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7일, 전국장애인차별연대가 동서울터미널에서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 선전전을 벌였다. 2014년에 시작한 집회가 명절마다 계속된 이유는 현재 운행되고 있는 고속 · 시외버스 중 장애인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단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는 그들의 슬로건은 이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버스에 타기 위해서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리프트, 좌석 확보가 가능하도록 개조한 버스가 필요하다. 2019년 10월, 이러한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10대가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시범 운행은 네 개 노선을 대상으로 2021년 6월까지 약 20개월간 진행됐다.
그러나 시범 운행이 종료된 후, 참여한 10개의 회사 중 9개 회사가 운행을 중단했고 유일하게 운행 중이던 서울-당진 노선의 1대마저도 지난 8월 설비 고장으로 운행을 멈췄다. △0.3%가량의 낮은 탑승률 △운행을 위해 필요한 별도의 기사 교육 △기존 버스를 개조하여 설치한 탓에 고장이 잦은 리프트 등이 운행 중단의 원인으로 제기됐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지원 사업’은 지원한 버스 회사가 없어 관련 예산이 계속해서 불용 처리됐으며, 그 예산마저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지원예산’은 고속버스 시범 운행이 시행된 2019년에 13억 4,000만 원이 배정됐으나, 해를 거듭하며 점차 삭감됐다. 심지어 시범 운행이 멈춘 다음해인 2022년에는 2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올해는 5억 원으로 배정돼 다시 오르는가 싶었으나,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3억 5,000만 원으로 또다시 삭감될 예정이다.
사업을 시작해도 참여하는 회사가 없고, 참여하는 회사가 없어 불용 처리 되는 예산을 삭감하는 이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콜택시와 철도라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선택지를 동등하게 고려할 수 있는 것, 장애를 이유로 하나의 선택지를 강요받지 않는 것. 그것이 평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통약자 없는 명절 풍경
낯설어지는 날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