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팬덤의 시대 - 스타워즈와 BTS -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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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팬덤의 시대 - 스타워즈와 BTS - 〈1120호〉
  • 남수현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
  • 승인 2023.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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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현 건축학부 교수soohyounnam@mju.ac.kr
남수현 건축학부 교수soohyounnam@mju.ac.kr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파란 글씨(정확히는 Trade Gothic Bold No. 2 폰트라고 합니다.)로 시작 하는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의 마지막 편인 에피소드 9편이 2019년도에 개봉하였으니, 우리 학생 여러분도 한 두 편 정도는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는 1977년부터 1983년 사이에 세 편이 나오고(조지 루카스 감독은 이를 에피소드 4, 5, 6편이라고 칭했는데, 이로써 프리퀄을 만들 여지를 남겼습니다) 다시 1999년에 1편이 나오게 되는데, 유학 시절에 미국에서 16년 만에 다시 출시되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기 위해 어렵게 첫날 첫 상영표를 구한 저와 제 친구들은 자정에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들어섰습니다. 상영시간 전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상영관의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는 펼쳐진 광경에 멈춰 섰습니다. 우리 자리만 빼고 빼곡하게 앉은 모든 사람이 영화 속 제다이 복장(약간 잠옷 가운을 닮았습니다)과 라이트 세이버(빛으로 만들어진 검, 물론 이들이 들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 검에 불이 켜지는 조악한 모형이지요)를 들고 있거나, 레이아 공주 머리(양 머리 스타일? 머리 좌우로 빵을 붙인 듯한 머리 모양입니다)를 하는 등, 영화의 캐릭터 모습으로 분장해 모두 앉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 복장을 한 우리들은 상당히 어색하게 ”16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스타워즈 영화의 신성한 첫 상영시간에 누추한 복장으로 나타난 너희들은 누구인가?” 라고 말하듯 째려보는 이들 사이로 우리의 자리를 찾아 앉아 조용히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라는 대중문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당황스러움을 또 한 번 우리나라에서 느끼게 되는데,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몇 번 가면서(물론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입니다) 그 전 콘서트에서 구입한 응원봉을 들고 다음 콘서트를 가니, 다른 이들의 신형 응원봉은 색이 조정되어 형형색색 함께 변하는데, 저와 제 딸이 들고 있는 응원봉만 하얗게 빛나고 있던 때 였습니다.

쓰다 보니 광적 팬덤에 대한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여기서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소속감’에 대한 열망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속감은 함께하는 의식/의례를 통해 표현됩니다. 앞에서 보듯 마음만으로 누구/무엇을 응원하는 것과 이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차이가 생깁니다. 표현을 통해서만 정체성이 생기고 가치가 강화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체성은 긍정적인 방향, 즉 그 의식이 향하는 사람들 간의 존중, 친밀감을 향한 추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이는, 그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즉 정의의 실현과 선의 추구, 평등한 세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들은 방탄의 주제 “모든 형태의 사랑과 수용”을 믿고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팬덤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학 전공인으로서 한 줄 덧붙인다면, 이런 정체성과 의식의 표현에 건축이 빠질 수 없습니다.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신에 대한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완성한 종교건 축물은 종교의식의 장소로서 우리에게 신성함과 경건함을 전달합니다. 무신론자인 사람이 오래된 교회에 들어서 무릎을 꿇고 싶은 마음이 생겨 놀란다, 란 이야기는 흔하게 접하는 이야기입니다. 국제공항의 터미널 건축물은 인간의 무한한 자유와 여행의 시작/도착을 상징하는 의식적인 공간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인류가 만들어 낸 최상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고양하기 위한 의식적인 공간입니다. 또 시야와 소리를 위해 최적화된 콘서트홀은 단순히 그 기능적인 구성을 넘어 일생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예술가들을 영접하는 신성한 공간입니다. 인류가 유한한 자신의 한계를 넘어 완전함을 추구하는 증거로써 존재하는 건축물들을 접하고 깊은 감상에 빠진다면, 얼굴도 알지 못하는 위대한 인류와 시간을 넘어 함께 팬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TMI: 블랙핑크의 최초 대학 캠퍼스 공연이 바로 우리 학교인 건 알고 계신가요? 현장에 있던 1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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