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법’, 누굴 위한 해법인가?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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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해법’, 누굴 위한 해법인가? 〈1114호〉
  • 지윤경(사학 18) 학우
  • 승인 2023.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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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강제동원 배상 판결부터 2023 강제동원 해법 발표까지
지윤경(사학 18) 학우
지윤경(사학 18) 학우

2023년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배상 주체인 일본의 전범기업 대신 한국 기업이 기부금을 조성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일본의 편에 서서 강제동원 피해자를 모욕한 굴욕적인 안이라고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2018년 강제동원 배상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승소한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수십 년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와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사죄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정투쟁을 해왔다. 피해자들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패소했던 것과 달리 2018년 대법원은 이례적인 판결을 냈다. 한일청구권협정과 별도로 개인의 청구권 효력은 유효하기 때문에 일본 전범기업은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판결 이행을 정부가 막고나섰다. 2022년 7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자산이 매각될 시기가 다가오자 외교부는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하지만 협의체 출범 이전부터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추후 일본 쪽에 청구하는 이른바 ‘대위변제’*가 유력한 정부 해법으로 거론됐고, 한 · 일 양국 기업 또는 기업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피해자 측은 민관협의체에 참석을 거부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피해자와의 소통을 가장 중시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실상은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슬로건 하에 일본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지우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골몰했다. 2022년 9월, 한국 외교부는 ‘한일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동원 배상 판결 시점을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일본 전범기업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어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도, 사죄도 없는 강제동원 정부 해법이 발표됐다. 이로 인해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된 피해자들의 투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무효화해주었으며 삼권분립의 민주적 의미는 훼손되었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씨는 “내일 죽더라도 한국에서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도 반대
하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누구를 위한 해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위변제: 민법에서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것을 말하며, 제3
자는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고 채권자의 채권은 변제한 제3자에게 이전되는 변제자
대위 효과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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