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풍경이, 슬프다
DMZ 풍경이, 슬프다
우리나라의 DMZ 구역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금단의 땅으로 당당히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우쭐함을 동반한 기쁨을 느끼지만 곧 마주하게 되는 풍경에 당혹스러워지기 때문이다. DMZ 구역에는 특별한 것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던 우리 앞에 전쟁 후 59년 동안 방치된 황폐한 풍경만이 펼쳐진다. 그 풍경을 마주한 우리는 매우 사실적인 현실 앞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도대체 DMZ 구역은 전쟁과 평화 사이의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새벽녘 철조망 건너 어스름 속에서 흘러가는 물줄기와 안개로 뒤덮인 울창한 숲, 드넓게 펼쳐진 논밭은 우리에게 이 구역이 전쟁과 평화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말해주지 못한다. 반복되는 일상은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이어진 155마일의 철조망은 현재도 끊임없이 긴장을 요구하고 있다.
망원렌즈를 들고 분단의 풍경을 접수하러 다녔다. 하지만 병풍처럼 늘어선 산줄기의 아름다움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던 깊은 계곡도, 고라니와 백로가 함께 물을 마시던 에덴동산도 다가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풍경을 움켜쥐듯 망원렌즈를 당겼지만, 정작 그곳으로는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했다. 가슴이 시렸다. 그리하여 이 풍경을 사랑하기로 했다. DMZ 구역의 사람, 동물, 풀 한포기도 의미 없지 않기에, 그곳을 기록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기에 그랬다. 먼 훗날 평화로울 때, 이 사진이 긴장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는 교훈의 도구가 되길 기원한다.
필자: 이상엽 다큐멘터리 작가
저작권자 © 명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