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과 침묵으로 세운 거짓 평화를 넘어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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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과 침묵으로 세운 거짓 평화를 넘어 〈1122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11.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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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라는 말은 지나치게 거대하다. 이 세계에는 유엔 정회원국 193개, 참관 회원국인 바티칸 및 팔레스타인, 이외 국가로 인정받는 나라를 포함해 200개를 상회하는 국가가 존재한다. ‘세계’의 기준조차 자의적일진대 ‘평화’는 얼마나 주관적일 것인가. 이를테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수많은 국가가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며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에도 외교를 고려한 눈치 살피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했을 때, 우크라이나를 위해 목소리를 내던 수많은 국가는 이스라엘의 입장에 서서 팔레스타인을 폭력 조직인 양 논하는 데에 입을 모았다.

물론 팔레스타인을 위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 지구에서 부상자 치료를 도우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가자 지구를 돕기 위 해 무슬림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이기만 하면 됩니다”라는 문구가 SNS 에서 공감을 얻기도 했고, 하버드 대학의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은 “모든 폭력 사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이스라엘 정권에 있다”라며 성명문을 내 팔레스 타인 절멸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시위는 순탄치 않다. 성명문을 낸 하버드 대학 학생들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동문들 역시 비판을 가했다. 일부 CEO 들의 블랙리스트 작성 엄포에 일부가 성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마을을 기습 공격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들까지 살해했다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레바논과 가자 지구에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을 투하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백린은 산소에 닿으면 4천 도의 열로 연소하며 몸에 닿을 시 뼈까지 타들어간다. ‘국제엠네스티’는 이에 백린탄 사용 즉각 중지를 촉구했다. 하마스의 행적이 잔혹한 것과 별개로, 현재 다수의 국가가 팔레스타인만을 일방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에는 이스라엘을 지지했을 때의 이익 계산에 더하여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혐오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국내에도 모스크 건설 등을 둘러싸고 이슬람 혐오가 가시적으로 드러났지만, 그보다 뿌리 깊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은 중동에서 극동까지를 아울러 서구보다 낮잡아 인식하여 인종차별의 근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외교란 수많은 국가와 그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하기에 눈에 보이는 대로만 행동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다. 이러한 역사가 있는 만큼, 박해와 학살의 역사를 기억하고 팔레스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낸 일부 유대인 시위자들처럼 우리 역시 고통받는 주위의 약소국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어떨까. 무력과 이권으로 세운 거짓 평화를 넘어 죽음과 기아가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한국 역시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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