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상업시설 유치,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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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상업시설 유치,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이재희
  • 승인 2010.09.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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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학내에도 소비문화가 팽배해져

대학가는 지금 쇼핑 중

지난해 4월,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들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캠퍼스 내에 쇼핑몰과 같은 판매시설, 실버타운과 유치원, 수련시설, 문화ㆍ복지 시설 등을 건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대학들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신축건물에 임대를 놓아 상업시설을 유치하고, 임대료를 받는 식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 내에 상업시설이 없는 학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대표적 학내 상업시설인 고려대학교의 타이거플라자는 2004년 말에 완공되어 현재는 건물 내에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던킨도너츠 등 외식업체들이 들어와 있다. 학내에 외식업체들이 들어서고 나서 고려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내상업시설 유치에 대한 찬반논란이 생겼다. 몇몇 학생들은 학교 밖에 나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어 좋다고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고, 외식업체가 자리 잡는 바람에 학생들을 위한 자치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고려대학교 관계자는 상업시설이 들어온 경위에 대해 “학교 입장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건물을 설립했다”며 “현재 많은 학생들이 건물에 만족하고 있고, 그 당시에 몇몇 학생들만 반대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뿐만 아니라, 학내 상업시설유치에 대한 학교와 학생간의 마찰은 여러 대학에서도 빈번히 일어났다. 2007년에 완공된 이화여대의 이화캠퍼스센터(ECC)는 옛 이화여대 운동장 부지에 지어져 수업공간을 빼앗긴 체육대학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또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이마트 등이 입점해 있는 건국대학교 스타시티는 2007년에 완공된 이후 면학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다.
지난해 서강대학교도 ‘홈 플러스’가 입점하려고 했지만 학생들이 반대해, 결국 입점하지 못했다. 당시 ‘좋은서강만들기 운동본부’를 기획하고 서강대학교 내에서 홈플러스 입점 반대 운동을 했던 정정로(경제 07) 학생은 “당시 단과대 학생회, 총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 등과 함께 홈플러스 입점 반대운동을 했다”며 “기자회견, 대형마트 카트 끌고 다니면서 반대 선전물 배포, 자보판 설치,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와 함께 마포구청에 허가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서강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홈플러스 입점에 대한 찬반 총투표에서 과반수이상이 반대해 홈플러스는 들어오지 못했다. 이어 그는 대학 내에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소규모 매점이 줄어들고, 돈을 쓰지 않아도 맘 편히 쉬거나 공부할 수 있던 대학 내의 공간이 점점 자리값을 내야 하는 공간이 된다”며 “고액의 등록금과 함께 대학생들의 경제사정을 이중으로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의 경쟁력과 상업시설 유치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이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이 필요하고, 그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상업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 사립대학지원과 최윤정 사무관(이하 최 사무관)은 “대학이 재정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좋은 시설을 설립할 수 있고, 그 시설은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재정이 넉넉하면 연구력과 같은 교육적인 측면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학교가 돈이 많으면 외국저널과 같은 질 좋은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수익을 적극적으로 창출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최 사무관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도 다른 대학교에 비해 재정이 넉넉해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재정이나 상업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개선할 점이 있지만 제도로 포용하면서 대학에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최 사무관은 “제도가 막 시작된 단계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할 수 있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작은 문제 때문에 대학의 경쟁력 발전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 이익만 추구하는 성과주의에 빠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이하 김 연구원)은 대학이 상업시설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대학 입장만을 위한 방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상업시설로 인한 수익 창출은 대학 입장에서는 좋지만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결국 대학의 상업화는 대학의 이익만 추구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연구원은 대학이 상업시설로 얻은 수익을 연구나 교육 발전에 사용한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상업시설 허용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대학에서 연구에 관련된 재정비용을 확대하는 일은 보기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결국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음에도 상업시설을 유치한다는 것은 대학의 총장과 이사가 성과주의에 빠져 수익을 더 내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개정안을 만들었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대학이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대형 상업시설을 유치하자 지역 상업들까지 피해가 일어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업시설 유치로 인해 학생들의 공간이 없어 졌다는 지적도 많다. 최종적으로 모든 부담은 학생들에게 가는데도 강의실이 부족하고 학생들이 편히 쉴 곳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학내에서 대학생의 우선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아무리 좋은 상업시설을 설치해도 그것이 1차적으로 대학에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학내의 면학 분위기가 훼손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상아의 탑이라는 대학이 하나의 소비의 장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소비지향적인 삶은 직장인이 되어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며 “대학은 대학다운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은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균형감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대학이 비영리단체가 아닌데도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을 너무 넓혀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대학의 본질에 대해 강조하며 대학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이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며 “대학은 외부와는 다른 대학다운 형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내 상업시설에 대해 우리대학 윤석영(철학 07) 학우는 “지나치게 학교 측의 이익을 위해 상업시설을 학교 내에 들여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많은 상업시설을 학내에 유치하는 것보다는 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박세희 준정기자 sehee6654@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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