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늘은 누군가의 역사가 된다 〈1118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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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늘은 누군가의 역사가 된다 〈1118호(개강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08.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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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의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광복에 있어 자유민주주의만을 논하는 것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건국이란 표현은 일제 강점기에도 줄곧 이어져 온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해당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임을 강조하며 일본에 대한 우호를 드러낸 것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6 · 25 전쟁과 군사 독재 시절의 반공주의 여파로 현재의 독립운동사에서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어느 정도 빛을 보았지만 여전히 모자라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축사는 해묵은 반공 선동으로 함께 광복을 축하해야 할 민족과 국민 간에는 분열을 일으키고, 광복까지 긴 투쟁을 하게 만든 국가에게는 섣불리 미래를 약속한 것이다.

지나친 민족주의로 일본에 대해 무분별한 혐오를 일삼으라는 뜻이 아니다. 민족주의라는 극단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 지난한 과거사와 현재진행형인 역사왜곡을 무시한 채 화합만을 주장하는 또 다른 극단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가 화합을 바라더라도 국민이 바라지 않으면 그 화합은 오래 가기 어렵다. 상대 국가의 노력과 태도 역시 중요하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말을 바꾸며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화합이라 일컫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암울한 시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독립운동을 이어간 운동가들이 그러했듯, 오늘날 역사적 잘못에 대해 분명히 지적하는 것 역시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는 행위다. 정부의 행적은 곧 국가의 행적으로, 훗날까지 선례로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뿐 아니라, 지난 18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 미 · 일 정상회의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동해의 ‘일본해’ 표기 등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주권 침해를 위시한 국가 간의 문제에 분명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제 강점기에 대한 문제 역시도 올바르게 풀어나가기 어려울지 모른다. 진정한 화합은 진실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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