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해지는 이상동기 범죄 ··· “예방 위해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 모아야”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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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해지는 이상동기 범죄 ··· “예방 위해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 모아야” 〈1120호〉
  • 송민석 선임기자
  • 승인 2023.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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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보안 검색 강화도 적극 검토할 필요

‘묻지마 범죄’ 표현 지양해야
자포자기식 의미와 자극성 띠어
‘묻지마’라는 표현 그 자체로도
범행 유발할 계기 마련해줄 우려

경기도의회, 관련 조례안 통과
이상동기 범죄 정의부터
지자체장 책임 의무 천명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침 명시해

서울 관악구와 경기 안산시 사례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민간-지자체-경찰 협력 체계
구축할 필요성 제시해
 

▲사진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서 운영한 전철역사 차량난동 및칼부림 사건 희생자 추모공간 모습이다. 이 사건 희생자 중 한 명이 소속된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은학생회 차원에서 전철역사 차량난동 및 칼부림 사건 피해자 보호와 유사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제공/ 건대신문)
▲사진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서 운영한 전철역사 차량난동 및 칼부림 사건 희생자 추모공간 모습이다. 이 사건 희생자 중 한 명이 소속된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은 학생회 차원에서 전철역사 차량난동 및 칼부림 사건 피해자 보호와 유사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제공/ 건대신문)

지난 7월 21일 칼부림 사건(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발생)부터 지난달 3일 전철역사 차량난동 및 칼부림 사건(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발생)과 지난달 17일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서울 관악구 삼성산 초입 부근 발생)까지.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린 흉기 난동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이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경찰 등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의회 「경기도 이상동기 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안」, 관악구청 ‘생활안전 대책’, 경기남부경찰청 · 안산시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등을 중심으로 이들 정책들이 이상동기 범죄를 막는 데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상동기 범죄’라는 표현이 더 적확해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는 자포자기식 의미와 자극성을 띤 표현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표현이라며 “우리가 흉악범죄나 이상동기에 의해 발생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도 할 수 없음을 내비칠 가능성이 있다”며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 사용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용어가 가지는 자극성을 근거로 묻지마 범죄 표현 사용 자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있었던 칼부림 사건들이 잠재성을 지닌 범죄라면, ‘묻지마’라는 표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이고 이로 인해 실제 범행을 할 수 있는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얼핏 보면 두 용어가 비슷해 보이지만, ‘묻지마’라는 단어는 전혀 전문적이지도 않고 범행 이유와 동기도 회피성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묻지마 범죄를 쓰지 말자고 했다”면서, 경찰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표현이 그나마 적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상동기 범죄 예방 위해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지난 3일 전철역사 차량난동 및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일대는 분당신도시 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일상에서 문화 · 생활을 즐기는 장소가 일순간에 범죄의 현장이 되자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이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경기도의회 이기인 의원(국민의힘 · 성남시 6, 이하 이 도의원)은「경기도 이상동기 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를 발의했다. 지난 21일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당 조례안은 우선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은 이상동기 범죄를 ‘명확한 동기 없이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 형태’라고 규정지었다.


또, 경기도지사가 이상동기 범죄 방지와 피해자 지원 정책 등에 관한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 · 시행할 의무를 언급했다. 구체적인 조례 내용으로는 △이상동기 범죄 방지 신고 체계 마련 △이상동기 범죄 방지 교육 및 홍보 △이상동기 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설치 △이상동기 범죄 방지 및 피해자 보호ㆍ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기도의회 이기인 의원
경기도의회 이기인 의원

