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8월 15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주디스 버틀러 교수의 인터뷰였다. 세계 최하위의 합계 출산율에도 ‘정상 가족’에 대한 압력이 강한 우리 사회의 현안과 그의 저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UC버클리대 비교문학과 석좌교수인 주디스 버틀러 교수는 젠더 이론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철학자로, 그의 저서 『젠더 트러블』은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향신문』은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법무부 장관은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고 하네요.” 동성혼 허용을 내포하고 있는 생활동반자법이 시기상조라고 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하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한 교수의 의견이었다.
이에 같은 날 법무부 공식 SNS 계정은 “법무부에서 알려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게시물을 통해 한 장관의 발언을 설명했다. ‘동성혼 법제화를 포함하고 있는 생활동반자법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것이 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라며 장관의 의도를 밝힌 것이다. 또한, 생활동반자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아직까지도 동성혼 제도 법제화를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조차 답을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해당 입장문은 경향신문이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게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괄호 속의 문장으로 끝이 났다.
이에 이틀 후 『경향신문』은 한 장관의 개인 의견을 법무부 SNS에 올렸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고, 같은 날 또 다시 “법무부에서 알려드립니다”가 게재됐다. 공식 계정을 사적으로 운용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더해, 기사에서 언급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발언에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경향신문』, 혹은 주디스 버틀러 교수, 혹은 야당과의 ‘핑퐁’을 이어 나가고 있는 법무부의 SNS 속 “법무부에서 알려드립니다”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법무부에서 알려드립니다” 게시물들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 지원에 힘쓸 것이라는 내용과 살인예고글 등 공중협박 행위의 처벌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 등 을 담고 있다. 법무부에서 알려야만 하는 내용이다. 만일 『경향신문』이 한 장관의 발언을 왜곡하고, 주디스 버틀러 교수가 이에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면, 그 사태를 필시 정정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석학이 자신의 발언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발언 의도를 ‘해명’하고 겸사겸사 야당을 ‘저격’하는 것은 ‘법무부가 알려드릴’ 일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부디, 국격을 생각하시어 체통을 지켜주시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