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사계절
"이 세상이 너무나도 컬러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헤맨다.
어느 것이 진짜 색깔인지 몰라서.
어느 것이 자신의 색깔인지 몰라서."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중학생 때였다. 못하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중학생이던 시절,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마코토’가 나와 같은 14살의 중학생이기 때문인지, 특출나게 잘하는 것 없는 흑백 같은 사람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마코토’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생각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컬러풀』은 모리 에토의 장편소설로, 전생에 큰 죄를 지어 윤회하지 못한 영혼이 추첨에 당첨되어 다시 윤회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천사 ‘프라프라’의 도움으로 며칠 전 자살을 시도한 중학생 ‘마코토’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데, 정해진 기간 안에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내야만 자신의 윤회 사이클을 되돌릴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마코토’가 자살을 결심한 이유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바로 자신이 자살을 시도한 ‘마코토’의 진짜 영혼이라는 것이다.
흑백 같은 세상을 사는 한 소년이 자신만의 ‘컬러풀’한 세상을 발견하는 이야기. 한 번 죽음을 결심한 ‘마코토’가 자신의 삶을 타인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스스로 깨닫
는다. 사실 세상은 그렇게 흑과 백으로만 칠해진 곳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는 건 자신만의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쁜 색도, 미운 색도 모두 ‘나의 색’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컬러풀』은 청소년 추천도서이지만, 청년이 된 지금도 자주 꺼내 읽는 이유는 늘 용기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비현실적인 소재로 재밌게 풀어낸 문장들을 한 줄씩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마코토’가 되고 ‘컬러풀’은 위로를 준다. 모든 것에 어중간하고 애매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 능력, 취향, 특기, 색깔들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자신과 자신의 세상을 다채롭게 칠해가고 있을 학우들에게 『컬러풀』이라는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