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명’ 직면한 인구절벽, 세대를 넘은 출구전략을 찾아서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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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명’ 직면한 인구절벽, 세대를 넘은 출구전략을 찾아서 〈1120호〉
  • 정회훈 편집위원
  • 승인 2023.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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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0년, 대한민국 총 인구수 0명. 소멸을 피하기 위한 활로는?

 

지난 5월, 영국의 저명한 인구학자인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인구소멸 시점을 2750년으로 예측했다. 콜먼 교수는 17년 전인 2006 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심각한 저출산을 언급하며 ‘인구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바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우리나라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자 회원국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2006년 당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1.13명과 비교해도 처참한 수치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는 반대로, 초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인구소멸의 위기와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고, 나아가 석학들이 조언하는 소멸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담고자 했다.

 

데드크로스, 사라지는 중입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 · 사망통계 (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24만 9천 명으로 전년보다 1만 1,500명이 줄어 4.4%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5만 100명 늘어난 37만 2천 명으로, 17.4% 증가했다. 이처럼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은 현상을 ‘인구 데드크로스’라고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데드크로스에 접어들었고 이달까지 포함해 총 44개월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4년 3.77명 이후로 꾸 준히 감소해 1984년에 1.74명을 기록하며 1명대로 떨어졌다. 결국 2018년에는 0.98명을 기록해 1명 아래로 들어섰고, 지난해 0.78명을 기록하면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22년까지의 전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통계청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 · 사망통계(잠정)」)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22년까지의 전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통계청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 · 사망통계(잠정)」)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합계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도 1.24명을 기록해 큰 격차를 보였다. OECD의 회원국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합계 출산율 역시 러시아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1.3명을 기록해 한국의 수치를 훨씬 상회했다.

아시아로 고개를 돌려도 한국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고령화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일본의 합계출 산율은 1.33명, 출생 감소로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의 합계출산율도 1.1명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수치가 전년보다 0.03명 늘어 증가세로 전 환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출산율 저하 역시 국가적 차원의 문제인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비교는 현재 한국 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는 것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공교롭게도 향후 국내 인구 전망은 더 절망적이다. 지 난달 30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6월 인구동향」 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이 0.70명까지 낮 아져,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TFR) :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함. 연령별 출산율의 총합이며,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됨.

 

소멸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십니까?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것 같지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욱 간명하다. 다수의 인구학 전문가가 비슷하게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요점은, 한국에서 여성에게 결혼이란 ‘나쁜 거래(Bad deal)’라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이하 PIIE) 는 「Why Gender Disparities Persist in South Korea’s Labor Market(2022)」와 「The Pandemic’s Long Reach South Korea’s Fiscal and Fertility Outlook(2021)」 두 보고서에서 이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그래프는 여성이 수행하는 무급 노동, 일상적인 가사 노동, 가족 돌봄의 비율을 국가별로 나타낸 것으로 국가별 최신 통계를 반영한 것이다. (출처/ PIIE 보고서 「The Pandemic’s Long Reach South Korea’s Fiscal and Fertility Outlook(2021)」
▲그래프는 여성이 수행하는 무급 노동, 일상적인 가사 노동, 가족 돌봄의 비율을 국가별로 나타낸 것으로 국가별 최신 통계를 반영한 것이다. (출처/ PIIE 보고서 「The Pandemic’s Long Reach South Korea’s Fiscal and Fertility Outlook(2021)」

 

지난 6월. PIIE의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국내의 인구위기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저출산 원인이 ‘성별 격차’에 있다고 지적했다. ‘젠더 격차의 원인과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한국의 단기뿐 아니라 장기 경제 전망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다. 여성에게 치중된 가사 · 육아 노동이 혼인과 출산을 꺼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상단에 첨부된 그래프는 OECD 회원국의 여성들이 수행하고 있는 무급 노동, 일상적인 가사 노동, 가족 돌 봄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한국은 △인도 △일본 △튀르키예와 함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의 대부분을 도맡도록 요구한다” 라며 “이러한 성차별적 문제는 여성들에게 결혼이 ‘나쁜 거래’라 여기게 해 결혼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그 연장선에서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은 압도적인 차이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여성에 불합리한 성차별적 사회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라며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은 대부분 전체 가사 노동을 짊어진다는 부담으로 결혼을 단념하고 있다. 한국인 남성들은 가사노동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 이를 위한 비용의 발생이 적지는 않겠지만, 여성들은 직장에서 철저히 보호돼야 하며, 출산과 육아를 마치고 복직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 남성의 육아휴직제도도 모두 의무화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계 육아휴직 보장으로 효과를 본 국가로는 스웨덴이 있다. 스웨덴은 부친의 육아휴직을 의무 화한 결과 1.5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출생률이 2021년 기준 1.67명으로 크게 반등했다.

