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오페라 〈토스카〉에 나타난 고통의 의미와 삶의 의미 〈112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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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오페라 〈토스카〉에 나타난 고통의 의미와 삶의 의미 〈1124호(개강호)〉
  • 김정현 예술체육대학 예술학부 성악 전공 교수
  • 승인 2024.02.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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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예술체육대학 예술학부 성악 전공 교수
김정현 예술체육대학 예술학부 성악 전공 교수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운동이 일어나던 1980년대, 졸업한 지 3년쯤 지난 ‘수종’은 답답한 마음으로 신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시위와 이를 막으려는 공권력의 싸움이 오늘도 이어진다는 사실은 그의 입에 담배를 물게 했고, 그는 멍하게 답답한 가슴만 위로하고 있었다. 수종은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작품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수종의 연인 ‘은선’은 성악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콩쿠르를 모두 휩쓴 유명한 성악가였다. 수종도 대학 생활을 할 때 많은 학생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은선의 유명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은선은 수종을 좋아했고 둘은캠퍼스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로 유명했다.

은선이 음악회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나고 얼마 후, 누군가 수종에게 쫓기듯 달려왔다. 그는 수종과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던 친한 후배였다. 소식도 없이 나타난 후배 ‘태준’은 겁에 질리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태준아 왜 그래? 형, 저 쫓기고 있어요. 왜? 시위하다가 그렇게 됐어요. 학생들이 시위하는 이유를 모를 리 없는 수종은 길게 물어보지 않았다. 태준은 수종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망치지만, 이윽고 십여명의 사람들이 수종 앞에 나타난다.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손이 떨렸지만, 수종은 아무도 못 봤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한다.

한편 두 시간의 공연 동안 은선은 음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오기로 한 수종이 연락도 없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수종 대신 온 사람은 수배자를 쫓아다니던 ‘박 부장’이었다. 박 부장은 수종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직감했고, 그래서 그의 연인인 은선을 찾아온 것이었다. 박 부장은 수종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은선을 찾아왔지만, 아름다운 은선을 보는 순간 덜컥 더러운 거래를 제안하고 만다.

극심한 선택의 고통 속에서 은선은 박 부장이 남긴 호텔 주소로 걸음을 옮긴다. 기쁜 얼굴로 박 부장은 은선을 맞아준다. 박 부장은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은선에게 보이며 오늘 밤 나와 같이 즐기고, 내일 아침 당신이 이 방을 나가면서 저 서류를 가져가면 모든 일이 없었던 것이 된다고 말하며, 은선을 안으려고 다가온다. 그러나 은선은 죽어도 박 부장과 함께하고 싶지 않았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과도로 박 부장의 심장을 찌른다. 아무 의심 없이 은선을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한 박 부장은 순간 얼음보다 차가운 칼날이 자신의 심장을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면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 보지만 결국 호텔 방안에 쓰러진다. 정신을 차린 은선은 쓰러진 박 부장 머리 위에 애도의 의미로 촛대를 놓아두고, 급하게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가지고 수종이 잡혀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박 부장의 약속은 모두 거짓으로, 은선은 심한 고문을 못 견디고 세상을 등진 수종을 발견한다.

목숨보다 소중한 연인의 죽음으로 그가 선택한 모든 것은 엉망이 되었다. 억울한 삶에 대한 반항으로, 은선은 수종이 누워 있는 그 자리에서 미련 없이 죽음을 선택한다. 비극으로 끝나는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가 작곡하여 1900년 1월 14일, 로마의 코스탄찌 극장에서 초연되었던 유명 오페라 <토스카(Tosca)>다. 이후 <토스카>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오페라는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종합예술인 마당놀이나 중국의 경극처럼 어디에나 있는 종합예술이다. 다만 시대적 배경과 언어의 친숙함이 떨어질 뿐이다. 오페라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가치를 우선하고 문학적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했다. 오페라 하면 음악과 성악가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음악 이전에 문학이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의 고통과 사랑, 삶 그 자체를 소재로 한다. 위에서 필자가 각색한 오페라 <토스카>는 한 여자의 선택과 그 고통을 그렸다. 내가 토스카라면 어떻게 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인간의 고뇌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주제는 바 로 사랑이다. 그래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많은 공연의 주제는 사랑이다. 늘 인생이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사람이 성장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은 고통을 만났음에도 이를 이겨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삶을 다룬 오페라를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통과 고뇌,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토스카>를 소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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