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경쟁력이다’라는 말은 여성을 넘어 남성들까지 수긍하는 이시대의 표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취업시즌의 성형수술은 이제 남녀를 불문하고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가 되어버렸으며, ‘훈남’, ‘얼짱’, ‘동안’도 모자라 S라인, V라인 등 아름다운 외모를 지칭하는 신조어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외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굳이 번역을 하자면 ‘외모지상주의’ 정도가 되는 루키즘lookism이라는 용어가 미국에서 등장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 말은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새파이어William Safire가 2000년 8월 인종ㆍ성별ㆍ종교ㆍ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지목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사회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외모와 관련되어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자 마른 모델을 규제하고 있으며, 영국은 포토샵금지 법안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이정도면 전 세계가 외모지상주의를 넘어서 숭배주의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조금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이런 외모에 대한 중시는 비단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외모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과 문화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무대가 사이버까지 확장되는 요즘, 왜 사람들은 원초적인 외모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문화심리학적으로 보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시각매체의 발달’이다. 20세기 후반부 컬러TV의 보급은 과거 흑백 TV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패션과 화장에 대한 인식과 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런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고화질 경쟁과 사진을 넘어 동영상이 개인 미디어의 표준이 되는 현재, 외모를 초월하고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외모중시의 또 다른 원인에는 ‘빠른 삶의 속도’도 기인한다. 빠른 것을 좋아하는 ‘스피드 시대’에 사람들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빨리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외모는 어떤 사람을 가장 빨리 평가하는 좋은 준거가 된다. 개인 미디어의 발달과 어디에 눈을 돌려도 보이는 시계가 우리를 압박하고, 스피드 경쟁은 점점 외모지상주의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지속될 것 같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외모가 나를 받쳐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주목과 부러움을 받지만 사랑 받기는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그들과 같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 평균외모보다 떨어지는 강호동이나 유재석의 인기는 외모지상주의의 반동현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남보다 조금 떨어진 외모는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경쟁력의 원천이다.
뛰어난 외모가 주로 타고나거나 혹은 막대한 금전적 투자의 결과라고 한다면, 이런 조건이 되지 않는 일부(?) 명대신문 독자들에게 후천적으로 저렴하게 매력을 가꾸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 바로 웃는 얼굴로 대표되는 인상관리다. 그리고 이것은 노력을 하면 할수록 성과가 좋아진다. 이런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대학생들에게 이성과 만나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하라면서 조건을 달리 하였다. 어려운 조건의 집단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얼굴표정, 몸짓, 어투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에 신경을 쓰라고 주문한 반면, 쉬운 조건의 집단에게는 미소만을 짓도록 지시하였다. 결과는 여러 가지를 신경 쓴 집단보다 미소만 지은 집단이 상대방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더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이 연구의 시사점은 타고난 외모를 통해 인상관리를 할 때 여러 가지를 잘하도록 신경 쓰는 것보다 자신의 비교우위에 있는 한 가지를 골라 자동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혹시라도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는 아니더라도 불만족하고 있다면 당장 불평을 멈추고 거울을 보고 매력적인 미소를 연습 해보시라. 미소가 ‘썩소’이상 연출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재미있어 할 만한 익살스러운 표정도 OK!!
오늘의 한 줄 요약: 자신 있는 표정하나 성형수술 안 부럽다!!

박세희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