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 제자리를 찾아야
상태바
대학평가, 제자리를 찾아야
  • 황윤식
  • 승인 2010.09.26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평가, 제자리를 찾아야
지난 14일 경향신문 산하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가 전국 149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지속가능지수를 발표했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로는 중앙일보ㆍ조선일보에 이어 3번째이고, 지난 5월 대학지속가능지수를 발표하겠다는 선언 이후 4달 만이다. 대학지속가능지수는 ‘대학이 직장인 양성기관이 아닌 전인적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성장과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취지로 시작됐다.
대학지속가능지수는 대학 본연의 역할인 교육ㆍ연구와 진로, 소통ㆍ형평 등 사회적 책임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영어 강의가 몇 개인지, 유학생이 몇 명인지를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교수와 학생이 얼마나 소통하는가, 대학이 구성원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대학이 사회적 책무는 잘 수행하고 있나를 짚었다. 과도한 서열화를 막기 위해 30위권까지는 △교육 △연구 △진로 △소통ㆍ형평 △편의 5개 부문별로, 30위 이하 대학은 5개 부문 종합순위만 평가했다. 또한, 그간 대학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1만 5천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학생생활만족지표를 조사했다.
대학지속가능지수가 주목받는 것은 이처럼 기존의 대학평가와는 다르게 대학 본연의 역할 평가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중앙일보ㆍ조선일보의 대학평가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대학간 순위 경쟁을 과열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쟁이 과열된 나머지 대학이 대학평가를 앞두고 언론사에 ‘잘 보이기 위해’ 돈을 들여 홍보 광고를 게재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비록 공정성은 부족하다고 지적받지만 학부모나 수험생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 박진배 회장이 “민간 평가기관이 수익사업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무기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결국 지난 7일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는 ‘영향력 있는 언론사가 권력화된 대학평가로 대학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획일적인 줄 세우기 평가로 대학의 건강한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향신문, 한겨례, 동아일보가 이를 보도한 반면 중앙일보ㆍ조선일보는 이를 무시했다. 이들 언론의 대학평가에 반발해 대학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자체평가가 올해 처음 시도됐지만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평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대학평가는 변해야 한다. 아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상업성과 경쟁 유도, 심지어 언론사의 수익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학평가는 없어야 한다. 줄 세우기가 아니라 대학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숫자 몇 개만으로 대학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대학평가는 대학이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가, 대학의 현 실태는 어떠한가에 대해 공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감시해야 한다.
대학 또한 외부의 평가에 휘둘려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숫자 높이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대학은 단순히 숫자 몇 개로 평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의 근간이다. 대학이 발전해야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평가는 대학의 발전을 돕는 긍정적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 대학지속가능지수가 대학과 대학평가가 변화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