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않는 교사, MBC
지금까지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명분에 걸맞게 ‘100분 토론’, ‘PD수첩’, ‘시사매거진 2080’, ‘후 플러스’, ‘김혜수의 W’ 등 걸출한 시사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의 MBC는 이번 28일 가을개편 아니, 가을개판으로 변하고 있다. MBC는 대표적인 탐사 보도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후 플러스’와 국제 시사 프로그램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그 대신 남자 연예인이 여배우의 집사가 되어 소원을 들어주는 ‘여배우의 집사’와 스타 발굴 프로그램인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으로 MBC의 시사프로그램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단 두 편만 남게 됐고, MBC의 평일 황금시간대(오후 7시~자정) 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은 53%에서 57.6%로 4.6%상승해 상업방송인 SBS의 56.3%보다 높아졌다.
김재철 사장이 노사 공정방송협의회에서 한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라는 발언과 PD수첩 ‘4대강의 비밀’ 결방사태에서 볼 수 있듯 지금 MBC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으며, 공영성보다는 상업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지난달 28일 ‘공영성 포기’와 ‘위험한 도박’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력과 자본에 구속을 받지 않고 공공성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방송인 공영방송. 그러나 MBC는 지금 공영방송의 본분을 잊은 채 수익과 시청률에만 목매고 있다. 계속 이렇게 공영성보다 상업성,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중시한다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기어이 그 길을 걷겠다는 모습에,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깐 ‘큰집’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가르치지 않는 교사, MBC
저작권자 © 명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