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JoB지식] 돈 버는 게 아니라 돈 쓰는 걸 고민하는 회사가 있다고?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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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JoB지식] 돈 버는 게 아니라 돈 쓰는 걸 고민하는 회사가 있다고? 〈1106호〉
  • 박정호 창업교육센터 특임교수
  • 승인 2022.09.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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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창업교육센터 특임교수
박정호 창업교육센터 특임교수

대부분 회사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회사를 평가할 때 판단 근거는 매출액, 수익률 등과 같은 수익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닌 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새로이 대두되고 있다.

주주나 구성원들의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사회적 목적이나 지역공동체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을 ‘사회적기업’ 이라 한다. 일반 기업은 기업의 일차적인 목적이 영리 추구에 있지만, 사회적기업은 기업의 일차적인 목적이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기업이 비영리법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 행위 자체를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처럼 영리 행위를 추구하면서 이익 일부를 공익적인 목적에 활용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일반 기업이 이익 일부를 기부 등의 형태로 공익활동에 사용했다고 해서 사회적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이익의 일부를 얼마만큼 공익에 사용할지를 스스로 결정하지만, 사회적기업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반드시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법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수익 및 이윤 발생 시 전체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기업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찰스 디킨스가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집필했을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집필하던 당시 영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산업혁명을 겪으며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어렵게 공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은 사람들 또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고통받아야 했다. 고통받고 있던 것은 노동자들만이 아니었다. 찰스 디킨스 본인 역시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많은 빚 때문에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이러한 디킨스에게 당시 기업가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비쳤는지는 『크리스마스 캐럴』 주인공에 잘 투영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유명한 스크루지다. 스크루지는 물질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이지만 크리스마스에도 함께 지낼 친구나 가족조차 없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마스 전날 꿈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회사 직원이나 지인들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연인이 돈만을 중시했던 자신에게 실망해 떠났던 장면도 다시 마주하게 된다. 결국 그는 그동안 영리만을 추구해 커다란 부를 거두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불행을 안겨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자신의 직원 가족들을 위해 커다란 칠면조를 선물하고 다리가 불편한 직원의 막내아들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스크루지는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했던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커다란 만족감을 얻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사회적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동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의 창업자들은 금전적인 이득은 다소 적을지라도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 사회적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객들 역시 선의의 목적 아래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사회적기업이 유지될 수 있는 근원적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의 결말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가가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또 다른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게 되는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디킨스의 소설적인 상상력은 오늘날 사회적기업을 통해 그것이 얼마든지 실현이 가능한 일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아이디어 특허권은 디킨스에게 있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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