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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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황윤식
  • 승인 2011.03.15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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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지난 2일 엄기영 전 MBC 사장은 한나라당 강원도당사에서 입당식을 치르고 4.27 재보선 강원도지사 후보 출마선언을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최문순 전 MBC 사장이 출마선언을 한 상태다. 아직 양 후보 모두 당내 후보 경선을 통과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가장 유력한 카드가 최문순, 엄기영인 만큼 두 사람의 대결은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에서는 MBC 전 사장끼리의 대결이라 하여 4.27 재보선 최대 승부처라고 난리가 났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결국 지난 27일 대법원 판결로 도지사 직을 잃으면서 이미 강원도지사 선거는 재보선의 최대 화두였다. 그 와중에 2월 24일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에 이어 결국 2일 엄기영 전 사장이 입당과 출마를 선언하면서 ‘엄기영 대 최문순’이라는 ‘빅매치’까지 이뤄졌다.
엄기영 전 사장의 한나라당 입당을 두고 정계와 언론계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엄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8일 방송문화진흥위원회를 앞세운 MB정부의 언론탄압에 시달리던 가운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MBC 사내 게시판에 ‘공영방송 MBC를 지켜달라며, 물러가는 선배의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사직하는 날까지 ‘언론자유’를 지켜달라고 후배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하지만 이광재 전 지사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주소지를 강원도로 옮기며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엄기영 사장은 지난해 7.28 강원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격려 방문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보를 계속해오다 결국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더구나 엄 전 사장은 6.2 지방선거 이전 민주당의 입당 제의 때는 ‘언론인으로 남겠다’며 입당을 고사한 바 있다.
MBC 사장 재직 당시 그는 정부에 굴복해 PD수첩 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100분 토론의 손석희 교수를 교체시키는 등 실망스러운 행보를 밟아온 적이 있지만 그 누구도 ‘언론자유를 지켜달라’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 누구도 자리에서 밀려나는 엄 전 사장을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 전 사장은 ‘언론과 관련해 정부와 의견차가 있었지만 강원도를 위해 한나라당이 필요하다’는 말로 그 모든 믿음을 져버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지부는 지난 2일 성명에서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했던 그가, 오늘 자신을 탄압했던 정부여당의 품에 덥석 안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경민 MBC 논설위원도 ‘엄 전 사장은 옳은 일에 앞장서지 않는 사람’이라며 ‘올바른 일보다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엄 전 사장은 출마 기자회견문에서 ‘위기의 강원도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의 출마가 위기다. 그 자신의 명예의 위기요 그가 말해왔던 사회 정의의 위기다. 그가 그토록 지켜달라던 언론자유에 대한 상징적 비수이며 칼날이다. 엄 전 사장의 단골 멘트였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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