대표발의자인 이 도의원은 “사건이 발생한 서현동 지역구 도의원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최근 이상동기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늘면서 국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다. 누가 당하게 될지 모를 이상동기 범죄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ㆍ지원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조례를 발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상동기 범죄의 예방과 지원은 더 이상 국가의 일로만 미루지 말고.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관 상임위원장인 안계일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장 또한 해당 조례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기도 남 · 북부 자치경찰위원회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범위 등과 관련해 일부 이견이 있어 세부 조정을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현재 관련법상 일반적인 범죄예방활동의 경우, 자치경찰사무(생활 안전)에 해당하나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업무는 원칙적으로 법무부(검찰) 소관이고 흉기 난동과 같은 강력범죄는 국가수사본부에서 담당하는 등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이상동기 범죄를 온전히 담당하기에는 인력이나 조직 측면에서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자치경찰위원회(위원장 김덕섭)는 조례 검토 의견서를 통해 “경기도청 차원에서 이상동기 범죄와 관련해 형사사법, 보건의료, 복지정책 등 전 부서를 아우를 수 있는 총괄적인 부서가 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해자들의 인구학적 · 사회심리적 · 발달사적 특성과 다른 범죄와의 차별적 특성을 분석해 범행의 동기와 원인을 찾아 내실있는 예방책을 마련하고, 남 · 북부 자치경찰위원회는 일반적인 범죄예방 분야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과 협력 ·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관악구 생활안전 대책, 촘촘한 지원을 추구하다
이처럼 범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례가 마련되어도, 개별 지자체 차원에서 실효성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조례들이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특별시의회에서도 앞서 언급한 경기도의회 조례안과 비슷한 「서울특별시 무차별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되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이번 달 최종 보류되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관악구는 이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이상동기 범죄 방지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크게 4가지로 △안전 순찰강화 △호신술 교육 프로그램 △1인가구 안심정비 지원 확대 △안심가구 스카우트(동행 서비스) 운영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관악구는 칼부림 사건과 등산로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숲길 안전지킴이 배치’를 새로 추진하고 자율방범대 순찰 강화와 민 · 관 · 경(지역 주민-관악구청-관악경찰서) 합동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표는 지난 18일 관악구청이 발표한 관악구 생활안전 대책을 정리한 것이다.
▲표는 지난 18일 관악구청이 발표한 관악구 생활안전 대책을 정리한 것이다.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공동체 간 협력 모델 될까
앞서 언급한 민 · 관 · 경 협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조직화해서 운영하기로 한 지역이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묻지마 범죄대응 TF’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는 경기남부경찰청(이하 경기남부청)과 함께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이하 시민안전모델)을 구축했다.

경기남부청은 시민안전모델 추진 배경에 대해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 「상황별 대응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FTX 훈련* 을 실시함으로써 이상동기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함’을 대표적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이상동기 범죄 대응 및 피해 지원과 관련해 경기남부청과 안산시의 관련 부서를 연결함으로써 지역 사회 내 치안 행정력 집중력과 불안감 해소, 범죄 의지 사전 제압을 꾀하기로 했다.

*FTX 훈련 :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상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훈련을 뜻한다.

▲표는 지난달 28일 경기남부경찰청이 발표한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추진계획 시각화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표는 지난달 28일 경기남부경찰청이 발표한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추진계획 시각화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 치안 유지가 경찰 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장현석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이하 장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처럼 흉기를 들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범행을 저지르는 행위는 일반 시민이 범죄 동기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낼 방법이 없기에 경찰한테 완전히 다 막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에 안산시와 경기남부청은 △자율방범대, 해병대전우회 등 민간 협력 단체와 협업으로 인적 자원 충당(민간) △지자체 CCTV 관제센터의 영상을 112 상황실과 실시간 공유 확대(경찰) △공공병상 마련 및 통합 응급의료지원센터 확충 등 정신질환자에 대응체계 구축(시청) △범죄 피해자 보호 · 지원 조례 등 관련 조례 제 · 개정을 통한 피해회복 지원 확대(시의회) 등 다각도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 경기남부청은 시민안전모델 운영 성과를 추후 평가해 민 · 경 협력 치안 플랫폼을 표준화하고 경기도 전역에 확대하는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중 이용 시설 안전 관리 및 보안 검색, 우리나라가 유독 취약해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장현석 교수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장현석 교수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은 불과 3년 전인 2020년에 ‘조현성 인격장애’와 '사회공포증 진단’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그간 소홀해진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필요성이 높아졌다. 장 교수는 “사회에서 자유롭게 지내기에는 이웃한테 위해가 될 것으로 사료되면 치료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 확립되어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조울증 등 정신 건강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고 관리함으로써 잠재적인 범죄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다중 이용 시설 전반에 대한 치안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공 안전과 범죄 예방에 있어 경찰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가구 단위에서는 방범창 설치나 CCTV 설치 등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지역 사회로 범위를 넓혀보면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이나 학교 등 민간 차원에서도 보안 검색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안 검색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다중 시설에 진입하는 시민들이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는지 여부를 가려냄으로써 범죄가 생길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안 검색을 강제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범죄 예방은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인 만큼 다중 이용 시설의 시설주나 책임자는 보안 검색 절차나 관련 장비를 갖춰야 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우리 대학 인문캠 제50대 ‘MOVE’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올라온 반입 금지 물품 안내 게시물을 캡처한 것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우리 대학 인문캠 제50대 ‘MOVE’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올라온 반입 금지 물품 안내 게시물을 캡처한 것이다.

 

▲사진은 지난 21일, 우리 대학 인문캠 축제 공연 입장 전에 반입금지 물품 점검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21일, 우리 대학 인문캠 축제 공연 입장 전에 반입금지 물품 점검을 하는 모습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과거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하는 등 다중 이용 시설에 테러위협도 높아진 만큼 이상동기 범죄 등 흉악 범죄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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