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애정의 대가, 반려동물 의료비용 〈1123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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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싼 애정의 대가, 반려동물 의료비용 〈1123호(종강호)〉
  • 박혜림 대학보도부 정기자
  • 승인 2023.11.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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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인식이 개선되며 반려동물을 둘러싼 모든 산업에 보호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특히 보호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분야가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들은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다. 반려 가구 전체의 86.4%가 ‘양육과 관련해 관심사가 있다’고 답한 가운데, ‘건강관리’ 분야의 관심도가 55%로 가장 높았고 반려동물 식사나 거주 환경 등 ‘양육’ 분야의 관심도가 38.8%를 차지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건강관리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호자들의 실제 의료비용 지출 금액을 살펴본 결과, 최근 2년간 반려동물을 위해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 가구는 전체의 73.4%였으며 지출 금액은 평균 78만 원이다. 100만 원 이상 지출한 가구는 전체 반려 가구의 18.8%였다.

▲그래프는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그래프는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의료비용에 5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 의 비율 증가로 확인할 수 있듯, 고액의 의료비용으로 보호자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반려동물 의료비용을 중점으로 반려동물 복지 혜택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반려동물 양육비용의 현실

① 월평균 비용 약 15만 원?

  최근 의료비용에 5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의 비율이 증가했지만, 국가가 조사한 평균 양육비용은 현실과 다소 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이하 농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 비용(병원비 포함)은 약 15만 원이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결과 보호자들은 대개 월평균 15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출하고 있었다.

  중고 거래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기업 ‘펍시’의 대표이자 온라인에서 ‘조던 누나’로 활동하는 조인빈 대표(이하 조 대표)는 “약 1만 1천 명의 보호자와 함께하는 조던누나 계정 인스타그램에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에 대한 통계를 공유했는데, 조회 수는 누적 15만 회를 넘었고 댓글도 600개 이상”이라며 “10명 중 9명 정도가 ‘15만 원은 너무 적다’는 의견이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차이는 갑작스레 발생하는 의료비용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A씨는 “갑작스러운 뒷다리 슬개골 탈구 증상으로 인해 막대한 치료 비용을 지불했다. 수술 및 입원비로만 200만 원이 들었다”고 의료비용 부담이 컸음을 전했다. 만성질환을 앓는 반려동물의 의료비용은 예측가능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은 마찬가지다. 반려묘를 키우는 B씨는 “병원에서 2주에 한 번씩 고양이의 약을 구매한다. 한 번에  6~8만 원이 들고 검사를 병행하면 30만 원 내외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B씨의 반려묘의 병원 진료 영수증이다. (제공/ B씨)
▲사진은 B씨의 반려묘의 병원 진료 영수증이다. (제공/ B씨)

② 천차만별 의료비용

  조 대표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좋은 병원을 찾는 것은 보호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좋은 병원이란 나의 반려동물을 최소한의 고통으로 최대한 빨리 낫게 할 수 있는 곳이겠지만, 모든 병원에서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에 분포된 동물병원 간 진료비의 편차가 나타나는데, 이는 질 좋은 치료와 비용을 모두 고려하는 보호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진료비 항목별 △최저 △최고 △평 균 △중간 비용 현황을 담은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시 · 도 내부에서 평균 진료비용이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의 편차는 △초진 진찰료 1.9배 △입원비 1.5 배 △강아지 종합 백신 1.4배 △엑스선 검사비 1.6배 등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 내에서의 비교가 아닌 지역 간 비교의 경우 많게는 10배 이상의 편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농식품부에서는 2016년, 동물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줄이고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 가격으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동물진료 표준수가체계’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논의를 시도했지만, 제도는 도입되지 못했다. 동물 의료업계는 진료비 편차가 나타나는 주된 이유에 대해 병원별로 △임대료 △동물병원 규모(의료 장비 및 직원 수 등) △사용 약품 △개별 진료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진료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1월 5일부터 진료비용을 비교하여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동물병원 내 진료비 게시 제도’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제도의 실효성은 낮은 듯 보였다. 진료비 게시 의무는 현행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에 해당하며, 2024년 1월 5일부터 수의사 1인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B씨는 “방문하는 동물병원이 대부분 수의사 1인 병원이라 해당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체감도가 낮았다”라고 밝혔다.

