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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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 명재영
  • 승인 2011.09.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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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만드는 모든 이미지는 이데올로기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현실이라고 믿는다. 즉,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목적, 욕구, 태도 그리고 기대에 따라 감각적 정보를 변형시켜 본다. 이것은 카메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주위의 모든 것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특정한 사람들, 그 사람의 표정, 어떤 특정 포스터를 알아차리게 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관심사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각자의 상태에 따라 ‘채색’된 것이다.

사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눈에 정보가 들어가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그 정보를 뇌에서 인식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는 이러한 점을 잊어버리고 산다. 너무나도 자연스레 우리가 가진 편견들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면서 심지어 보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 작동하는 기제가 선험적 지식이 없는 경험주의다. 본질적으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본 것을 실증적 증거로써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는 카메라의 시각 또한 그러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진이나 TV 영상의 이미지는 한 개인 또는 기관- 광고회사, 방송국, 신문사, 기업 홍보회사, 인터넷 포털 등 정보 생산 및 유통 기관의 지각 세계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가치 중립적이지 않고 편파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성향은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것, 예술적인 것 또는 이데올로기적일 수도 있다. 한 사회 권력의 기대치나 목적 그리고 의지는 그들로 하여금 이미지를 선택하고 강조하며 통제하고, 미화시키거나 추하게 만들도록 한다. 

사진영상을 직접 찍는 전문가들 또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타협하며 자신들의 일 일부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영화계 스타의 목을 길어 보이게 만드는 것, 가난을 지저분한 것이 아닌 고귀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 그리고 정치 지도자를 폄하하거나 반대로 미화하는 것 모두가 가능하다. 그들이 아무리 정직하게 일한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가치 중립적 메시지의 전달자가 될 수는 없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카메라는 인간의 지능으로부터 나온 도구이다.

영국 출신의 유명한 사진 비평가인 빅터 버긴(Victor Burgin)이 언급한 바와 같이 관람자로서도 순수한 이미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항상 언어가 개입한다. 즉, 우리는 사진영상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이미지를 볼 때 모든 개인적, 사회적 취향과 경험 그리고 지식을 연관 지어 인식한다. 이러한 마음속에서 그려진 ‘의미’들이 지각을 구성해내는 것이다. 우리는 순수하게 망막에 맺힌 이미지만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가 만드는 모든 이미지는 이데올로기다.

박주석(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문화자원기록전공) 교수
[명진칼럼] 박주석 교수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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