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쥔 펜의 잉크가 모두 닳았다. 2년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처음 신문사를 들어가겠다는 다짐은 1일 기자체험을 하며 가게 된 학교 박물관에서 뵌 교수님의 살아있는 눈빛과 설명, 그리고 함께 설명을 들으며 웃던 당시 기획부장의 미소였는지 모른다. 숨겨진 사실을 알리며 느끼는 즐거움, 그 간단한 공식이 가슴을 뛰게 한 것 같다. 글도 많이 안 써보고 견문도 짧았지만 그 마음 하나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신문사에서 필자는 '온 힘을 다해'라는 말을 내걸만한 행동을 살면서 처음으로 해봤다. MCC관 관련 소식과 학내 청소노동자 어머님들의 하루를 기사로 쓸 때인 듯싶 다. 학교 측에 전화 한 번을 걸기까지도 1시간 넘게 고민하고, 청소노동자분들을 단 이틀만에 취재해야 할 때도 가능할지 의문만 가득했다. 그때 한창 좋아하던 드라마에서 '못 먹어도 GO!'라는 대사가 필자를 움직이게 했다. 그저 온 힘을 다해 몸을 부딪혀 봤다. 기사는 그렇게 쓰였다.
노력에 대해 돌아온 건 그 분야 전문기자라는 칭호였다. 스스로에게 자긍심도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였다. 부담이었지만 그 자리를 즐기며 우쭐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사는 아쉬운 필력과 써놓고도 고민하며 늦는 일상이 반복되니, 스스로의 기준에서 극한의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혼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필자는 앞선 경험들로 자신감을 얻으며 계속 달려보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끝에 다다른 지금 든 생각은 힘을 빼는 연습을 해봐도 좋았겠다는 것이다. 항상 특별한 기사소재에 목매달며, 정작 함께 일하는 기자들과의 관계도 소홀했고, 만들어낸 기사도 너무 힘이 들어갔다. 남은 건 늦은 것에 대한 지적과 혼자가 된 일상이었다.
기자를 하면서 주의할 건 기사에만 매몰되는 일상인 것 같다. 자기 기사에만 매몰되 어 살았던 필자가 끝끝내 편집장이 되어서도 주변을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더 구성원들에게 어디서든 균형잡힌 일상을 만들어가시길, 너무 힘을 줬다 싶으면 풀어도 됨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 시간을 만들어 준 구성원들에게 한 없이 감사하고, 필자로 인해 슬프고 힘든 일을 겪은 것에는 못났지만 글로써 사과드린다. 못난 편집장 아래서 고생 많으셨다. 당신 앞에 무엇이 있든, 무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