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6년근 홍삼의 비밀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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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6년근 홍삼의 비밀 〈1114호〉
  • 홍민기 교목
  • 승인 2023.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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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교목
홍민기 교목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일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곤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고민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선물이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어떤 선물을 통해 내 마음을 한층 분명히 전달할 수 있을지 말이다. 특히 윗사람에게 선물해야 할 때는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개인적으로 윗사람에게 적합한 선물이 무엇일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바로 홍삼이었다. 웰빙(well- being)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어르신들에게 홍삼만큼 괜찮은 선물이 없다고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윗사람에게 선물할 때는 주저 없이 홍삼을 선택하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선물용 홍삼을 구매할 때마다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바로 ‘6년근’이라는 표기였다. 이는 한국에서 홍삼 판매로 잘 알려진 ‘정OO’이란 어느 한 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온 · 오프라인을 망라하 고 홍삼을 판매하는 대다수 업체는 그 포장 용기에 당당히(?) ‘6년근’이란 문구를 넣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홍삼을 구입할 때만큼은 순간적으로 “왜 홍삼은 6년근밖에 없는 거지?”라는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생각해보니 포도주나 산삼 같은 경우는 오래될수록 숙성되어 고급으로 치는데 50년, 100년산 되는 홍삼은 그동안 들어본 일이 없었다. 정말 그랬다. 시중의 홍삼은 죄다 6년근뿐이었다. 물론 게으른 탓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홍삼이 왜 6년근 밖에 없는지 직접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그저 이러한 궁금증은 한낱 찰나의 순간으로 끝나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시절 은사님과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나에게 “자네 시중에서 판매하는 홍삼이 왜 6년근인지 아나?”라고 물어보시는 게 아닌가. 그동안 궁금했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은사님은 자신도 언젠가 홍삼 재배 업자를 통해 들었다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기본적으로 홍삼이 땅속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자라는 것은 3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3년이 지나 성체가 되었다고 완벽해진 것이 아니다. 겉모습만 홍삼이지 그 안에 영양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홍삼은 이후 3년 동안 땅속에서 지내며 흙이 품고 있는 영양분을 서서히 흡수해 나간다. 그렇게 6년이 지나면 땅속 모든 영양분을 다 빨아들이게 되어 최고 품질의 홍삼으로 성숙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홍삼은 땅에서 빨아들일 영양분이 없으므 로 6년간 자기 체내에 비축한 영양분을 소진해 간다. 그러한 이유로 홍삼은 50년근이나 100년근도 아닌 6년근을 최고로 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시에 나와 우리의 모습을 점검하게 된다. 보통 대학생이 된 우리 대부분은 외적으로 성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미 만 17세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고, 만 19세가 되면서 법적 성인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외적인 면 외에 우리 내면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난날까지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자라온 우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성인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우리 앞에 부지기수 놓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지혜를 발휘하려면 내적인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지식이든 인성이든 우리는 하루하루 성숙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개인적으로 이곳 명지 동산에서의 시간이 우리 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격과 지성인으로 성숙해 나가는 삶의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마치 외적으로는 다 자란 성체가 되었음에도 이후 3년간 땅속의 영양분을 흡수해 나가며 결국 최고의 품질로 성장하게 되는 그 6년근 홍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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