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에 그친 '차 없는 거리'… 모두가 만족할 순 없었나 〈1118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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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에 그친 '차 없는 거리'… 모두가 만족할 순 없었나 〈1118호(개강호)〉
  • 박혜림 대학보도부 정기자
  • 승인 2023.08.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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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학생 보호 목적…”

인근 아파트, 철회 요구 현수막 내걸어

시행 후 각종 항의 전화 이어져

지난 6월 5일, 우리 대학 인문캠은 정문 앞 거리를 ‘차 없는 거리’ 로 지정하여 정문 진입 통제를 주축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시행이 중단되어 정문 출입이 자유로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다. 본지는 차 없는 거리의 시작부터 중단까지 과정을 살피고, 구체적인 경위와 이를 둘러싼 갈등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인문캠 ‘차 없는 거리’란 무엇인가?

우리 대학 인문캠 정문은 보차혼용으로 교통혼잡도가 높고 일정한 체계가 없어 사고위험성이 높다. 차 없는 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실행된 프로젝트다. 정문 진입 차량을 통제하여 학우들의 보행 안전을 확보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취지에서 마련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함이다.

차 없는 거리는 지난 6월 5일부터 평일 혼잡 시간대(08시~17시)에 집중하여 정문 진입 차량 전면 통제(단, △버스 △화물차 △장애인차 △긴급차량 제외)를 주축으로 운영됐다. 정문을 진입하려는 차량은 방목학술정보관 주차장 및 MCC관 2층 주차장(DMC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 방면)으로 우회해 학교 진입이 가능했다. MCC관 상업시설을 이용하려는 차량을 대상으로는 MCC관 2층 주차장을 통해 1층 주차장으로 통행을 유도했다.

더불어 정문 차량 진입 통제 안내문 및 시설물 설치를 통해 홍보와 안내도 이뤄졌다. 담당 부서인 총무시설팀(팀장 전용우, 이하 전 팀장)은 “우리 대학 구성원이나 방문객, 상업시설 이용객 등 학교 방문자를 대상으로 시행 목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차 없는 거리가 정착되어 안전한 정문이 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사진은 ‘차 없는 거리’ 시행에 따른 교통흐름도이다. (출처/ 총무시설팀)
▲사진은 ‘차 없는 거리’ 시행에 따른 교통흐름도이다. (출처/ 총무시설팀)

 

“명지대 정문 차 없는 거리? 아파트 교통사고 많은 거리!”

앞서 언급했듯, 차 없는 거리는 학우들의 안전 보호를 위해 시행됐다. 그러나 주위로부터 차 없는 거리 시행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대학 인근 아파트인 ‘DMC센트럴아이파크’ 입주민 일동은 다음과 같이 차 없는 거리의 시행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은 본지가 DMC센트럴아이파크 측이 내건 현수막 내용을 재현한 것이다.
▲사진은 본지가 DMC센트럴아이파크 측이 내건 현수막 내용을 재현한 것이다.

 

▲사진은 DMC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 정문을 찍은 사진이다. (제공/ 익명의 학우)
▲사진은 DMC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 정문을 찍은 사진이다. (제공/ 익명의 학우)

 

본지는 해당 아파트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DMC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를 방문했다. A씨는 “아파트 정문과 명지대 MCC관 2층 주차장 출입구가 맞닿아 있다. 차 없는 거리 당시 해당 주차장 이용 차량이 늘었다”라면서 “아파트 정문은 아이들의 등 · 하원 차량이 정차하는 일이 많아 이곳의 교통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아이들의 위험도가 증가한다”라고 전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입주자들의 의견 파악을 위해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만나고자 했으나 닿지 못했다. 대신, 해당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의 공개 게시물을 통해 입주자들의 의견을 파악했다.

▲사진은 네이버에 DMC센트럴아이파크를 검색해서 나오는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사진은 네이버에 DMC센트럴아이파크를 검색해서 나오는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우리 대학의 차 없는 거리에 관한 공개 게시물의 댓글에는 ‘지금도 너무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인데 MCC관 주 출입구까지 변경되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요. 배려 없는 결정이 너무 아쉽네요’, ‘여기 각종 스쿨버스 및 학원 차량 자주 정차하는 곳이라서 혼잡도가 높은데…, 게다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 차량 통행이 잦아지면 더욱 위험할 듯합니다’라며 교통혼잡도와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반응이 있었다. 또한, ‘잦은 차량 이동으로 주차장 램프 소음이 심합니다’라는 소음 문제를 호소하는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DMC센트럴아이파크 정문과 우리 대학 MCC관 2층 주차장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출처/ 네이버 지도)
▲사진은 DMC센트럴아이파크 정문과 우리 대학 MCC관 2층 주차장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출처/ 네이버 지도)

