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우주과학이야기] 지구와 태양계의 기원을 밝혀 줄 소행성 베누의 샘플 〈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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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우주과학이야기] 지구와 태양계의 기원을 밝혀 줄 소행성 베누의 샘플 〈1121호〉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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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2023년 9월 말, 미국 서부 상공에서 신원 미상의 우주 물체가 나타났다. 곧이어 해당 물체는 굉음을 내며 미 국방부 소유의 유타주 사막 지대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방열판과 낙하산이 해당 물체의 하강 속도를 늦추었고, 위 물체는 깃털처럼 가볍게 사막 지대에 도착했다. 우주에서 지구로 선물이 도착한 것이다. 위 물체는 천문학자들에게 정말 선물 같은 물질이다. 이는 바로 오시리스-렉스 (OSIRIS-REX) 탐사 선이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채취한 소량의 표본인데, 이는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소행성 베누는 아폴로 소행성군에 속하는 소행성이자 지구접근 천체이다. 특히,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 중 두 번째로 위험한 천체로 알려져 있다. 300년 이내, 즉 2178년에서 2290년 사이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1,800로 낮지 않은 확률이다. 베누가 지구에 충돌한 가능성이 있는 위험 천체라고는 하지만, 인류는 이미 소행성에 탐사선을 충돌시켜서 이들의 궤도를 바꾸는 시험(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DART의 결과를 통해서 인류는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음이 증명되었고 이를 통해서 인류는 최소한 공룡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위 소행성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베누는 지구와 비슷한 궤도를 돌며 이심률과 경사각이 작은 궤도를 돌고 있다. 때문에 지구에서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천체이다. 아니, 소행성에 왜 접근해야 하나? 이는 바로 베누가 탄소가 풍부한 소행성(carbon-rich asteroid)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약 40억 년 전 태양계 초기 역사에서 살아남은 유기 화합물로 오랜 역사를 담고 있으며 태양계 초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물질로 인식된다. 특히나 지구상의 생명체가 유기 화합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베누의 샘 플 연구를 통해서 우주에서 복잡한 유기 분자가 초기 지구로 유입되어 생명체 활동이 시작된 것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베누는 또 한 광물 안에 많은 물을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위 물의 수소 원자 비율이 지구 바다와 비슷한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지구 바다의 기원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다. 여러모로 지구 생명체와 태양계의 기원에 대해서 답해줄 수 있는 고마운 천체이다. 또한 우리는 지구에 도착하는 혜성과 소행성의 잔재인 운석들을 통해서 이들이 유기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운석은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며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서 크게 오염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베누의 표본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우주 물 질로 그간의 어떤 물질보다 ‘원시적인’ 물질로 파악된다. 오직 소수의 소행성만이 이러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고 있기에 베누는 예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태양계 천체 중 하나였다.

수년 전에 혜성에 직접 착륙까지 한 유럽우주국의 로제타(Rosetta) 탐사선을 기억하는 가? 로제타 탐사선은 여러 번의 근접 궤도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수년간 우주에서 긴 잠까지 자며 적당한 궤도를 기다렸던, 그야말로 세밀한 계산의 ‘끝판왕’ 수준으로, 정교한 예술작품 같은 우주 탐사로 기억된다. 로제타 탐사선의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탐사선에 실려있던 필래(philae) 착륙선은 정교한 계산을 통해서 혜성에 착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착지와 표본의 채취는 기본이고, 이를 지구로 성공적으로 귀환시키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예정했던 지구 도착 시간보다 불과 3분 일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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