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IT, 게임 등 ‘청년 선호 · 다수 고용업종’의 60개 사를 감독한 결과, 46곳에서 14억 원 상당의 임금체불이 적발됐다. 대부분의 임금체불은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한 결과로 밝혀졌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 체결 시 △연장 △야간 △휴일 근로 수당을 실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기본임금에 미리 포함하여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외근이 잦은 영업직처럼 근태관리가 어려운 직종들에 한해 인정돼왔으나, 쉽게 실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사무직에도 적용하여 일명 ‘공짜 노동’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포괄임금제 적용을 위해서는 근로 시간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어야 하며, 근로자와 사용자의 상호 동의가 필수이다. 또한 근로자에게 그로 인한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포괄임금제의 현실은 근로계약에 명시된 연장 노동 시간 외 추가 노동이 발생했을 때 근로 수당을 받지 못해 근로자가 불이익을 감수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IT · 사무직에 대한 근로 감독을 강화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근로 감독은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시행됐고, 포괄임금제는 여전히 많은 사무직 노동자에게 무방비로 적용되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세종 이세리 변호사는 “포괄임금제 자체는 잘못이 없다”며 “공짜 야근 관행을 개선하려면 판례상 형성돼 온 포괄임금제 폐지보다는 제도의 오남용을 경계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현 제도를 폐지하면 △근로 시간 산정 △근태 관리 △기본급 저하를 두고 지금보다 더한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의 본래 목적을 지키되,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감시 및 처벌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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