 

현재 아파트 측에서 내건 해당 현수막들은 철거됐지만, 우리 대학 정문은 결국 차 없는 거리 시행 전 정문 출입이 가능한 상태로 원상 회복됐다. 위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 대학 총무시설팀 전 팀장은 “현수막 이외에도 계속되는 각종 항의 전화와 서대문구청의 ‘차 없는 거리 원상회복’ 명령 공문 등의 민원이 있었다. 우리 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차 없는 거리를 통한 안전한 캠퍼스 구현’이라는 시행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 및 협조를 구하고 있다”라며 “방학을 맞이해 정문 진입 차량 수와 보행 혼잡도가 크게 줄었다. 갈등 최소화와 자연스러운 차 없는 거리 정착을 위해 정문 차량의 통제를 강제했던 시설물을 철거하고 자율 준수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었다”라면서 차 없는 거리 시행이 중단된 경위를 밝혔다. 또한, “다음에도 이와 같은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하는 상황에 맞추어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다양한 대처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차 없는 거리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은?

우리 대학 인문캠 학우들은 등 · 하교 시 정문 앞 거리를 지나야만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우는 도보로 길을 건너야 하며, 자차를 이용하는 학우도 주차장을 진입할 때 정문을 지나야 한다. 그렇다면 차 없는 거리 시행의 보호 대상이자 이용자인 학우들의 인식은 어떠한지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어보았다.

B 학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등 · 하교하면 정문 앞 거리를 건너야 한다. 차 없는 거리 시행 당시 정문에서 차량과 보행 자가 엉키는 복잡함이 없어서 통행하는 데에 수월했다”라면서 “이전에 정문 앞 거리에서 사고가 일어나 불안감이 있었는데, 차 없는 거리 시행으로 정문에 차량이 적어져 체감하는 사고 위험도가 적었다. 장기적인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차 없는 거리 시행 중 느낀 점을 전했다. C 학우도 “주차장 앞을 지날 때마다 차가 다녀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야 해서 불편했다. 차 없는 거리 시행 중에는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시행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D 학우는 “차 없는 거리 시행 당시 확실히 캠퍼스 내부까지 차가 들어오지 않아서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일부 차량을 본 적이 있어 사전 안내가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라면서 “평소에도 캠퍼스 내부까지 들어 오는 차를 많이 못 봐서 그런지 차 없는 거리 시행의 장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자차로 등교하는 E 학우는 “차 없는 거리 시행 이후 직진 신호에 비해 짧은 좌회전 신호를 받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좌회전 신호에 몰리는 차량이 더욱 늘어나 복잡하고 운전 시간도 늘어났다”라면서 “보행권 보호 목적은 이해하지만, 차량을 이용하는 학우들도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당시 경험과 심정을 밝혔다. F 학우 “차 없는 거리 시행으로 2개 있는 주차장의 메인 입구를 통제해 차를 소지한 학생과 교직원, 방문객의 불편함을 초래했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한편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안 그래도 혼잡한 곳인데 여러 개인 출입구를 줄인다? 진짜 비효율적’, ‘길이 좁고 차는 끊임없이 다니는데 차 없는 거리는 뭐냐’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 학우들의 안전 보호 대책은?

앞선 학우와의 인터뷰 중 E 학우는 “차 없는 거리로 학교에 진입하는 차량은 없더라도 버스와 택시 등 거리의 차량은 유지되었기에 학우 안전 보장의 실질적인 효과가 미비했던 거 같다. 오히려 신호등 및 방지턱 설치를 통해 과속을 방지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총무시설팀의 전 팀장은 “현재 서대문구청 및 경찰 등 기관과 협의하여 정문 주변에 보행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 시설물이 설치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차 없는 거리가 자연스레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속적 홍보를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전하며 안전한 우리 대학 캠퍼스 구축을 위해 아래의 안전관리 계획을 실천할 것임을 밝혔다.

▲표는 총무시설팀의 안전관리 계획을 정리한 것이다.
▲표는 총무시설팀의 안전관리 계획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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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문캠 ‘MOVE’ 총학생회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프로젝트 ‘safety move’를 통해 정문 앞 많은 교통량과 이동량, 신호등 없이 이용하는 횡단보도 등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학우 대상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우리 대학에서 차 없는 거리 시행이 시작된 지난 6월 5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는 재학생이 학내에서 쓰레기 수거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이 사고 이전부터 안전 조치를 요구했으나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희생자를 낳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는 우리가 일상처럼 오가는 학교 내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 예방이 필수가 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우리 학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제는 대비책 준비뿐만 아니라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때이며, 학우와 더불어 지역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한 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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