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버거운 집중하기, '성인 ADHD' 〈1118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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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버거운 집중하기, '성인 ADHD' 〈1118호(개강호)〉
  • 이수아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3.08.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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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대 여성 A씨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이하 ADHD)를 진단받기 전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약을 재처방받기 위해 방문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의사에게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큰 사고를 내고 자잘한 실수를 반복했다”라고 말하자, ADHD 검진을 권유받았다.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주의력 결핍 때문에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였다. ADHD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A씨는 어릴 적 우등생이었고 현재도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기에 자신이 ADHD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ADHD는 지능과 무관하다는 의사의 말에 검사를 진행했고, 성인 ADHD를 진단받았다.

▲ 사진은 『젊은 ADHD의 슬픔』의 표지이다. (출처/ yes24)
▲ 사진은 『젊은 ADHD의 슬픔』의 표지이다. (출처/ yes24)

최근 채널A 방송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와 도서 『젊은 ADHD의 슬픔』등 다양한 매체에 ADHD가 노출되면서 일상에서 겪던 어려움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더욱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자극과 정보는 우리의 지각을 분산시켰고, 이러한 사회의 요구는 성인 ADHD를 겪는 사람에겐 일종의 도전이 될 수 있다. 본지는 누군가 겪고 있을 어려움이 사실 ‘질병’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물음표를 던지며,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ADHD, 성인도 진단받을 수 있다.

ADHD란 신경발달장애로, 만 12세 이전 아동기에 발현해 그 증상이 평생에 걸쳐 나타기도 한다. ADHD라고 진단받은 아동의 약 70%가 청소년기까지, 약 50%가 성인까지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ADHD 발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부모가 ADHD 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가 ADHD일 확률은 57%에 이르는 만큼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도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 전달 물질의 오류 또한 유력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이하 DSM)에 따르면 ADHD는 증상 유형에 따라 △주의력 결핍형, △과잉행동/충동형, △혼합형으로 구분된다. 주의력 결핍형은 부주의한 실수를 자주 저지르거나 외부 자극에 쉽게 산만해지는 등 집중에 어려움을 느끼고, 과잉행동/충동형은 지나치게 수다스럽거나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는 등 자기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혼합형은 두 가지 증상을 모두 충족한다.

또한, ADHD 환자의 경우 ADHD 외에도 다른 정신질환을 함께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ADHD협회 ‘Caddra’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 중 85%가 △충동조절장애,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 공존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정신질환의 경우에도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충동성 등 ADHD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이는 ADHD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신지수 임상심리학자는 저서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에서 “(잘못된 진단으로 처방된 약의 치료 효과를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ADHD 치료 또한 자연히 지연된다”라며, “재평가와 재진단을 통해 항우울제 대신 ADHD 약물로 치료 약물을 바꾸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차분해 보이는 너도 ADHD라고? 조용한 ADHD

과거부터 대중매체가 고정적으로 제시한 ‘산만하고 충동적인 남자아이’ 상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 속 ADHD는 본인과 거리가 먼 질병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 성인 ADHD가 활발히 논의되며, 과잉행동과 충동성 행동보다 주의력 결핍이 우세하게 드러나는 ‘조용한 ADHD’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① 뒤늦게 병원을 찾는 여성들

조용한 ADHD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30년 이상 ADHD를 연구한 앨런 리트먼 임상심리학자는 이에 대해 “여성 ADHD는 남성 ADHD와 극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라며 “남성의 증상이 과잉행동을 주로 내보이는 것과는 달리 여성의 증상은 부주의하고 구조화를 어려워하는 양상으로 발현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용한 ADHD에 대한 우리나라 20, 30대 여성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지난 202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집한 ‘ADHD 질환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에 ADHD로 인해 병원을 찾은 20, 30대 여성은 약 2,000명으로 전체 진료량 대비 2.3%에 그쳤다. 그러나 2020년에는 약 12,500명으로 전체 진료량 중 10%를 차지하여, 4년동안 진료 인원이 약 7배 증가했다. 그뿐 아니라 ADHD 확진 비율에 대해서도 2016년에는 약 15,000명(18.6%)의 여성이 ADHD로 진단받았으나, 2020년에는 약 31,500명(25.2%)으로 6.6%P 증가한 것 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표는 여성들에게 ADHD가 갑자기 발병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조셉 비더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ADHD 아동의 비율은 남자아이 10명당 여자아이 1명으로 성비 차이가 컸다. 그러나 지역사회 전체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아이 3명당 여자아이 1명으로 성차가 훨씬 줄었다. 즉, 이 결과는 ADHD 증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여자아이의 수가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② 잃어버린 세대... 왜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나

