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연구원이자 교수, 유영국 동문(법학 99)을 만나다 〈1115호〉
상태바
법 연구원이자 교수, 유영국 동문(법학 99)을 만나다 〈1115호〉
  • 박윤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3.05.0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명지대 법학전공 졸업생 유영국 박사입니다.

Q. 사회과학대 학부 모집으로 입학해 법정 계열을 전공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처음에는 사회과학계열 전공 중 법학이 제일 낫고 저와 맞겠다 싶어서 선택했어요. 그 후 공부에 크게 흥미를 못 느끼고 다들 노는 분위기라 저도 다른 친구들과 다름없이 엄청나게 놀았죠.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경제법의 매력에 푹 빠졌던 학교생활

Q. 법학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군대를 다녀온 즈음 좋아하는 게 생겼어요. 경제법 수업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게 컸어요. 그분이 바로, 지금도 명지대 법학과 교수님으로 계신 홍명수 교수님이에요. 선생님도 너무 멋있고 경제법이 너무 재밌어서 홍명수 교수님 수업을 다 수강했어요. 그 과정에서 경제법 수업 분야가 더 좋아졌고, 그렇게 법학 공부에 흥미가 생겼어요.

Q.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이유는요?

A. 같은 법학과 친구들은 대부분 행정고시나 사법고시를 준비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경제법을 좋아했지만, 시험 준비 중에는 경제법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시험 준비 중 과연 내가 좋아하는 길을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홍명수 교수님께 이 고민을 말씀드렸는데 저한테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자기한테 경제법을 배우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교수님 제안을 일주일간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가 경제법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렇게 선생님의 제안 덕분에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어요.

 

방황과 새로운 도전이 공존했던 첫 대학원 생활

Q.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A. 저는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법 전공으로 석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서울대학교에서 보냈어요. 홍명수 교수님의 제자분들 중에 교수님이 많으신데, 서울 시내 대학에 있는 제자들은 다 서울대학교로 모여서 같이 공부했어요. 서울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맨날 시험도 보고 세미나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홍명수 교수님이 저한테 학교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셔서 서울대학교에서 조교와 상임연구원을 오래 했었어요. 그렇게 서울대에 오래 있다가 명지대 석사 논문을 썼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어요.

Q. 독일에서의 공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석사 논문 작성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법 교수님이신 권오승 교수님의 방 조교로 있었어요. 당시 권오승 선생님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셨고 제 전공에서 가장 주류에 계신 석학이셨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 보면 안주하게 되는 상황에 있었던지라 공부를 잘 안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울대학교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많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인 입장이지만, 이 상황에서 더 빛나기 위한 큰 노력은 안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일에서의 박사 학위 취득을 결심하게 됐어요.

Q. 독일로 가기 전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제가 독일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해서 무조건 갈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서울대학교 교수님들의 허락이 필요했거든요. 아무나 다 그냥 보내줄 순 없으니까요. 독일에 어떤 교수님께 어떤 자격으로 갈지, 무엇을 연구할지 다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했어요. 서울대학교 교수 제자라고 해서 보냈는데 형편없는 사람이면 안 되니까요. 홍명수 교수님께는 허락을 받았는데, 다른 서울대학교 교수님들은 1년 동안 하는 걸 지켜보고 보내줄지 말지 결정하신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독일어를 포함한 모든 독일 대학원 준비 과정에서 1년이 걸렸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죠.

 

5년 6개월간의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원 생활

Q. 많은 나라 중 독일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A. 법 공부를 하려면 독일에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경제법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독일이거든요. 사실 독일은 저에게도 도전이었어요. 왜냐하면, 독일에서 경제법을 전공해서 돌아오신 분이 몇 명 있었는데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분은 무려 12년 동안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12년 만에 박사 학위 취득에 도전하는 거니까 두려웠죠. 하지만 독일에서의 경제법 공부가 그만큼 큰 의미가 있기에 독일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Q. 독일 대학원 생활 중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A. 사실 저는 독일을 굉장히 늦은 나이에 갔어요. 석사 학위를 받기 전에 결혼했고, 독일 가기 전에는 아이가 아직 돌이 안돼서 혼자 가야 했거든요. 가족들이 독일로 오기 전까지는 많이 외로웠죠. 그 후 경제적인 부분도 물론 어려웠고요. 그리고 늦은 나이다 보니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정착이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독일은 석사 학위가 있어도 다른 학생들과 같이 시험을 봐야 하거든요. 낙제할 수도 있기에 열심히 공부해야 했어요. 독일은 등록금은 없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공부를 못 마치면 비자가 만료돼서 한국에 그냥 와야 해요. 실패할 확률이 높죠.

