피일 미루며 결국 자의에 의한 군 면제를 이뤄낸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신 모 씨의 복귀에 대한 조롱으로 그의 예명을 활용한 ‘대몽항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군가인 ‘멸공의 횃불’을 각종 음원차트와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올려놓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한 방송인의 자숙을 위한 하차 소식에 세간이 시끄럽다. 지난 8일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린 방송인 노 모 씨가 그 주인공. 그러나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물론, 죄의 경중과 노 모 씨가 겪은 억울한 정황에 따른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 경우는 좀 봐주고 싶다’는 댓글 혹은 사건의 전말을 정부와 연관 짓는 음모론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는 점은 범법을 대하는 대중의 일관성에 의문이 들게 만든다.

본지는 지난 978호 사설에서 ‘부패척결이 대한민국의 미래’임을 강조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부패와 정부」의 저자인 수잔 로즈 액커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패의 적발확률이 높을수록 처벌 가능성이 클수록 처벌의 강도가 높을수록 부패는 감소한다.” 이는 물론 정치적 부패에 초점을 두고 한 말이지만, 사회적 부패의 해답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 부패의 근절이 법 집행부의 의지에 있다면, 사회적 부패의 근절은 여론의 감시에 있다. 여론의 당위성은 대중의 일관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진실로 부패의 척결을 원한다면, ‘더 사악한 것’에 가려진 ‘사악한 것’에 대한 간과를 경계해야할 시점이다.


기자사진.jpg

필자: 서동국 기자 bbbear11@mj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