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리어왕」2막 4장에는 다음과 같은 풍자가 나온다. “사악한 것들도 아직 예뻐 보이는군. 더 사악한 게 있을 땐 최악이 아니란 게 칭찬을 좀 받는구나.”
최근 한 가수의 연예계 복귀 소식에 세간이 시끄럽다. 5년 전, 병역비리 혐의로 자숙을 선언한 바 있는 가수 신 모 씨가 그 주인공. 입대를 차일피일 미루며 결국 자의에 의한 군 면제를 이뤄낸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신 모 씨의 복귀에 대한 조롱으로 그의 예명을 활용한 ‘대몽항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군가인 ‘멸공의 횃불’을 각종 음원차트와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올려놓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한 방송인의 자숙을 위한 하차 소식에 세간이 시끄럽다. 지난 8일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린 방송인 노 모 씨가 그 주인공. 그러나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물론, 죄의 경중과 노 모 씨가 겪은 억울한 정황에 따른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 경우는 좀 봐주고 싶다’는 댓글 혹은 사건의 전말을 정부와 연관 짓는 음모론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는 점은 범법을 대하는 대중의 일관성에 의문이 들게 만든다.
본지는 지난 978호 사설에서 ‘부패척결이 대한민국의 미래’임을 강조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부패와 정부」의 저자인 수잔 로즈 액커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패의 적발확률이 높을수록 처벌 가능성이 클수록 처벌의 강도가 높을수록 부패는 감소한다.” 이는 물론 정치적 부패에 초점을 두고 한 말이지만, 사회적 부패의 해답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 부패의 근절이 법 집행부의 의지에 있다면, 사회적 부패의 근절은 여론의 감시에 있다. 여론의 당위성은 대중의 일관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진실로 부패의 척결을 원한다면, ‘더 사악한 것’에 가려진 ‘사악한 것’에 대한 간과를 경계해야할 시점이다.
필자: 서동국 기자 bbbear11@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