▲사진은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원 생활 당시 유영국 박사의 책상 모습이다.
▲사진은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원 생활 당시 유영국 박사의 책상 모습이다.

Q. 독일 대학원 생활에서의 즐거움을 주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가족들이죠. 아내도 1년 정도 뒤에 독일로 왔어요. 아내도 같은 대학원을 다녔고요. 독일에서 둘째 아이도 낳았어요. 아이가 생기면 더 힘들 줄 알았는데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가족들이 있으니까 심적으로 안정돼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한데, 사실 저는 처음에 갈 때부터 한국에서 이미 다 준비된 상황에서 간 경우였어요. 홍명수 교수님과 제 독일 지도 교수님이 친한 사이였거든요. 또, 독일 지도 교수님은 한국을 아주 사랑하시는 분이셨어요. 한국 법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흥미로운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어요. 같이 맥주도 마시고, 놀러도 가고, 즐겁게 보냈어요. 그렇게 최종적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할 수 있었죠.

▲사진은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원 생활 당시 유영국 박사의 모습이다.
▲사진은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원 생활 당시 유영국 박사의 모습이다.

 

독일 생활 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으로

Q.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독일에서 돌아온 후 제 전공에 맞는 일만 계속했어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6개월 정도 잠깐 일했었는데 그곳에서 논문을 쓰는 일은 제약이 있었어요. 개인 논문을 쓰면 논문 작성 영향으로 클라이언트에게 편향적으로 대응할 위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기관으로 가기 전까지만 일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의 연구기관인 공정거래 조정원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3년 근무하고 국회입법조사처로 자리를 옮기게 됐어요.

Q.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A.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요, 즉, 조직 자체가 국회의 싱크 탱크(think tank)인 곳이에요.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산업, 해양, 보건, 여성, 교육 등 우리 모든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있어요. 조사관들은 자기가 담당하는 분야에 대해 국회의원이나 상임위원회 등에서 필요로 하는 의정 활동 연구를 맡아 지원해주는 거죠. 서로 협업하기도 하고요. 국회의 현안에 대한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역할도 해요. 이론 기반의 의견서를 쓰거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고, 미리 관련 이슈를 제공해 이론적 실무를 보좌하고 지원하기도 하죠.

Q. 박사님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시나요?

A. 저는 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 ESG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으로 일하고 있어요. 공정거래법은 어떤 기업이든 회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실무적으로 쟁점이 되는 법이에요.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면서, 동시에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토대거든요. 사업자들이 시장법에 따라서 어떻게 사업 활동을 하고, 경쟁해야 하는지, 어떤 법에 저촉될까 판단하는 법이기도 해요. 저는 경제검찰이라고 하는 공정 거래위원회와 관련된 법하고 정책을 담당하고 있어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상위 · 하위 법령들 전체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거죠. 물론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 의견을 드리는 게 제 일이에요.

Q. 국회 입법조사관으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요?

A. 국회에서 법을 만들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일 등 모든 일에 의견을 내는 게 제 업무잖아요. 그래서 법안을 낼 때 관련 연구 분야의 서포트를 맡기도 해요.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래서 일단 굉장히 바빠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이 모두 전문가가 아니고 그 사람들도 바쁘니까요. 그래서 전문적인 부분은 모두 담당해야 하죠. 그리고 조사관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게 모든 부분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인데 이 부분 역시 어려운 것 같아요.

 

교수로서 전하는 말

Q. 현재 우리 대학 법과 대학에서 강의하고 계시는데 느끼는 점이 있다면요?

A. 독일에서 돌아온 후 기회가 생겨서 모교에서 강의할 수 있었어요. 저에겐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후배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제게 학생이지만, 동시에 후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부족했지만 이렇게 돌고 돌아서 강의도 하고 있다는 사실과 계속 도전하고 있는 생활에 대해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참 우수한데 자신감도 없고 잘 모르고, 몰라도 물어볼 곳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처럼 그 기회를 만들어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고 저 또한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Q. 끝으로,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되게 똑똑하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확신해요. 자신이 무언가 이루었을 때도 자신의 가치를 낮추면서 한계를 규정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사랑하고, 사랑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