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약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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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약이 쓰다
  • 이재희
  • 승인 2011.04.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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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약이 쓰다
지난 2일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2부 프로그램 ‘PD수첩’에 대한 인사발령이 났다.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검사와 스폰서>편으로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던 최승호 PD는 시사교양국 3부 ‘생방송 오늘아침’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으며, 앵커 역시 다른 프로그램 관리 담당자로 발령받았다. 결국 이번에 전출된 PD수첩 소속 PD는 전체 11명 중 6명이다. ‘1년 이상 근무한 PD는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변명하더라도 인사발령을 받은 PD 중 일부는 해당 부서에서 근무한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PD수첩에 대한 인사발령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문화방송 국장은 지난 9일 PD수첩 전성관 PD를 취업규칙 위반 사항인 ‘제작거부’라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PD수첩 생생이슈 코너를 통해 다루려고 했던 ‘MB 조찬기도회 논란’ 방송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으로부터 ‘MB 깎아내리기 아니냐’는 이유로거부당하자 ‘심층취재’ 코너만 방송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코너를 방송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징계를 우려하여 다른 제작진이 사법연수원 집단행동과 관련한 내용으로 생생코너를 긴급 취재하였고, 결국 생생이슈는 정상적으로 방송되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는 징계절차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PD수첩은 1990년 5월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편을 시작으로 처음 전파를 탔다. PD수첩 방송 20여 년 간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광우병 논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 4대강과 대운하의 관계 등 PD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다 심층적인 보도를 시청자에게 제공해 주었다.
언론은 사회의 잘못된 점을 비판한다. 그래서 늘 쓴 소리를 하는 언론과, 쓴 소리를 듣게 되는 자의 관계는 불편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사회가 올바로 기능하려면, 지적받은 자는 반성하고 정책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비판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적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늘 논란의 중심에서 의혹만을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보다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언론의 제 역할이다. 이러한 점에서 PD수첩은 얼마 남지 않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불편한 이야기를 수용하고 반성하려 하지 않는다. ‘불편하다’는 속내를 뻔히 드러내며 PD수첩 관계자를 전출하는 사회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가깝다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시계는 거꾸로 돌려놓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언론이 감시와 비판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언론을 존중해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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