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교사들을 죽였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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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교사들을 죽였나? 〈1119호〉
  • 황성용 대학보도부장
  • 승인 2023.09.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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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이후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혹은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 교사만 4명이다. 전례없는 일에 언론에선 끊임없이 기사를 써내고 정치권도 분주한 듯 움직였다. 서이초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언론도 정치인도 교사들도 입을 모아 '교권' 회복을 외쳤지만 각자 가진 '교권'의 정의가 달라, 뚜렷한 변화를 만들 수 없었다.

교권의 사전적 정의는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이다. 그러나 교권은 교사가 학생에게 원활하게 수업을 제공할 권리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겐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할 명분이 될 수도, 온전히 교직을 수행할 권리일 수도 있다.

교권을 이야기할 때 그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그린 '교권 회복'으로 바뀐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그린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일, 거리를 가득 메운 교사들의 목소리는 명료했다. '교육 관련 법 개정'과 '서이초 교사 진상규명', 교사들은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이 없길 바랐다. 시위에 참여한 교대생들의 모습을 보아라. 교사가 되기도 힘든데 이번 일로 교사를 꿈꾸는 것조차 고민해야하는 입장에 놓여, 강의실에서 뛰쳐나와 거리에 나서야 했다.

 

그래,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 간혹가다 '왕의 DNA'를 가진 초 특별한 이들도 있고 말이다. 아마 초등학교에서부터 모두가 특별함을 배울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모두가 특별하다는 사실과 타인도 특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잊은 채, 본인과 그 주변만 각별하게 여기곤 한다.

이것이 지능의 문제인지 교육의 문제인지는 미뤄두자. 이런 미개한 생각과 더불어 '어처구니없는, 혹은 부당한 내용의 민원'을 '언제나' 가능토록 함은 그 민원만큼이나 잘못됐다. 의식 함양에 더불어 제도의 개선도 필요한 지점이다.

물론 학생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근래에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직업이다. 시덥잖은 민원이나 징징대는 소리를 듣는 건 업무 외의 것이다.

서이초 교사는 지난달 18일 서이초등학교 내에서 사망했다. 서이초 교사는 왜 그 나이에, 부임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학교에서 죽어야 했을까. 무엇을 말하고 싶던 걸까. 도대체 어떤 말을 듣고 죽음을 결심했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을까? 권리도 좋지만, 존중과 책임을 배울 수 있는 교실이 됐으면 한다. 부디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여 우리의 학생과 교사, 교실이 지켜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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