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68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 장화(시 부문 가작) 〈1110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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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68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 장화(시 부문 가작) 〈1110호(종강호)〉
  • 김예림 학생(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 승인 2022.11.28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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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목이 긴 장화를 갖고 싶어

 

젖은 스니커즈를 현관 앞에 세워두고

신발을 고르는 일

장마가 길어지고 있다는 것

벗어 둔 스니커즈에서

가끔은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비가 지겨워서

신발이 혼자 달아나 버리면 어쩌지

 

나에게서 가장 먼 부위에

나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는 건

정말 이상하지

 

그곳에서 내가 시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자라났거나 발아하거나

나를 탄생시켰다는 거창한 말 같은 거

시작점과 끝점 따위의 정의

발은 발일 뿐인데

 

길을 걷다가

목이 긴 장화를 신은 사람들을 보면

쉽게 주저앉지 않을 것 같아서 좋다

절대 젖을 수 없고

기대어 벗어 두지 않아도 좋은 것

 

나는 젖을 수 없고

말리지 않아도 좋게 널려 있고 싶고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튼튼한 고무장화가 있다면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싶어

 

울음은 오래 참는 것

웅덩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딱딱해진 발을 봐

내가 찾던 거야

 

<2022 68주년 명대신문 시 부문 수상소감>

김예림 학생(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김예림 학생(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장화를 썼던 여름에는 장화가 너무 갖고 싶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걸 신고 바깥을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결국 갖고 싶었던 장화를 샀습니다. 목이 아주 긴 튼튼한 고무장화를 아주 많이 따지고 고민해서 샀습니다. 그때부터는 비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학교에 다니고 서울에 살면서 가끔은 장화에서 두고 온 빗소리를 듣기도 하고 아주 쨍쨍한 날에도 저를 이끌어주는 지지대처럼 신고 다니고 싶었습니다. 저는 발레를 배우는데 가끔은 길을 걷다가 거기서 배운 스텝으로 뛰어다니고도 싶어요. 그러면 용기가 마구 생기는 기분이 들어요.

세상은 정말 이상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잠들기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상을 받고는 세상에는 내가 예측할 수 없고 예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주 많이 떨면서 말한 수상소감처럼 저는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열심히 하는 걸 열심히 하니까요.

시를 읽어주시고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곁에서 저를 용서해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워요. 우산도 없이 집으로 뛰어갔던 중학생 때처럼 함께 있으면 무모해지는 친구들한테는 시를 쓰는 일만큼이나 사랑한다고 해주고 싶어요.

저는 아마 앞으로도 시를 쓸 것 같습니다. 어떤 이상한 마음이 저한테 들어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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