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활동과 우주환경
태양은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며, 태양의 뜨고 짐에 따라 우리의 시간관념과 생활리듬이 좌우된다. 이렇듯 지구상 인류의 활동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태양은 우주에 있는 모든 천체들 중 우리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별일 것이다.
흔히 태양이 늘 일정하게 지구를 비춰온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태양표면에서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폭발현상은 주로 흑점Sunspot 주변에서 일어난다. 흑점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어두워서 검게 보이는 지역으로 에너지가 쌓이면서 불안정해지는 곳이다. 결국 이렇게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폭발현상을 포함한, 태양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를 통칭하여 태양활동이라 한다.
태양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플레어Flare와 코로나 물질 분출Coronal mass ejection(이하 CME)로 꼽을 수 있는데, 대개의 경우 두 가지 현상은 동반되어 일어난다. 그 중 플레어는 태양의 자기에너지Magnetic energy가 열이나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빛의 폭발이라 할 수 있다. 반면 CME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빛의 형태가 아닌 직접적인 물질의 방출이다. 이로 인해 양자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플레어는 빛의 방출이므로 그 영향은 즉각적이다. 플레어에서 방출된 빛은 8분 남짓이면 지구 근처까지 도달한다. 반면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빠른 CME는 초속 3천 킬로미터 정도이다. 이 속도도 물론 엄청나게 빠르기는 하지만 이렇게 빠른 CME도 지구까지 도달하려면 최소한 하루나 이틀이 소요된다.
우리가 태양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태양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별로서 지구상 인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양에서 폭발현상이 일어나면 태양-지구간 우주공간의 물리적 상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을 태양활동에 의한 ‘우주환경의 변화’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우주환경이란 태양ㆍ태양풍 공간ㆍ지구 자기권ㆍ전리층 및 고층대기 등 지상에 이르는 우주공간의 물리적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태양활동은 우주환경 변화의 주범이며 인류의 활동무대가 우주로 확장된 지금 다양한 형태로 인류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플레어 폭발에서는 감마선과 X-선, 그리고 자외선 같은 강한 에너지의 빛이 방출된다. 강한 플레어의 빛은 지구대기를 이온화 시켜 일시적으로 전리층의 밀도와 고도를 변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대기를 팽창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전리층을 이용한 원거리 통신이나 전리층을 투과하게 되는 위성통신에 잡음을 증가시킨다. 심한 경우에는 통신두절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차량용 네비게이션은 물론 선박이나 항공기의 네비게이션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신호에 에러를 증가시켜 교통체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대기팽창은 저궤도 인공위성에 대한 대기마찰력의 증대로 위성의 궤도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보통 강력한 플레어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은 수 시간 내에 지구근처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을 손상시키거나 컴퓨터 메모리의 고장을 일으켜 인공위성의 수명단축이나 오작동을 유발한다. 한편, CME는 대개 강력한 플레어 폭발 2~3일 후에 지구에 도달하여 지구자기장을 교란하고 고위도 지역에 오로라를 일으킨다. 지구자기장 교란에 의해 유도된 지전류는 지상의 전력시스템에 장애를 주어 정전을 일으키거나 송유관을 부식시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태양활동에 의한 우주환경의 변화는 통신, 항법, 인공위성 운영 등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1년 현재 태양활동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태양활동극대기를 2013년 중반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활동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른 우주환경변화의 영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도 국가의 우주자산을 보호하고 우주환경변화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원고매수: 10매
필자: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 김연한
정리: 최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