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이 시대 '건축학'의 분명한 방향성에 대해서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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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이 시대 '건축학'의 분명한 방향성에 대해서 〈1122호〉
  • 이준석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
  • 승인 2023.11.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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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jslee@mju.ac.kr
이준석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jslee@mju.ac.kr

한 분야 24년 차 교수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의 핵심 교육인 건축설계 강의를 하면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건축학이라는 학문이 사람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이다. 학생과 가장 깊이 고민했던 기억 중, 우리가 풀어야 했던 어려운 도전들은 모두 다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고민의 한 부분이었고 그것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 관련된 방황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건축설계를 가르치면서 점점 깨닫는 것은 건축이 그저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기법과 과정을 넘어 얼마나 다채롭고 복합적인 학문인지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인간의 욕구와 가치, 문화와 사회의 표현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건축은 우리의 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물리적 편안함과 정신적 풍요로움을 고민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건축학이 가지는 인문학적인 특성이 더욱 강조됨을 느낀다. 건축은 역사와 철학, 사회학과 미학과의 교차로 깊게 뿌리내리며, 이러한 다양한 영역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한다. 그리고 건축은 시대와 문화, 기술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취하며 변화한다.

이러한 고민은 결국 건축학이 인간에게 풍요로운 물리적, 정신적 행복감을 위해 고민하는 학문임을 보여준다. 건축물은 우리의 꿈과 욕망, 역사와 미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가 속한 사회와 세계를 이해하며,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건축'이라 부르는 분야는 우리나라의 현대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건설경제'의 영향으로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흔히 '건설'과 '건축'이 혼용되어 오갔고, 둘 사이에 혼돈이 대중들에게는 일반적 이해였으며 그저 '건축공학'이라는 단어로 통용되었다. 이러한 혼돈을 1970~80년대와 같은 과거에선 인지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의 발판 위를 딛고 서 있었으며, 제대로 된 학문으로서의 '건축학' 없이 '건설'이 이 분야를 대표하여 경제 발전의 축 역할을 했다. 당시 우리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양적 팽창이 미래를 향한 큰 도약이라고 여긴 것도 사실이다.

이제 2020년대이다. 우리 국가와 문화는 19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하여 선진국들과 견줄 만한 사회/문화적 성장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 강국으로 발전한 상태다. 이러한 성장은 건축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제 '건축'은 그저 건물을 세우는 기술과 기법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미래의 환경을 상상하고 건축이 인간에게 이로움과 행복을 고민하게 하는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가짐을 더욱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Kahn)은 "건축은 인간의 집과 가장 깊이 연결된 예술이다"라고 했다. 그는 건축이 우리의 주거 공간을 넘어 우리의 삶과 욕구, 가치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고 형이상학적인 가치, 그 이상을 생각하게 한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철학은 건축의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건축은 역사의 대사건 중 하나로, 인간 정신의 상징이자 인간 문명의 반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건축이 문화와 사회적 발전, 더 나아가 인간의 가치와 신념을 반영한다는 중요한 관점을 소개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공간 철학은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며, "우리는 공간에 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의해 있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것은 건축이 우리의 인간성과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에드문드 후설(Edmund Husserl)의 주장 역시 건축의 본질을 밝힌다. 그는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을 넘어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들은 건축학이 오늘날 단순 '건설'이 아닌, 사회와 문화, 철학과 깊게 얽힌 복합적인 학문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도시를 재구성하고, 인간에게 이로움과 그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미래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축학이 특히 이 시대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 철학과 사고, 그리고 건축학을 통한 조화로운 연결은 건축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사회에 뿌리내리며 미래를 모색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사고의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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