여성 ADHD 환자 수의 급증은 ‘조기 발견의 실패’로 해석할 수 있다. 비교적 ‘조용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여성들의 ADHD는 과잉행동/충동형 ADHD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아 부모, 교사 등이 이르게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ADHD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 성인이 되어 뒤늦게 자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지수 정신 건강의학과 전문의(이하 이 전문의)는 이에 대해 “주의력 결핍형은 과잉행동/충동형에 비해 뚜렷한 행동 문제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했다”라며 “성인이 되어 사회 생활,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표적인 정신질환 진단 도구인 DSM이 ADHD 진단에 있어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이 성별에 따라 다른 유병률의 차이를 만들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과잉행동/충동형 증상을 표출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여자아이들은 과도하게 수다스럽거나, 어리석어 보이게 행동하거나,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과장된 반응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과잉행동/충동형 증상을 표현한다. 또한 공격성 표현에서도 남성은 반항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쓰는 등 능동적으로 표출하는 반면, 여성은 요청을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는 등 수동적이고 관계적인 방식으로 표출한다. DSM은 여성의 이런 특성이나 공격성 등을 남성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젠더의 차이에 민감하지 못한 진단 기준이 주변에서 여자아이의 ADHD 증세를 눈치채지 못하게 한 것이다.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ADHD

엘런 리트만은 『Quatz』와의 인터뷰에서 “조기에 ADHD 진단을 받지 못해 혼자서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여성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ADHD는 조기 발견되어 적절한 치료 과정을 거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20, 30대 여성들은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성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조기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① 자가진단은 거들 뿐, 전문의와의 깊은 상담은 필수

▲사진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성인 ADHD 자가 진단표다.
▲사진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성인 ADHD 자가 진단표다.

이 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Adult ADHD Self-Report Scale(이하 ADHD 자가 진단표)의 일부로 성인 ADHD 진단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자기 보고식 행동척도 중 하나다. 그러나 ADHD 자가 진단표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전문의는 ADHD 자가 진단표의 의미에 대해서 “성인 ADHD 가능성을 1차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선별 도구로서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하면서도, “성인 ADHD 진단은 자가 진단표와 같은 자가 보고 척도 뿐 아니라 현재의 증상과 과거력에 대한 정신과적 면담, 지속 주의력 검사, 종합 심리 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하여 이루어진다”라며 “성인 ADHD는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 다른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정신과 질환 중에서도 감별진단이 어려운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질환 전반에 대한 숙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와의 면담이 필수적이다”라며 상담의 역할을 강조했다.

② 약물을 통한 치료

ADHD를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우선적인 방법은 약물 치료다. ADHD 약은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켜 증상을 개선한다. 대표적으로 집중력과 주의력을 향상시키고 과잉 활동성을 줄여주는 메틸페니데이트 등이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의 효과는 개인 마다 다를 수 있고,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와 정도 역시 다를 수 있다. 또한 약물 치료는 상담이나 인지행동 치료 등과 결합해 실행될 때 더 좋은 효과를 낳는다. 의료 전문가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과 용량을 결정하고 치료 과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ADHD 치료약은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진 약물이지만 환자에 따라 식욕 저하, 불면, 두통, 맥박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ADHD 약물이 일부 학생들에게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고 있다. 신현영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중 교육열이 가장 높은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와 노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ADHD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신현영 의원은 “과거 교육열이 높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ADHD 약물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며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각성 효과를 기대하고 ADHD 치료 약물을 오남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병리가 없는 상태에서 투약할 경우 증상 개선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과도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ADHD 약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정부가 규정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일반인이 복용할 시엔 약물 의존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ADHD는 조기에 발견하여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지만 성별, 나이, 질병의 아형에 따라 그 발견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몇십 년에 걸친 ADHD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로 잃어버린 세대를 낳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들이 더 이상 삶에서 불필요한 좌절을 경험하지 않도록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걷어내는 것이 국가를 막론하고 시급해 보인다.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 만큼, 삶에서 집중력과 충동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어떤 고통은 의지의 영역이 아닌 치료의 영역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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