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사과할 결심’ 단 하나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날리믄’이라고 했는지 직접 구구절절 해명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국민들 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공식 석상이라 할 수 있는 외교 행사장에서 욕설을 한 것과 이후 대응을 현명하게 하지 못해 국가 위상을 실추시킨 것에 대한 사과다.
실제로 NBS(전국지표조사)에서 실시한 ‘윤 대통령 외교 현장 막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 70%가 ‘동의한다’라고 응답 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로, 이날 조사된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29%)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사과가 아닌 MBC 고발로 맞대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 먼저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신의 ‘뉴욕 비속어 발언’을 처음으로 보도 한 MBC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지시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본인의 외교적 실책, 혹은 대통령으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사과 없이 자신을 비판한 측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의 축’으 로 규정하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
왜 하필 MBC였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해당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한 것은 MBC가 맞지만 더욱 선정적, 악의적으로 보도한 다른 방송사들도 있다. 그럼에도 명확하게 MBC 한 곳만 콕 집어 고발했다.
한 마디로,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 사태를 ‘제2의 광우병 사태’로 규정지으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광우병 사태 때와 같이 “MBC가 여론을 조작하고 이어서 민주당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 대통령의 사과 한 마디면 수습될 수 있는 일을 ‘MBC와 민주당 vs 대통령실과 여당’이라는 대립 구도를 구태여 만들고 있다.
상호 간의 비판과 견제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민주 국가 대한민국의 지도자인 대통령은 비판과 견제를 필연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윤 대통령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복수할 마음을 먹기보다, 그 비판을 곱씹어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한 태도일지 고민해 본 후 ‘결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