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년문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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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년문화를 꿈꾼다
  • 관리자
  • 승인 2009.09.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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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 방목기초교육대학 겸임교수


다시 청년문화를 꿈꾼다

우리시대에 ‘청년문화’는 과연 존재하는가? 1970년대 이래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한국 대중문화는 그 자체가 청년문화였다. 청년기는 혼란과 모순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이며, 자신의 이상이 점차 무너지며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기 고뇌를 통한 예술적 감성이 극대화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들의 문화는 기성문화의 진부함과 청소년 문화의 미숙함을 뛰어넘어 늘 새롭고 실험적인 문화의 트랜드를 주도해왔다. 이들의 문화는 상업적 목적보다 자기 내면을 표출하는 아마추어리즘에서 출발해, 젊음의 마케팅에 몰두하는 문화 기획자들에 의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게 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청년문화는 청소년 중심의 소위 ‘아이돌 문화’로 그 중심이 급속히 옮겨가게 된다. 여기엔 기업들이 십대들에게 과시적 소비문화를 탐내도록 자극하는 ‘1318 마케팅’에도 그 원인이 있다. 실제로 오늘날 음악, 광고, 방송문화의 주요코드는 철저히 십대층 혹은 주부층을 겨냥한다. 즉, 예술은 사라지고 오직 상품만 남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대중적 연예인을 바라보면 철저한 기계적 연습을 통해 테크닉은 분명 뛰어나지만, 예술감각과 의식은 이전 세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이전의 한국 청년문화의 주체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한 젊은 지식인들이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이런 청년문화의 죽음에 대해 혹자는 우리사회의 ‘인문학의 죽음’ 또는 ‘지식인의 죽음’의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 청년문화는 완전히 죽어버렸는가? 나는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소위 ‘인디문화’라는 장르에서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문화적 주도권을 내어주고 무대를 빼앗긴 청년들은 1990년대 중반 즈음을 기점으로 차츰 기존의 상업적 방식과 다른 자기들만의 문화 공간을 주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홍대 앞’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클럽문화와 문화공간이 재편되어 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물론 ‘홍대 놀이터’가 점점 그 본질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나는 이곳에서 진짜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진지하고 건강한 대안예술과 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소위 ‘인디문화’는 특히 음악의 영역에서 매우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겼다. (모든 인디 음악이 예술적으로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젊은 뮤지션들은 기존의 획일적 장르와 스타일을 거부하고 상업적 유통망과 미디어의 도움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과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디문화는 화려하진 않아도 대중의 인기와 부에 얽매이지 않기에 자유롭다. 사실상 7~80년대의 청년문화는 문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도 본질적으로 ‘언더그라운드’로 불렸던 비주류였음을 기억할 때 인디문화는 죽었던 청년문화의 부활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인디문화는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가능성을 발견한 주류 매체가 이들을 부각시킨 도움도 있지만, 이들은 인터넷 문화와 마니아들의 독립적 네트워크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열심히 공부하며 심각한 취업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의 감수성과 시대문화를 읽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미래의 꿈을 위한 필수적 자기훈련이다. 21세기 삶의 모든 영역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여, 자신만의 문화를 좀 더 진지하게 탐구해보라. 그리고 그 안에 숨 쉬는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보자. 우리시대에 건설적인 청년문화의 장이 캠퍼스 안에서 다시 부활해 활기있게 소통되길 소망한다.



 윤영훈 교수님(명진칼럼).jpg

/윤영훈 방목기초교육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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