또한, 비혼출산에 대한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비혼출산은 결혼을 하지 않고서 출산을 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비혼 출산을 통해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봤다. 특 히 프랑스의 경우 비혼출산의 비율이 63%에 달한다. 덕분에 프랑스는 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높은 출생률인 1.80명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비혼 출생률은 2.9%로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개선이 이뤄지고, 제도적 지원까지 이어진다면 출생률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콜먼 교수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학술 행사에 참석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낮은 출산율 원인으로 △1970년대 이후 빠르게 발전한 경제와 사회변화의 괴리 △가족중심주의와 가부장제 △임금 격차 △과도한 업무문화 △과도한 교육환경과 입시 과열 △여성들에게 결혼이 매력적이지 않은 라이프스타일 등을 제시했다. 이어서 한국의 저출산 해법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는데, 특히 한국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일시적인 정책일 뿐, 효과가 없었다고 진단하며 “저출산 해법을 알았다면 노벨상을 받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 민 정책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는데, 콜먼 교수는 이 민 정책이 인구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장치이지 만, 이른바 ‘돌려막기’라고 할 수 있는 폰지 사기(ponzi scheme)*와 같아 확실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 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콜먼 교수는 “이민은 단순 계산으로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의 연령 비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민자가 증가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노년층과 청년층의 비율을 유지할 수 없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폰지 사기(ponzi scheme) : 투자 사기 수법의 하나로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투자 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임.

 

‘EXIT’ 탈출구를 찾습니다

우리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10년째 OECD 회원국에서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인구절벽을 앞당기고 있 다는 비판까지 가해진다. 인구 감소의 흐름을 막지 못한 다면, 2050년에는 경제 성장률마저 0% 안팎으로 추락 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를 잇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의 인구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영국의 저명한 인구학자이자 『인구의 힘』의 저자인 폴 몰런드 박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몰런드 박사는 한국의 인구소멸 해법으로 △무자녀세 도입과 연 동한 아동수당 도입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인구의 흡 수 △남성의 육아 참여 증진과 같은 가치관의 변화 등을 제시했다. 그중 무자녀세의 도입에 관한 세부 질의에 “자녀가 없는 사람은 세율이 높고, 자녀가 있는 사람은 세율이 낮은 국가가 많다. 한국은 현재 절박한 상황이고, 근본적인 대책만이 변화를 불러올 기회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무자녀세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아동 수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 및 북한과 관련된 아이디어에 대한 질의에는 “이민은 더 높은 출산율을 가진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의 유입을 가정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민족적으로 단일한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북한으로부터의 이민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현재 정치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 잠재력 있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잠재력이 언제 현실화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가적 생존을 원한다면 스스로 생존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몰런드 박사는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도 해법으로 어떤 형태의 강제적 조치도 쓰여서는 안된다”며 “강압적인 방식으로 출산을 장려하려다가는 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가가 강압적으로 출산을 유도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단서다. 그는 반출산(Anti-life) 기조에 접어든 상태의 한국 사회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해내야 하는 것들,그리고 고민

몰런드 박사는 한국의 인구 소멸 문제의 해결은 정책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문화와 가치관의 변화가 먼저 발생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문화적 변화(Cultural Shift)라는 것이다. 문화적 요인이 인구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다른 학자들도 거듭 강조했던 바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을 요청하자 몰런드 박사는 “정책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기껏해야 해결책의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서울에 살면서 높은 성취나 좋은 직업을 추구하는 것이 나아가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중요하다면 그것이 젊은 세대가 선택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몰런드 박사는 두 가지 물음을 전했다. 그의 물음은 첫째로, 젊은 세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의 보편적인 삶의 양식이 진정한 만족과 성취감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지다. 두 번째는, 그들에게 한국 사회 의 기능이 지속되는 것과 한국 문화가 지속되는 것에 관 심이 있는지다. 몰런드 박사는 오직 젊은 세대만이 이러 한 질문에 답하고 행동할 수 있고 우리 세대의 생각과 선택의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비혼출산과 부계 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던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도 이같은 정책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부의 지원,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언한 노동 환경,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법 ·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인구감소란 각 국가에 자국의 맥락과 사정이 존재하고,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가 좋은 결과만을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많은 유럽국가들이 남성들의 육아휴직 을 의무화하고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직장 생활을 계 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비혼출산에 대해 서도 사회적인 낙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고, 남녀간 가사노동 분담을 고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라며 한국이 제도와 정책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지점임을 전했다

 

『인구론』의 저자인 토마스 맬서스는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구성원에게 복리후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는 사태가 온다고 주장했다. 맬서스의 아이디어는 근대 국가들의 인구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출산을 억제하는 등의 산아제한정책으로 이어져 오늘날 저출산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이를 두고 ‘맬서스의 덫’이라고 한다.

인류는 맬서스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 왔고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더 많은 인구를 유지할 기회 를 얻었다. 학자들은 기술 발전이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 고 늘어난 인구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하나의 순 환고리를 형성했다고도 평가한다.

인구절벽과 소멸 위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붕괴를 의미한다.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만 하는 방법에 다가서기에 앞서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볼 시간이다. 석학들이 말하는 미래는 모두 정책으로 찾는 정답보다, 함께할 미래에 대한 공 동의 합의와 긍정으로부터 출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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