 의료비용 부담 완화에 대한 국가의 노력

①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제도는 지자체에서 취약 계층의 반려동물 의료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복지제도로, 보호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 혜택이다. 현재는 △서울 △경기 △대전에서 해당 제도를 시행 중이며 의료비부터 반려동물 사망 시 위로금 및 돌봄 비용을 지원한다. 지역별 자기부담금 1~4만 원을 제외하고 최대 20~50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 항목에 대해선 크게 △백신접종 △중성화 △수술 △검진 등으로 구분되지만, 지역별로 세부 조건에 차이가 있어 보호자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표는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제도를 지역별로 정리한 것이다.
▲표는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제도를 지역별로 정리한 것이다.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제도를 통해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보호자들이 의료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지원 주체가 ‘지자체’로 국한돼 지급 대상이 해당 지역 거주자와 사회적 취약 계층에만 제한된 점에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보호자가 더욱 많아 아쉬움이 존재한다.

②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제 확대

  농식품부는 지난 10월 1일부터 반려동물의 다빈도 진료 항목을 중심으로 부가세 면제 범위를 늘리기 위해, 관련 고시와 개정을 추진했다. 그간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진료 시 질병 ‘예방’ 목적의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병리학적 검사 등 일부 진료 항목에 대해서만 부가세가 면제됐으나 ‘치료’ 목적의 진료 항목도 추가된다. 이에 대해 동물 의료업계에서는 면제 수준이 현재 40%에서 90%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의료비용 부담의 방안, 사설 펫보험?

  반려동물의 높은 의료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을 고려해 출시된 펫보험은 반려동물이 질병이나 사고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치료비를 보장해 주는 보험으로, 사람의 실비보험과 유사한 형태로 손해 시 배상받을 수 있다.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적인 보호 장치로서 기능하지만, 실 가입률은 1%로 부진한 결과를 보인다. 보험설계사 C씨는 “펫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약 30%로 사람의 보험보다 높고, 월 납입 보험료가 비싸며 보장 범위가 좁다. 결론적으로 동물병원 내원 시 보험료와 자기부담금까지 지불하는 것이기에 ‘내 돈 내고 보장받는다’라는 소비자의 인식으로 가입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펫보험의 실상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 펫보험의 가입 요건을 살펴보면, 가입이 제한되는 통상적인 나이는 반려동물의 노령기에 해당하는 8~10세이며 가입 제한 조항도 다수 존재한다. 또한 보장 범위가 좁고 보장률이 낮은 보험이 대다수다. 가령 ‘슬개골 탈구’는 소형견에게 흔히 발생하며 진료비 지출 규모가 큰 질병이지만, 보험사들은 가입 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인 면책 기간을 평균보다 길게 설정하거나 추가 가입비용이 필요한 특약 상품으로 판매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D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펫보험 가입을 생각했으나 보험료가 부담되고, 대부분 소멸성이라 보험보다는 적금을 들어놓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 C씨도 “현장에서 봐도 펫보험은 보험료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는 보호자가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펫보험 가입률은 1% 내외에 그쳤지만, 국외의 경우 △일본 8% △미국 10% △ 독일 15% △영국 20%로 상대적으로 활기를 보인다. 해외 사례 중 독일의 경우, 동물병원의 과도한 경쟁 및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1940년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진료 수가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진료 항목을 추가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 수가를 상향함에 따라 반려동물 건강보험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보험 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올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 보험료의 상승 또한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방안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동물 공공보험의 필요성

  일부 보호자는 “내 병원비보다 반려동물 병원비가 비싸다”라고 말한다. 사람의 의료비용은 국가보험으로 부담을 완화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인식한다. 동물 공공보험의 부재는 점차 발전된 의료 기술로 치료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에 동물의 의료비용 책임을 온전히 ‘보호자’에만 집중시킨다. 보험설계사 C씨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보험과 관련해 “사람의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형태로 동물보험이 나온다면 보호자가 납입하는 월 보험료도 줄고 사설 펫보험의 가입자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다”라고 공공보험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내에선 지난 4월 공적 보험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수의사법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조 대표는 “보호자들과 반려동물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결론은 매번 비슷하다. ‘부디 우리 아이를 잘 낫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잘못된 결정을 하고 싶지 않으니, 제가 더 열심히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보호자들은 내 반려동물이 아플 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현 상황에서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마련된 제도의 관리 및 발전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병원 내 진료비 게시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더불어 지자체의 의료비 지원 제도 등을 국가 차원으로 확대해 추진한다면,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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